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책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2015.07.19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 & 시민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

경기 고양시 책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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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누구나, 신나게, 다함께"

손으로 그린 도서관 소개부터 남달랐다. 이 친절한 약도를 꼭 사용해 찾아가보고 싶었지만, 당최 초행길에 방향감각까지 상실해 헤맸다. 그러다 하교하는 초등학생 아이 하나를 붙잡고 물으니 다 묻기도 전에 대뜸 손가락으로 가리켜준다. 그제야 골목길 건물 2층에 있는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출처_책놀이터도서관, 박지숙 지킴이선생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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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터는 개인이 사비를 털어 2천5백여 권의 책으로 시작한 소규모 도서관이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은 80여명의 후원회원들과 3명의 지킴이 선생님들의 마음과 정성, 1만5천여 권의 자료가 함께 담긴 도서관이 됐다. 무엇보다 동네 아이들에게 너무도 당연히 거기 있어 언제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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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있는 건물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함께 그린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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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책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문을 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도 서점도 없던 동네에 책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책으로 놀며 성장하길 바라는 뜻에서 이름엔 '어린이'가 붙지만 '좋은 책을, 누구나, 신나게, 다함께'라는 설립목적처럼 10년간 동네 아이들, 청소년, 어른들과 함께 놀며 성장해 왔다. 비영리 민간 도서관이 이만큼 운영되기까지 일들이 궁금했다. 박미숙 관장님은 ‘책이나 장판, 꼭 필요했던 다른 여러 것들도 생각만 하지 않고 저금통도 놓고, 여기 저기 알리고 물어보니 뜻이 모이고 얻어지더라'고 말한다. 찾아간 시간 내내 한시도 쉴 새 없이 도서관 이곳저곳과 아이들을 챙기는 지킴이선생님들과 관장님을 보니 이해가 됐다. 애정을 쏟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말할 때 보이는 행복한 표정들. 그리고 10년이 지난 책놀이터 도서관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을 매일매일 하는 것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방방마다 들어앉아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논다.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자유롭게 하고 싶을 것을 해도 된다. 뭐든 하다가 어려운 건 지킴이 선생님들이 개인지도도 해준다. 1만 5천여 권으로 늘어난 책과, 책 놀이 활동으로 만들어진 인형들, 수공예 작품들, 박지숙 지킴이선생님이 직접 그린 도서관 이용정보들, 갖가지 추천도서 서가, 좁은 공간 어디 한 곳 허투루 비워두지 않고 깨알같이 채워져 있었다. 세월에 닳아진 탁자도 함께 힘을 모아 그림책 속 주인공을 그리니 어디에도 없는 작품이 됐다. 10년간 그렇게 사람들의 손길과 흔적이 쌓여 따뜻한 기운이 꽉 들어찬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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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을 매일매일 하는 것의 힘

‘작은도서관, 일상을 뛰어 넘어서는 안 된다.’ 박미숙 관장이 『작은도서관이 아름답다』 (청어람미디어,2013)에서 작은도서관에서의 독서문화예술활동부터 책잔치까지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한 글의 말미에 꼭 기억하길 당부한 말이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던 그녀의 글처럼 책놀이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도 일상적으로 책 읽어주기다. 책놀이터 공간의 한가운데는 책읽어주는 의자가 놓여있다. 아이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그리고 처음 오는 아이에겐 무조건 책을 읽어 준다. 그렇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이 책을 듣고, 스스로 골라 읽고, 서로 읽어주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책 속 주인공을 만들고, 책 내용으로 노래를 부르고, 책으로 놀 수 있는 모든 활동으로 특별하지 않게 이어진다. 자연스레 처음 도서관이 문은 열었던 뜻처럼 아이들은 경청하고 소신있게 말하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앉으면 무조건 책을 읽어줘야 하는 '책읽어주는 의자'


*수요일 오후 '책속 주인공 꿰매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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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 그리고 시민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

_박미숙 관장님 인터뷰

Q. 책놀이터에 대한 다른 기사에서 ‘이 동네에 멋진 (공공)도서관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책놀이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읽었습니다. *관련기사보기 하지만 공공도서관과 책놀이터같은 민간작은도서관은 분위기부터 활동내용까지 차이가 많습니다. 공공도서관이 이렇게 아이와 어른이 책으로 놀며 맺어지는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일전에 일본 공공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조용하고 엄숙한 본관의 분위기는 우리의 공공도서관과 다르지 않았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구석에 위치한 어린이실에 들어서자 사서가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종이접기를 하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일본 작은도서관은 가정문고 형태로 확산되었고, 그런 가정문고들을 중심으로 책문화운동과 마을공동체 운동이 일어났었습니다. 현재 가정문고는 거의 없어졌지만, 가정문고를 운영했던 운영자들은 공공도서관 운영에 자원활동가 등으로 참여하며 앞서 말한 모습과 같은 도서관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운영자, 활동가, 시민)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우라야스도서관 이야기입니다. 책에는 앞장서서 시민모임을 만드는 관장과 ‘이런 도서관을 바라는 모임’ 이라는 시민 모임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놀이터 도서관도 얼마 전 ‘책과 도서관’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단체를 중심으로 책놀이터도 운영되고 누구나 책을 읽고 나누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도 해 나갈 것입니다. 9월에는 <시민이 변해야 도서관이 변한다>는 표제로 고양시 도서관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시민 참여로 도서관 문화의 발전을 꾀하자는 목적입니다. 어려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자원활동이나 도서선정위원회활동 등으로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책과 도서관' 홈페이지

그렇게 작은도서관 사람들과 시민들이 함께해서 도서관 문화의 변화를 이끈다면 공공도서관의 역할과 내용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멋진 공공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들어선다면 책놀이터는 도서관이란 이름도 떼고 더 자유롭고 이상적인 책문화공간으로 진화해보고 싶은 바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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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오지 않는 사람들 곁으로 찾아가는 방법

Q. 하지만 지금도 도서관에 오는 사람보다 오지 않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한국 만15세 이상 도서관이용율 32%, 2013국민독서실태조사-한국출판연구소,문화체육관광부) 독서량도 갈수록 줄어들고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에 관심을 갖게할 수 있을까요?

- 책 권하기, 그리고 함께 읽기가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맞춤추천목록 만들기모임과 독서동아리 활동입니다. 북컬렉션은 책놀이터에서도 지킴이 선생님이나 이용자가 추천하는 테마 컬렉션(주로 동물, 인물, 사물 등 어렵지 않은 주제로 구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페이스북에 책골라주기를 함께하는 그룹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골랄라’라고 고르는 것은 즐겁다는 뜻을 줄여 이름 지었어요. 단순하고 식상한 컬렉션 말고, 음악DJ가 적시적소에 누군가에게 필요한 음악을 틀어주듯, 흥미로운 주제의 컬렉션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골랄라’ 페이스북그룹

독서동아리는 지난해부터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독서동아리지원사업에서 이끎이 활동을 하며 관심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최근에 추진 중인 계획은 느리게 읽기 모임을 만드는 것인데, 근처 카페에 서가 하나를 따로 마련해 시간을 정해 모여 조용히 책을 읽고 헤어지는 게 활동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중요한 까닭은 도서관을 하나 세우기는 어렵지만 독서동아리는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찾아가는 것, 거기다 책 읽을 판을 깔아주고 책을 골라 제안하는 것도 공공도서관보다 민간 작은도서관이 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체에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책으로 공감대를 이룬 깊이 있는 대화들도 늘어날 겁니다. *책사회 독서동아리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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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한 만큼 알리고 드러내자. 시대에 맞게~!

Q. 스스로도 몰랐지만 필요했던 책을 만나게 해주는 북큐레이션(맞춤추천목록 기획/구성)은 앞으로 도서관에서 점점 중요한 일이 될 듯합니다, 최근에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의 ‘사담(사회를 담는 북컬렉션)워크샵’ 을 보고 앞서 말씀 하신 것처럼 사립도서관이 도서관 문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정말 좋은 기획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밖에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도서관 운영자 교육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작은도서관 사람들이 하고 있는 활동을 알리고 드러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은도서관이 계속 늘어나고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 사회 전반에 인식과 참여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의 운영자들은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활동을 홍보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작은도서관 웹짱만들기(온라인 커뮤니티, SNS 활용법 등)’교육도 하고 있고, 작은도서관들이 시대에 맞춰 성장하고 유지되려면 이런 교육기획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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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으로 성장한 사람이 다시 도서관을 성장시킨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작은도서관이 왜 문화예술활동을 펼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결국,‘사람’이 아닐까 싶다. 작은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변하는 것....성장한 사람들이 다시 도서관을 성장시켜 줄 것이다. 도서관은 그렇게 성장하는 유기체다.” - 『작은도서관이 아름답다』 169p. 박미숙 글 中 부분발췌

'도서관'자리에 '세상'을 넣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꿈꾸고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에 실현되는 것은 항상 느리고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도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꿈만 꾸는 사람들보다 언제나 힘이 세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경기도 고양시 주교동 골목 작은도서관 책놀이터, 절대로 사라지지 말고 오래오래 언제나 거기서 당연하단 듯 책을 읽어 줄 수 있기를, 그리고 책놀이터처럼 일상의 책문화를 가꿔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며, 행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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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이용안내 --------------------

이용시간 : 월~금 오전10시30분~저녁6시, 토 오전11시~오후4시

_________매월 1일(장서점검)과 일요일&공휴일은 열지 않습니다. 방학 중에도 이용시간은 동일합니다.

대 여 : 회원 가입한 누구나 무료로 1주일에 10권 가능

프로그램 : 매일매일 책읽어주기 + 놀이터도서관(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책속주인공 만들기(매주 수요일 오후)

________도서관책잔치(매년 가을 근처 마상공원), 이웃산타(매년 12월24일 밤), 동네영화제(매월 마지막 화요일), 마루잔치(연말 동네잔치),

동아리 : 시끌이들(시노래 동아리), 꼬마들(어른 바느질 동아리), 뚝딱이(어른 인형극 동아리)​, 책놀이터기자단(매월 책놀이터 신문발행)

위 치 : 경기 고양시 덕양구 마상로 103번길 29 2층(주교동). 3호선 원당역 2번출구 >마을버스 18번 >원당초교 하차 후 약도참고~!

연락처 : 031-967-8777

홈페이지 http://cafe.daum.net/bookplayground/ 자세한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 정보 등 실시간 업데이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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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_(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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