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놀자'

2016.08.16

공동육아, 학부모품앗이, 주민 모임 등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된 작은도서관

'아차산 아래 작은 도서관 놀자'

마을살이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사랑방

'아차산 아래 작은 도서관 놀자'

광나루역에서 내려 아차산 생태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택가이다. 평범하지만 오래된 동네가 풍기는, 개발에서 조금 비껴난, 어쩌면 조금 변두리스럽고, 낡은 느낌이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은 좁고, 그 사이 사이로 난 골목은 더 좁다. 좁은 골목길은 다닥다닥 붙은 다세대나 빌라를 피해 고불고불 다시 이어지곤 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시내에서 가장 풍광이 좋아서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지어지기도 했고, 워크힐 호텔이 들어선 것도 아차산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경치 때문이라고 하지만 동네는 이런 수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망 좋은 높다란 곳은 별장이나 호텔에 자리를 다 내어주고, 강도 안 보이고 산도 안 보이는 산 아래쪽에 서민들은 오밀조밀 낮게 낮게 모여 사는 형국이랄까? 하지만 오래된 동네는 들어서면 어쩐지 푸근하고 정감 있다. 전날 저녁에 끓여먹은 김치찌개 냄새와 뒤섞여 골목마다 사는 이야기를 진하게 풍겨낸다.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탄생한 작은도서관

아차산 아래 들어선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태어났다. 도서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인 2012년, 광진구 마을공동체 네트워크 모임인 ‘광진구 마을넷’에서는 개별 단위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넷에서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구상의 중심은 마을에서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의 필요성이었다.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다 보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끝에 자연히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들이 만들어지고, 그런 힘으로 마을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단순히 거점 공간이기보다는 모든 연령대가 고루 이용하면서도 마을 살이에 필요한 교육도 하고, 엄마들이 아이들 데리고 편안히 올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데 뜻을 모았더니 도서관이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다고 광진구 내에 도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립도서관은 아이들 손잡고 편하게 가기에는 접근성부터 떨어지는 데다 도서관 안에는 지나친 ‘정숙’을 요구하기에 엄마들이 아이들을 윽박질러가며 몇 시간 있다 보면 책 읽기의 즐거움보다는 스스로 진이 빠져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는 곳이 돼버리기도 한다.

‘너무 얌전히’를 강요당하지 않으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곳, 아이가 장난을 치면서 책놀이를 해도 괜찮은 곳, 엄마도 아이도 편하게 뒹굴거릴 수 있는 곳, 시간 날 때 오다 가다 들러 차 한잔 마시면서 동네 소식도 들을 수 있는 곳, 퇴근하던 아빠들도 스스럼없이 고개를 내밀 수 있는 곳, 급한 볼일로 정 아이 맡길 때 없으면 한 번씩 이용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을 구상하다 보니 딱 한 가지 그림이 그려졌다. 온 주민이 책으로 소통하면서도 마을사랑방 구실을 하는 작은도서관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작은도서관으로 중지를 모으자 ‘광진구 마을넷’은 빠르게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2013년 7월부터 회의를 시작했다. 붙을 사람 다 붙어보자고, 도서관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모여보자고 사방팔방으로 알리고 다녔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광진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시민활동가를 비롯해서 공동육아협동조합 조합원, 도서관 관련자, 전업주부 등 12명이 얼굴을 드러냈다. 동네 거점 역할을 할 도서관을 만드는 사업이니 처음부터 공부를 강조했다.

12명은 매월 한두 차례 모여서 공간에 대해 토론하고, 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 방침을 정하고, 공간 구성에 대해 토론하면서 작은도서관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성동구의 책읽는엄마, 청소년 공간 작곰, 수지느티나무도서관, 일산 책놀이터 등 다른 구에 있는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매의 눈’으로 탐방을 다녔다. 특히 운영방식이나 공간 구성, 규모 등을 꼼꼼히 살피면서 광진구에 알맞은 공간과 규모를 탐색하러 다녔다.

초등학교 교문에서 소식지 돌리고 부모 모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다

그런데 뜻만 있다고 도서관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공간을 만드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도서관이 될 만한 공간을 임대하려니 2,000만 원 가량 되는 임대보증금이 필요했다. 추진위는 돈을 어떻게 모을지 머리를 맞대고 여러 날을 궁리했다. 광진구 내에는 공동육아조합이 세 군데 있다. 낯선 곳보다는 그래도 마을살이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모인 곳이니 이곳에서 기부를 받는 게 수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부모 모임에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예상은 적중해 다들 자기 일처럼 나서주었다. 그러는 한편 광진구 내 초등학교 교문에서 소식지를 뿌리고, 관심 있는 학부모들을 붙잡고 목이 쉬도록 작은도서관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CMS 후원 회원을 모집하고, CMS 계좌가 아닌 일시적인 벽돌회원 후원도 받았다.

후원 회원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놀자는 후원으로 운영되지만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것이다. 열심히 발로 뛴 덕분에 100가족이 참여해 3,500만 원이라는 거금이 모아졌다. 이 돈이면 임대보증금뿐만이 아니라 리모델링 비용까지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었다. 또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공간사업비를 지원받아 도서관 내부 공간 조성비를 조달했다.

그래도 벽돌후원 방식과 재능기부 방식을 혼용해 작은도서관 조성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할수록 동네의 도서관에 대한 애정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실제로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동네 엄마들이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해하면서 아이 손을 잡고 여러 날 공사 현장을 구경하고는 했다. 후원자들도 도울 게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 개관을 손꼽았다. 그러고는 2014년 10월 도서관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도서관 이름은 누구나 와서 함께하자는 의미로 ‘아차산 아래 작은도서관 놀자’로 지었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도서관의 공간 배치

도서관 개관 전에 마을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2회에 걸쳐 설명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사전 설명회에는 포스터를 보고 온 엄마들, 인근의 어린이집 원장, 추진위원회의 지인들 등 평일 오전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개관하기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아차산 아래 작은도서관 ‘놀자’에 대해 알리고 이용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렇게 마을 주민의 관심으로 이뤄진 도서관이다 보니 내부에서도 특별함이 묻어난다. 그중 하나는 책장 계단을 오르면서 나타나는 다락방이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만들어졌단다. 작은도서관 ‘놀자’의 운영자 중 한 명인 건축학 전공자가 직접 설계해서 탄생한 다락방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장소이다.

또 하나, 작은도서관 ‘놀자’에는 비밀의 방이 있다. 계단 아래 공간을 활용한 이곳은 아직 정리해야 할 짐 때문에 개방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도서관에 있는 책장은 공동육아 조합원인 아빠들이 손수 제작한 것이다. 책을 꺼낼 때,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곳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이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책을 기부받기 위해 SNS를 이용했다. 그랬더니 전국 각지에서 책을 보내와 3,5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게 되었다. 차근차근 장서량을 늘리고 주민이 필요한 교육을 기획하는 등 점점 어엿한 도서관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차산 아래 작은도서관 ‘놀자’는 누구나 참여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마을에 필요한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지는, 함께 모여 놀기 딱 좋은 곳이다.

아이와 부모와 마을이 성장한다. 함께 모여 무엇을 하고 놀까?

이제 마을살이의 거점 공간이 생겼으니 이곳에 모여서 잘 놀기만 하면 된다. 현재 도서관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참여자는 5명으로 초등학교 학부모 3명과 오랫동안 지역에서 아동 청소년 대상으로 활동을 펼쳤던 시민활동가 2명이 결합되어 있다. 이들은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도서관 운영에 대해 논의한다.

놀자는 우선 도서관 학교부터 열었다. 도서관 학교는 마을살이에 대한 기본 이해를 돕는 교육이다.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마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한다. 또 동화작 가이자 어린이문학 연구자인 김지은 선생이 ‘내 아이, 우리 아이에게 좋은 어린이책 어떻게 고를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동화책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왜 책을 읽혀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강의했는데 참가한 엄마들의 반등이 뜨거웠다. 특히 엄마들은 ‘만화책만 읽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뜻한 이야기보다 건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문제가 없는 건지,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글도 잘 쓰는지 등 아이의 독서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해 아이의 책 읽기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었다. 그림책 강좌, 부모 교육, 영화제, 방학특강도 준비 중이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글쓰기와 수학 교육도 할 계획이다. 참가비는 무료, 강사비는 유료로 지급할 것이다. 아이들은 10시부터 7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엄마들이 교대로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마을살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자

개관한 지 석달 남짓, 도서관에 대해 열심히 홍보 중인데 이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도서관 운영자들의 꿈은 원대하다.

그들은 작은도서관 ‘놀자’가 동네의 중심이 되어 마을 의제들을 논의하는, 그래서 마을살이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가꾸어가는 사랑방이 되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드나들면서 책과 친해지고, 친구도 사귀고, 편하게 뒹굴거렸으면 좋겠다.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통해 배움의 기회가 확장되길 기대한다. 사실 광진구의 경우 초등학교 밀집 지역인 데다 도서관 접근성은 떨어진다. 동네도서관은 부담 없으니 쉬는 날 아이 데리고 와서 이웃도 사귀고 어울렸으면 좋겠다.

운영자들은 이런 작은도서관이 동네마다 생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도서관의 지속성을 위해 자립도를 넓혀가야 한다는 부담은 마음을 짓누른다. 그 고민은 도서관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다. 광진구에서는 관심이 크지 않기에 부담은 오롯이 작은도서관의 몫이고, 무관심한 구의 행정이 불만스럽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민들이 마을살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서 공공성이 확대되고 주민의 의식이 높아져서 국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되기를 꿈꾼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이 동네의 부모들의 시선이 바뀌고, 부모로서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차산아래작은도서관 놀자 도서관 현황


▶ 도서관 주소 :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로50가길 45 2층

연락처 : 02-2272-2011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achasanarenolja
운영일 : 월 화 수 목 금 토 (주 6일)
운영시간 : 10 시 0 분 ~ 19 시 0 분 (금요일 오후 21시까지)
장서수 : 5,281 권(2016년 현재)
운영방식: 사립 , 회원제로 운영한다.(회원 등록자 수 220 명)

직원 :상근직원 1명 / 자원봉사가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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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마을살이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사랑방 '아차산 아래 작은 도서관 놀자' /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담당관 http://gov.seoul.go.kr/archives/8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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