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년 4월 추천도서목록

책공장 베네치아: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

지은이 :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출판사 : 책세상 발행일 : 2015.02.25 등록일 : 2015.04.09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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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 국민 책 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선정, 발표하고 있습니다.



■ 2015년도 4월의 읽을 만한 책

분야

도서명

저/역자

출판사

발행일

추천자

문학

예술

빅 브러더

라이오넬 슈라이버/

박아람

알에이치코리아

2015.1.30

서지문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카롤린 라로슈/

김성희

윌컴퍼니

2015.2.24

김영숙

인문학

책공장 베네치아: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김정하

책세상

2015.2.25

계승범

사물의 철학

함돈균

세종서적

2015.2.28

이진남

사회

과학

인비저블

데이비드 즈와이그/

박슬라

민음인

2015.2.27

서병훈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 외/

제현주

북돋움

2015.2.15

이준호

자연

과학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예병일

한국문학사

2015.3. 5

이한음

실용

일반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샘터사

2015.2.10

전영수

유아

아동

타임머신 북머신:

홍길동을 만나 금오신화로

권타오 글,

배종숙 그림

미세기

2015.2.13

김영찬

호랑이를 탄 엄마

서선연 글,

오승민 그림

느림보

2015.2.13

이상희



4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문학예술 분야

빅 브러더

라이오넬 슈라이버/박아람/알에이치코리아

2015.1.30.발행/460쪽/13,000원


‘적어도’배우자는 선택하는 것이지만 가족은 우리에게 전혀 선택의 여지없이 부여된 숙명이며 때로는 축복이고 때로는 저주인데, 가족이 곤경에 빠졌을 때 얼마나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는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빅 브러더』는 미국 여성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이다.

화자 판도라의 오빠 에디슨은 한때 무척 잘나가는 재즈 뮤지션이었지만 인기가 떨어지고 따돌림을 당하게 되자 폭식으로 175kg의 거구가 된다. 그를 먹여주고 재워주던 친구의 부탁으로 그를 ‘잠시’ 떠맡게 된 여동생은, 겨울에는 남미와 유럽 순회공연을 떠난다는 오빠의 말을 믿고—또는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라며—남편과 의붓자식들의 눈치를 받으면서 그의 역겨운 폭식과 밉살스러운 말투도 참고 보살핀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고 나서 해외공연 스케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오빠를 그대로 표류하게 할 수가 없어서 집을 나와 오빠를 100kg 감량시키기로 ‘독한’ 결심을 한다. 다이어트식과 운동을 병행하는 참으로 엄격하고 비장한 과정과, 폭식의 원인인 오빠의 잘못된 자기도취, 특권의식을 바로잡는 노력을 거쳐 정확히 1년 만에 102kg를 감량시켜, 빛나는 재즈 스타였을 때의 외모와 몸매를 되찾게 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감량 성공 축하파티가 성대하게 열린 날 밤, 오빠는 여동생이 이제 남편에게 돌아가려는 것을 보고는 견딜 수 없는 배신감에 폭식을 해버린다.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사실 다이어트 강행 부분은 자기가 오빠를 끝까지 철저히 돌보지 못한 죄책감에서, 자기가 필사적인 노력으로 오빠를 감량을 시켰다 해도 오빠의 정신구조는 개조할 수 없어서 퇴행해 버리고 말았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기 위해 지어낸 부분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살과의 전쟁’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를 손에 땀을 쥐고 따라가게 만든다. 때론 살벌하지만 자주 유쾌한 유머로 독자를 달래며 빨아들이는 이 책은 인간의 몸을 통해 발현되는 마음의 질병들과, 인간의 교묘한 자기기만, 끈질긴 자기파괴적 성향에 대한 예리하고 가차 없는 고찰이며 절망적 절규이다.

- 추천자: 서지문(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문학예술 분야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카롤린 라로슈/김성희/윌컴퍼니

2015.2.24.발행/276쪽/22,000


미술관 나들이가 잦은, 혹은 미술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여 미술 관련 책자를 자주 들추는 사람들은 “이 그림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는 물론 대량복제가 가능한 세상을 살고 있어, 같은 그림을 여러 책자에서 접하다보니 생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시감은 같은 장면이나 내용을 담 은 그림들이 생각보다 많아서이기도 하고, 때론 전혀 다른 인물이나 대상을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구도나 빛의 쓰임이 비슷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듯, 뭔가 닮아 보이는 그림들을 3점씩 선별하여 모은 뒤, 그들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그러나 책제목이 주는 다소 추리적인 분위기처럼, ‘누가 누굴 베꼈을까?’를 추적하고 증거자료를 제시, 원작자의 독창성을 찬양하고, 베낀 자의 부도덕함을 고발하는 데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 책은 묘하게 데자뷔를 가능케 하는 그림들 간의 계보를 확인하고, “수십 년 혹은 수 세기의 간격을 두고 세상에 나온 작품들 사이의 혈연관계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즉 작품들의 근친성을 밝혀 그 이유를 조망하는 데 더 의의를 둘 뿐, 독창성의 신화를 굳이 반복하지는 않는다.

연대기적 나열이나 르네상스, 바로크 등 양식사적 설명, 혹은 지역별 미술의 특성 같은 미술 감상법에 식상한 독자들은 ‘같은 주제 다른 해석’, 혹은 ‘다른 대상, 같은 시각’ 등으로 작품들을 선별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을 통해 미술감상의 색다른 유희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큼직하면서도 선명하게 잘 인쇄된 도판도 독자의 눈을 시원하게 잡아챈다.

- 추천자: 김영숙(미술 에세이스트)

인문학 분야

책공장 베네치아: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김정하/책세상

2015.2.25.발행/388쪽/20,000원

부제에도 잘 드러나듯이, 이 책은 인류문명사에서 제대로 된 출판 산업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던 16세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전개된 각종 지식의 문자화와 그것의 확대재생산 과정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수준 높은 교양서이다. 특히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전거를 미주에 제시함으로써, 책의 신뢰도를 높일 뿐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지식의 축적과 대량 확산에 불가결한 조건인 출판의 활성화 정도는 그 문명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주요 기준인데, 인류 역사에서 보면 그 획기적인 시기가 바로 16세기였다. 이런 출판문화의 융성은 기술적으로 금속활자의 발명이 선행되어야 가능했는데, 15세기 중반에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사건은 16세기의 출판혁명을 가능케 한 결정적 디딤돌이었다. 이때부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200여 년 후에 이른바 ‘근대’라는 새 시대를 열 수 있는 지식의 축적과 확산 시스템이 유럽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문명권을 초월해 들불처럼 번져간 지식의 확대재생산 과정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전문서적 수준으로 성공적으로 엮어낸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는 14세기에 우리 선조들이 먼저 발명하였고, 그런 사실은 학교 교과서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그렇지만 어떤 획기적인 기술을 최초로 발명했다는 것과 그 기술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활용했는가는 서로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최초의 발명이라는 점만 강조하며 자의적 민족주의에 도취된 정도가 상당히 심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반 정서를 고려할 때, 이 책은 ‘최초’나 ‘최대’라는 집단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서 인류문명의 진화과정을 상식적으로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에 이 도서를 추천한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인문학 분야

사물의 철학

함돈균/세종서적

2015.2.28.발행/303쪽/15,000원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들은 대개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소개하거나 어려운 철학적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나와 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만들어왔던 추상적 사고들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따분하고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철저하게 ‘나’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내 주위에 있는 흔한 사물을 바라보고 느끼며 곱씹는 과정에서 나온 여러 생각들을 거리낌 없이 발산하고 있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이론이나 지식, 정보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대상에 대해 자유로운 발상과 거침없는 전개로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쓴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타우마제인(thaumazein)’이라고 정의내린 철학의 의미를 “당혹감과 놀라움을 가지고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활동”으로 본다면, 이 책은 무엇보다도 더 철학적인 책이다.

그런데 그 저자는 직업적 철학자도 아니고 철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문학비평가다. 그러기에 이 책은 철학자를 부끄럽게 하고 누구나 철학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철학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철학을 단지 논리적 추론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오해라는 점과 진정한 철학은 사물 자체와 그 사물이 나와 세계와 연관되는 의미의 체계에 대해 이해하는 인텔렉투스(intellectus)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노교수의 백팩이 학생들의 백팩을 한낱 가방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나’를 객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셀카봉이 정신의 영역에 적용되면 어떻게 신독(愼獨)의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긁고 퍼올리는 숟가락이나 찌르는 포크와는 달리 감싸듯이 집는 젓가락이 두 사람 사이의 인간다움이라는 공자의 인(仁)의 윤리를 상징한다는 예리한 관찰력과 상상력은, 인문학으로서의 철학이 과연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사회과학 분야

인비저블

데이비드 즈와이그/박슬라/민음인

2015.2.27.발행/360쪽/16,000원


성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가? 우리는 자기 홍보가 대세인 시대를 살고 있다. 남의 인정을 받고 인기를 누리는 것이 지상 목표가 되고 있다. 타인이 알아주지 않으면 ‘루저’인 것처럼 보이기조차 한다. 이 책은 이런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고 조용한 영웅들을 그려낸다. 진정한 충족감은 조용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권짜리 문화혁명이다.

저자는 그 자신이 언론사의 사실 검증 전문가(fact checker)로 여러 해 일했다. 기자들이 쓴 기사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명예훼손 등 자칫하면 소송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그러나 기사에는 기자의 이름만 나오기 때문에 독자들은 사실 검증 전문가들의 역할을 모른다. 이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비저블(invisibles)이다. 저자는 사실 검증전문가를 비롯,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빛내주는 녹음 기사, 라디오헤드의 기타 테크니션, 고층 건물 건축 현장의 촬영 기사 등 요란스러운 엘리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 인비저블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어디서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외부세계의 찬사를 받기보다 무명으로 남는 데 만족한다. 이들은 한마디로 내적 목표를 지향하는 조용하는 엘리트들이다. 겸손함과 자부심의 조화가 인비저블의 핵심이다.

꼭대기에 있는 천재가 팀을 훌륭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팀이 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천재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비저블이 진짜 영웅이다. 그러나 이 영웅은 보이지 않는다. 기립 박수도 받지 않는다. 그들을 보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인비저블은 행복하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은커녕 자신의 일에 만족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성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린다. 남의 시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 자체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얻는 우리 주변의 인비저블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추천자: 서병훈(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회과학 분야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스테파노 자마니, 루이지노 브루니/제현주/북돋움

2015.2.15.발행/408쪽/18,000원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의 이원론적 사회질서 즉, 시장과 국가 중심의 접근에서 소외되어 온 시민사회 경제이론의 기반을 찾고 있다. ‘찾고 있다’는 표현은 시민경제의 개념이 오늘날에 와서야 새롭게 창안된 것이 아니라 경제학 사상사에서 나름의 의미 있는 위치에 있었음을 나타낸다. 또한 시민경제는 오늘날에도 여러 모양의 이름(사회적 경제, 공유경제, 제3부문 등)으로 존재하며, 기능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이슈는 시장의 확대 및 효율성 논리에 기반한 접근이나, 시장을 필요악으로 보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보는 접근, 이 양극상의 어느 지점에서도 해결되기 어렵다. 저자들은 과거부터 그 기반을 찾을 수 있는 시민경제가 오늘날 자본주의의 경제 이슈를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시민경제의 핵심이 경제현상을 바라보는 전형적 레퍼토리인 이익 추구와 도구적 교환의 원칙을 넘어, 결국 인간의 사회성과 상호성이 경제활동의 중심 요소로 자리 잡고, 기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시민경제는 전통적 경제이론과 달리 관계재, 가치재, 일부 공공재, 공유지 등과 같은 시민재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특히 이 책은 자본주의의 주요 경제이슈 중 하나인 산업 생산성 증가에 따른 ‘해방된’ 가용 인력의 활용, 즉 고용이슈와 관련해 기존 생산영역을 벗어나 시민재화 생산으로의 인력 유입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실제적이고, 흥미로운 논의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시민경제는 무엇이고, 오늘날 왜 필요한지(1장), 시민경제의 역사적 흐름과 공리주의 등으로 인한 쇠퇴와 부활(2-6장), 시민경제의 주체와 경제이슈에 대한 해결방안(7-8장), 그리고 시민경제 관점에서의 새로운 행복론(9장)을 정리한다.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대하는 시민경제의 가치판단 접근은 오늘날의 경제현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보다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자연과학 분야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예병일/한국문학사

2015.3.5.발행/424쪽/14,500원


우리 눈에 비치는 의학의 모습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어제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을 마침 곁에 있던 의사가 구했다는 미담이 들렸다가, 오늘은 자격이 없는 이가 대리 수술을 해서 의료 사고를 일으켰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병의원을 전전하다가 출혈 과다로 사망한 산모의 이야기와 함께,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가득한 다른 지역의 사진이 실리기도 한다.

게다가 소수만의 전문 분야였던 지식이 질적 평준화와 때로 저하까지 수반하는 다수의 지식으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의학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식 있는 의사들이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려 애쓰기도 하지만, 인터넷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상충되는 의학 지식이 넘치고 있다. 연구자들도 이 흐름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어제는 술 한 잔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가, 오늘은 한 잔도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이 책은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 의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관점을 요약해 놓았다. “흔히 의학을 과학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 의학은 과학적 연구 방법을 도입하면서 크게 발전했지만 엄연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의학을 이해할 수 있다.”그래서 “인문으로 치유하다”라는 제목이 나왔다. 저자는 역사, 미술, 영화와 드라마, 윤리, 과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학을 살펴보면서, 과학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학을 결합한 관점에서 의학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똑같은 증상이라도 개인마다 처방에 대한 반응이 다른 이유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 체험 위주의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더 종합적으로 의학을 조망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익한 책이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실용일반 분야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샘터사

2015.2.10.발행/252쪽/14,000원


바야흐로 장수사회다. 늙어가는 속도와 범위를 감안컨대 한국사회의 은퇴이슈는 조만간 대형폭풍우를 동반할 게 확실시된다. 그렇다고 공론화하자니 여러모로 불편하고 위험하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까닭이다. 눈 질끈 감고 피해버리고픈 문제다. 그래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은퇴갈등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곪아터질 만큼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이슈도 많다. 간병공포, 고독사망, 무연사회, 독식(獨食)압박 등은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안심할 수 없는 게 주위를 둘러보면 이들 단어로 정리되지 않았을 뿐 한국사회에도 일반화된 복합난제다. 한국은 이미 고령이슈의 안전지대를 한참 벗어났다.

고령화는 전인미답의 길이다. 걸어가 보지 못한 길이니 좀체 알기 어렵다. 먼저 겪은 해외사례에서 미력하나마 힌트를 얻는 게 고작이다. 다만 역사적 경로 의존성이 달라 온전히 받아들일 순 없다. 고령사회, 은퇴갈등 등과 관련한 한국적 분석시도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책은 이 갈증을 풀어준다. 연구지원 덕에 2회에 걸쳐 무려 1,000명의 은퇴자를 조사한 결과를 묶어냈다. 한국의 고령인구가 왜 ‘품위’ 없이 고단한 인생 2막에 떠밀렸는지 이들 장삼이사의 개별사례를 빌어 정리했다. 책장과 필드를 두루 섭렵한 전문가답게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게 ‘버리는 기술’이다. 뭘 버리면 품위 있는 노후가 가능할까. 정답은 나를 뺀 모든 것이다. 희생과 헌신압박을 벗어버리고 올곧이 본인 인생을 위한 삶을 살 때 노후 안녕은 확보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되 과연 가능할진 모르겠다. 그래도 살금살금 마음의 준비라도 해두는 편이 낫겠다. 어차피 인생은 본인 것 아니던가.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유아․아동 분야

타임머신 북머신: 홍길동을 만나 금오신화로

권타오 글, 배종숙 그림/미세기

2015.2.13.발행/172쪽/9,800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 시리즈 등의 문학 작품을 우리는 ‘판타지’라고 한다. 마법이나 요정 등 초자연의 요소가 실제로 기능하는 세계, 작품의 무대를 현실이 아닌 가공의 신화적 세계에서 구하는 작품이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종이박스를 줍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상우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들 앞에 나서지 못하고 책을 읽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열두 살 아이다. 그런 상우가 복코 할아버지가 만든 ‘북머신’을 타고 책 속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에게 죽임을 당했던 을동 요괴가 되살아나 『금오신화』 속의 용궁을 찾아가 귀한 보물을 훔쳐가게 된다. 상우는 길동을 만나 청룡과 함께 힘을 합쳐 을동 요괴를 물리치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아이가 되어 현실로 돌아온다.

판타지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하며 달가워하지 않는 어른들이 많다. 하지만 『타임머신』이라는 소설이 발표된 지 120년이 지났는데도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아직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멋진 꿈을 꿔본 사람들이 진짜 타임머신을 만들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그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겨울 왕국』과 같은 영화에 감탄하면서 정작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오즈의 마법사』 같은 신비하고도 멋진 판타지 동화가 많지 않다. 우리의 고전 속에서 판타지를 찾는 작업을 시작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린 시절에는 마음껏 상상하고 꿈을 꾸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킬 것이고,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우리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유아․아동 분야

호랑이를 탄 엄마

서선연 글, 오승민 그림/느림보

2015.2.13.발행/36쪽/12,000원


퇴근 시각이 가까워진 사무실, ‘일하는 엄마’들의 휴대전화가 하나 둘 울리기 시작한다. “엄마, 언제 와?” 애틋한 목소리가 귀에 쟁쟁할수록 정시 퇴근이 쉽지 않거나 퇴근길 도로 정체가 유난한 법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돌봐주시는 분들이 깐깐한 경우엔 날개라도 달렸으면 싶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동동 발 구르게 된다. 뛰고 구르며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고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아이가 이렇게 외치기라도 하면 억장이 무너질 따름이다. “엄마, 왜 이제 왔어?”

『호랑이를 탄 엄마』는 그렇게 묻는 아이의 결핍감을 너끈히 다독이면서, 일과 육아를 양 어깨에 걸머진 채 허둥거리는 엄마 자신에게도 유쾌한 격려를 건네는 그림책이다. 어느 늦저녁, 간신히 빌딩숲을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는 엄마 앞을 호랑이 하나가 척 가로막고 위협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엄마는 옛이야기에서처럼 순순히 팔 다리를 내어주며 먹히기는커녕 부당한 횡포를 꼬치꼬치 캐어물으며 쫓아버린다. 그렇게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를 물리친 엄마는 거듭 앞을 가로막는 ‘팥죽할멈과 호랑이’며, ‘은혜 갚은 호랑이’며, ‘호랑이와 곶감’의 호랑이들과도 거침없이 적극적으로 대결하며 하나하나 용감하게 물리친다.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그림책의 환상적이고도 강렬한 그림은 원시 모성의 순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점에서 특히 이채롭다. 사생결단 날뛰는 호랑이를 타고 내달리다 집 근처 가로등을 붙들고 내림으로써 격전을 끝낸 엄마가 ‘…이래 봬도 난 두 아이의 엄마라고!’ 하며 외치는 장면에 이르러 그 모성 에너지는 최대치 불꽃을 터뜨린다. 그리고 마침내 두 아이를 껴안기 위해 팔 벌리며 적정 온기로 숨을 고르는 결말은 어린이 독자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만족감 넘치는 결말을 선사한다. 앞뒤 면지에 숨어있는 판타지의 입구와 출구, 아이들을 향해 달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겨 벗어던지지만 마지막 장면의 새 동아줄에 걸려 내려온 엄마의 빨간 구두 메타포, 엄마가 호랑이들 각각의 작태에 비유하는 몰염치하고 폭력적인 존재의 고발은 그림책의 수위를 가늠해보게도 한다.

- 추천자: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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