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언니네 작은도서관

2015.04.20


소란스러워야만 하는 도서관, ‘언니네 작은도서관'


ⓒ황래영

“쉿!”

“조용히 좀 해주시겠어요?”

어린 친구들과 도서관을 방문하면 꼭 한 번씩 듣게 되는 소리입니다.도서관’ 하면 ‘조용한 곳’이란 생각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도서관은 조용히 이용해야 하는 장소로 다들 알고 계시죠? 이런 이미지를 콱! 부수고 새롭게 등장한 도서관이 있어요. 분명히 도서관인데 놀이방에서나 볼 수 있을 법놀이기구가 있고, 아이들이 소리 내서 책을 읽어도 된답니다. 그 옆에서는 중학생 친구들이 문제집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 글만 읽어서는 일반 가정집같이 느껴지시죠? 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언제나 소란스러워야만 하는 도서관, 언니네 작은 도서관!

작은 도서관?

작은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주변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마을 주민들은 공동체 문화를 이루는 중심이 되어 하나의 독서사랑방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다양한 문화혜택도 진행되지요.

▲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답니다. ⓒ 언니네 도서관


위 사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언니네 작은 도서관(이하 언니네 도서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저는 유치원 놀이방에 온 줄 알았어요. 너무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도서관보다는 놀이방 분위기가 더 강했거든요. 그런데 중학생 친구들이 공부를 하러 온 모습에 ‘아, 진짜 도서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언니네 도서관은 서울여성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에요. 마침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는 서울여성회 정희영 기획국장님을 뵈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정희영 국장님은 도서관에서 문화사업팀장을 맡고 계세요.)


언니네 도서관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도서관을 만드는 데 일조한 준비위원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직종과 재능을 갖고 있는 605명의 주민들언니네 도서관을 위해 후원해주셨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서관 곳곳에는 기증받은 책을 비롯하여 여러 재능기부의 손길이 담있는데요. 같이 한 번 보실까요?

▲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것 같은 예쁜 어린이 의자들.

마을 주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 직접 만드신 거예요. ⓒ 황래영


책만 기증받은 도서관이 아닙니다. 저 아기자기한 의자들 모두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의자예요. 일반 도서관 가면 어린 친구들이 앉기 다소 힘든 큰 의자들이 많죠? 언니네 도서관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어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지만, 굳이 의자에 앉고 싶다면 저 예쁜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면 되거든요.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을 주민들의 예쁜 센스. 저도 나이만 어렸다면 예쁜 의자에 앉아서 동화책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답니다.


그러면 이렇게 재능기부가 넘치는 도서관에서 또 특별한 재능기부를 찾으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언니네 도서관의 명물, ‘언니들이 직접 읽어주는 동화’입니다.

▲ 어느 누구의 엄마들이지만 여기서는 모두 ‘언니!’

언니들이 직접 읽어주는 동화, 재미가 보장된 시간입니다. ⓒ 언니네 도서관.


3개의 조로 나눠진 언니들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언니네’는 언니네 도서관의 자랑이에요. 감성적인 언니들(?)답게 조 이름도 예쁘더라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조 이름 ‘달소리’는 달달하고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네잎클로버’는 언니들이 이 도서관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지요. 어느 누구에게는 엄마고 이모겠지만 여기서는 모두 ‘언니’라는 이름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30분이 되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답니다.(9월부터는 요즘 유행인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도 시작한다고 하네요!)

이처럼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많은 언니네 도서관. 그런데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 지금부터 설명해드리도록 할게요.

▲ 방과 후면 꼭 찾아오는 아이들.

이 곳은 도서관이자 아이들의 쉼터입니다. ⓒ 황래영

“관심이 없으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요.”

마을 주민들이 회원인 언니네 도서관은 이용하는 분들 대부분이 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이세요. 취재 당일에도 담당 팀장님이 ‘저, 언니들하고 칼국수에 보리밥 먹고 왔어요.’라며 가까운 사이임을 알려주셨는데요. 요즘 아동 범죄가 많죠. 그렇다보니 내 아이가 바깥에서 움직일 때, 수상한 일이 없나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싶어요. 언니네 도서관은 회원들이 서로 깊이 알고 지내는 사이라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깊어요.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모르는 사람과 가고 있으면 그것을 본 언니가 그 아이 엄마에게 연락해보고, 모르는 사람이다 싶으면 냉큼 가서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죠. CCTV보다 더 강한 자연감시랍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CCTV보다 무서워하는 게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에요. CCTV는 얼굴을 가리면 그만이지만 계속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는 작은 도서관! 아이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있는 이유를 조금 아시겠죠?

“아이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시간”

언니네 도서관 근처에 위치한 영남중학교. 영남중학교 학생들이 언니네 도서관을 위해서 ‘재능기부’를 신청했다고 하는데요. 바로 ‘풍선아트교실’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비싼 참가비를 내야하지만, 언니네 도서관은 풍선아트 동아리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진행되기 때문에 재료값(어른 7,000원/ 7세 이상 아동 3천원)만 내면 무료로 배울 수 있답니다. 자주 방문하는 친구들이 언니네 도서관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 또 어디 가서 볼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 아이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많은 언니네 도서관. 그래서일까요.

아이들 스스로가 도서관을 위해 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 ⓒ 황래영

“아직은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저희부터 변하고 싶어서 포기하지 않아요.”

예쁘고 편안한 언니네 도서관.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예산부터 관리까지 어려운 게 많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네 도서관 운영이 즐겁다는 언니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도서관 하나가 단순한 문화공간으로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는 점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이 곳은 소란스러워야만 하는 도서관입니다.”

여러분, ‘소란스럽다’라는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계시죠? 시끄럽고 어수선하다는 뜻인데요. 언니네 도서관은 정말 소란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랍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크게 들려서 다른 도서관에 비해 시끄러워요.

그런데 이 소란스러움이 언니네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는 점! 서로 만나면 반가워 웃고 함께 사는 이야기로 소란스러워지는, 바로 이런 점이 언니네 도서관을 지탱하는 힘이에요. 저도 이 소란스러움에 동참하고자 재능기부를 신청했답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고

마을 주민들의 재능기부가 앞다투어 들어오는

소란스러운 언니네 도서관!

여러분도 한번 놀러오세요.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http://www.smalllibrary.org)

"도란도란 문화 놀이터"에 2014.05.15 게재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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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작은도서관’ 이용 방법

운영시간

- 화요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까지 /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휴관

회원 운영

정회원 - 월 5천원이상 정기 후원(도서대출&월 음료 4잔 무료, 각종 프로그램 50% 할인)

이용회원 - 간단한 가입서 작성 후 도서관, 북카페를 이용 가능

도서관 주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742-7번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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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추가 

2015.04.30 서울시마을공동체 서울마을이야기 vol.26

[서울마을이야기] ‘언니네 작은도서관’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86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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