[경기]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2019.10.29

시대의 옳은 생각들이 모이는 문화광장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부천시 괴안동의 어느 초등학교 앞 높은 언덕을 지나면 괴안동 사람들의 문화 아지트인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이 보인다. 도서관이 위치한 괴안동은 위, 아래로 모두 다 재개발되면서 신도시와는 사뭇 고립된 느낌이 든다. 그 곳에서 꿋꿋하게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을 만났다.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광장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은 부천시 제 106호 작은도서관으로 2015년 지금의 모습을 갖춰 개관했다. .울림 교회를 운영하면서 주중에 비어있는 공간을 의미없이 방치하고 싶지 않았던 남태일 관장이 도서관을 만들었다.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언덕위광장은 사람들이 만나고, 함께 책을 읽으며 마을의 아지트로 도약하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을 시작하면서 생각한 가장 큰 2가지가 있어요. 바로 앞이 초등학교라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데 그 아이들의 학창시절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해주고 싶은게 첫 번째였어요. 두 번째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죠.”

-남태일 광장지기

광장지기의 따스한 마음은 도서관의 곳곳에서도 물씬 느낄 수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은 물론, 이용자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게시판은 딱딱한 도서관이라는 이미지를 잊게 해준다. 친구네 집에 놀러온 듯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누구든 쉬어갈 수 있다.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은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의견을 나누고 건강한 담론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며 큰 위로를 얻는다.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 하는 만화책서가

부천은 일명 만화도시로 유명하다. 부천 공공도서관에는 웹툰이나 만화책의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고, 매년 만화페스티벌이 크게 개최되는 등 부천인들의 문화생활에서 만화는 빼놓을 수 없는 문화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은 이런 지역 주민의 니즈에 맞춰 특화 부문을 만화로 선정했다. 영상세대인 아이들이 글이 많은 책을 갑자기 읽기에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은 학습만화는 물론이고 최신 유행하는 웹툰도 빠짐없이 수서하고 있다. 도서구입의 70%를 만화에 집중할 만큼 다양한 만화책으로 책장을 채우고 있다.


만화도 요즘엔 수준 높은 작품들이 굉장히 많아요. 웹툰이라는 장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만화책의 주제도 다양해졌죠. 만화라고 해서 가벼운 주제만 다루진 않아요. 역사, 철학 같은 묵직한 주제를 가진 만화책들도 굉장히 많죠. 오히려 이런 만화책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더 이끌어낼 수 있어요.”

-남태일 관장


만화책은 아이들에게는 독서에 흥미를 갖게 해주고,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당시에는 골목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만화책방이 많이 사라진 요즘 어른들은 추억을 품고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을 찾는다.

배우면서 함께 큰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간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은 책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더 큰 세상을 만나길 바라는 소망에서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과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엄마들의 역사 독서동아리 허스토리이다. 도서관 초기부터 시작되어 4년차에 접어든 장수 독서동아리인 허스토리는 육아와 일상에 지친 엄마들이 모여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는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응시하는 등 전문적인 역사 지식을 갖춘 여성들을 발굴해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독서동아리다.

이 외에도 도서관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빠들의 독서모임 써클하는 아빠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퇴근 후 저녁에 둥그런 써클처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해서 써클하는 아빠들이라는 이름이 붙인 아빠들의 독서모임은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토킹스틱을 들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모임에서 한 이야기는 일급비밀로 부쳐야한다는 사실! 가정에 대한 이야기, 사회생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배워간다.


독서동아리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운영되고 있다. 만화작가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려운 철학을 쉽게 배우는 철학반’, 아이들의 기본 역사 상식을 위한 역사반’ ,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회복적정의모임등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지역 주민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프로그램들로 괴안동 일대를 독서문화가 넘실대는 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나눌수록 채워지다.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인구 밀도가 높은 부천. 매일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에서는 소통에 지친, 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이 작은 푸념을 털어놓는다. 그 푸념들이 모여 다시 건강한 소통이 오가는 공간이 바로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이다.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이 지금처럼 괴안동의 문화광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운영자의 열정, 주민들의 관심이 바탕이 되었다. 도서관이 높은 평가를 받아 운영비 지원이 되고 있지만 재정적, 인력적인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언제나 빠듯한 운영비는 앞으로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하여 충당하거나 뜻 있는 분들의 후원금에 기댈 예정이다.

그래도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모든 순간이 보람차다고 말하는 운영진들이 있어 앞으로의 미래는 밝다.

저는 관장직을 맡고 있지만 관장으로 불리기 보다는 도서관을 지키는 광장지기로 불리는 게 더 좋아요. 관장인 제가 만들어가는 도서관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주민 모두가 마을회관처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오랜 시간 남고 싶어요.”

-남태일 광장지기

앞으로도 괴안동의 문화광장으로 주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라는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라는 이름처럼, 언제나 사람냄새 가득한 공간으로 빛나주길 기대해본다.


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안곡로79번길 42, (괴안동) 2층 언덕위광장

유형 :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시간 : 월 10:00 ~ 14:00

화,수,목,금 8:40 ~ 17:30

토 09:00 ~ 17:00

휴관일 : 일요일, 공휴일, 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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