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년 3월 추천도서목록

7년 동안의 잠

지은이 : 박완서 글, 김세현 그림 출판사 : 어린이작가정신 발행일 : 2015.02.10 등록일 : 2015.03.19


7년 동안의 잠
박완서 글, 김세현 그림/어린이작가정신
2015.02.10 발행/40쪽/11,000원



‘개미와 베짱이’우화의 근면 성실한 개미와 달리, 그림책 <7년 동안의 잠>의 어린 일개미는 애써 일해도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 대대로 살아 온 개미 마을에 흉년이 든 탓이다. 그런 어느 날 어린 일개미가 애써 발견한 ‘크고 싱싱한 먹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땅 속 세상 이야기는 뜻밖에도 새롭다. 틀림없이 글을 쓴 작가 박완서의 빼어난 입담 덕분일 테지만, 눈을 크게 뜬 채 장면 장면 깊이 경탄하게 되는 이유는 화가 김세현이 선사한 질박하고도 세련된 미감 덕분이다. ‘크고 싱싱한 먹이’를 발견하고, 무리에게 알리고, 함께 검증하고 망설이고 옥신각신 갑론을박 갈등하고 논의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이야기를 듣는 어린 독자는 무엇보다 개미의 움직임과 숫자와 표정에 열광할 것이다. 화가가 오랜 동안 갈고 닦은 필획의 힘으로 하나하나 재치 있게 연출하고 그려낸 개미들을 들여다보며 어린 개미와 젊은 개미와 늙은 개미와 여왕개미를 낱낱이 탐색하고 구별하며 즐길 것이다. 개미 머리의 더듬이 두 개가 생생하게 표현하는 경이와 한탄과 절망, 동경과 기쁨에 동일시될 것이다.


이야기를 읽어주는 어른은 ‘대체 땅 속의 일을 어떻게 그려 보여줄까?’라는 의심과 기대를 너끈히 뛰어넘는 화면을 즐기며, 이미 감동한 적 있는 박완서 문학을 만난다. ‘크고 싱싱한 먹이’가 다름 아닌 살아있는 존재이며 매미가 될 애벌레라는 사실을 자각한 개미들이 매미의 노래를 떠올리는 장면의 대화는 시적이다. “… 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땅 위의 여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았어.” “… 언젠가 친구들하고 뙤약볕 아래에서 송충이 한 마리를 끄느라 애를 쓰고 있었는데, 매미 소리가 들리잖아? 여름의 산과 들이 햇빛에 빛나는 걸 정신없이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매미의 노래 때문이었어.”


황토색과 검정색의 바리에이션, 때로는 반(半)구상인 듯 때로는 반(半)추상인 듯 표현된 개미와 매미의 조화와 대비, 시(詩)서(書)화(畵) 전통을 되살린 문학성 구현과 여백 구성…. 이 그림책의 성공적인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곧 우리 그림책의 성공적인 도약이기도 하다.


추천자: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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