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진아~ 시가 되어라~

동네에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도서관’은 ‘책’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작은도서관’은 ‘책’과 ‘사람’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입니다.그렇기에 ‘도서관’이라는 말에는 그곳이 공립이든사립이든 이미 ‘공공도서관’의 ‘공공’의 의미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해서 모두 공공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더욱이 사립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데 운영만으로도 벅찬 작은도서관에서 공공의 역할을 어떻게충실하게 할 수 있을까?

 

늘 어렵긴 해도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 조합은 이런 문제의식을 잊지 않으려고매 총회마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논의결과 늘 아쉬웠던 부분이 무료 강좌를 열어 풍성한혜택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경기도와 행복한도서관재단으로부터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이라는말을 듣게 되었고, 어떻게든 동네 분들에게 이 혜택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동네도서관’이라는이름으로 문을 연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이 드릴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 : 소외된 어른 강좌, 넘치는 아이 강좌

이번 지원사업에 기획한 프로그램은 ‘사진아~ 시가 되어라~’입니다. 제목에서금방 알 수 있듯이 ‘사진’이라는 장르를 배우고, 그 사진을 보면서 ‘시’를읽고 쓰는 강좌입니다. 또한 거기에 북아트를 접목해 마지막으로 다이어리를 만드는 프로젝트 강좌였습니다. 대상은 어른이고, 분야는 사진, 글쓰기, 북아트 세 장르입니다. 이런 어른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문화복지 부분에서 소외된 어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한데, 현실은 아이들의 미래에만 매달려 어른(혹은 부모)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행복을 찾을 기회를 많이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책읽기도 좋고 토론도 좋고 강의도 좋지만자기를 꺼내어 들여다보는 데는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어른 프로그램인 인문학 강좌는 잠시 접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꼭 하고 싶었던프로그램이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에는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글쓰기, 그것도 수필이나 소설이 아닌 ‘시’로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시’는 다들 어려워 하지만, 사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물론 짧기도하니까요.^^

이런 이유가 있긴 했으나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 입장에서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참여자가 있을까? 참여한다 해도 글쓰기는 꺼려할 텐데... 그것고 ‘시’는 더욱꺼려할 텐데...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그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세 장르를 통합한 ‘프로젝트 강좌’입니다.


서 말 구슬을 꿰는, 프로그램 진행 방법

 사진아~ 시가 되어라~’는 세 장르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사진(영상), (문학), 북아트(만들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 강좌를 총망라한 축제를기획했습니다. 전시회와 낭송회를 겸한 축제였습니다. 이 셋가운데 가장 어려운 수업은’(문학)였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사전에 설문조사를 했더니 사진이나 북아트는좋은데 글쓰기는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장르간 연결이었습니다.

사진 강좌는 언제 열어도 모두에게 환영받는 강좌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진 강좌를 잘 활용하여 모두가 어려워하는 글쓰기까지 연결해보자는 기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곤 이 두 강좌의 결과물을 북아트로 만든 자신만의 다이어리에 담을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꿈을 기록할 비밀 다이어리인 셈입니다. 대략의 세부계획은 아래와 같습니다.

(표 1) ‘사진아~ 시가 되어라~’세부계획표

‘사진아~ 시가 되어라~’ 세부계획표
프로그램 주제 강사
프롤로그 특강 (1차시) 작가와 만나다 작가 주상태(특강)
사진 강좌 (2, 3차시) 찰라는 아름다워~!! 김도현
시 강좌 (4차) 우리도, 시인! 시인 이문재(특강)
시 강좌 (5, 6차) 시 보기. 시쓰기 이승희
북아트 강좌 (7, 8, 9차시) 2013년 아트다이어리 만들기 최난경
에필로그, 전시회 및 낭송회 (10차시) 사람아~ 따스함이 되어라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 진행



강좌별 진행 - 프롤로그 작가특강 ‘사진아! 시가되라’ 

프로그램 전체를 들여다보기 위한 특강 시간으로, ‘사진아~ 시가 되라’라는 책의 저자를 직접 모셨습니다. 사진 한 장의 이미지를 관찰하고, 거기에서 떠오르는 자기의 경험을엮어 글로 쓰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글쓰기의 어려움 때문에 두려워하던 참여자들이 놀이처럼 전개되는 수업과정에마음을 놓았습니다. 이 과정은 이렇습니다.

 

ü 1단계 : 사진을 고른다.

ü 2단계 : 사진에서 떠오르는 말들을 모두다 열거한다.

ü 3단계 : 열거한 말들 가운데 주제를 찾아낸다.

ü 4단계 : 주제에 맞춰 시어로 다듬는다.



강좌별 진행 - 사진 교실

사진 강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짧게 배정되었다며 아쉬워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으신 분은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등 카메라의능력을 발휘하는 핸드폰을 이용해 사진 강좌에 참여했습니다. 첫 시간은 이론 강좌를 빨리 끝내고 실내촬영을하였습니다. 둘째 시간에는 본격적인 출사를 나갔습니다. 실외와실내 촬영이 가능한 곳으로 동네를 살피며 다녔습니다. 여전히 참여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좌별 진행 - ‘시’ 보기

사진에 이어 시 교실이 이어졌습니다. 시교실은 너무 어려워했던 터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먼저 영화 ‘시’(이창동 감독, 윤정희주연)를 보고 그 감상을 이야기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나누다 보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글쓰기는 한결 수월해질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영화가 워낙 훌륭해서 참여자들은 영화가 끝나도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야기 나누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김용택 시인이 말하는 ‘시 교실’도 참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좌별 진행 - ‘시인특강’ 교실

영화 ‘시’ 감상 시간은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감동에 이어 ‘시인 특강’ 강좌를 진행했습니다.이문재 시인의 특강은 워낙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소문을 듣고 찾아 왔습니다. 이 날만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글쓰기의 어려움을 다 잊고 오로지강의에만 몰입하였습니다. 글쓰기의 목적부터, 글쓰기의 방법까지... 여백과 내용을 적절히 조절한 시인의 강의는 참여자들에게 삶의 이유를 되찾아 준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강좌별 진행 - ‘시’ 쓰기 교실

‘시’ 교실 마지막 단계입니다. 영화 ‘시’ 보기를 통해 마음을 열고,‘시인특강’을 통해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우선, 글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 조금 더깊이 들어갑니다. 이 마지막 단계는 참여자 스스로 써야 할 시간이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글쓰기 교실은 진행이 가장 중요합니다. 참여자가글을 쓸 수 있도록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했던 그 이야기를 글로 전환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참여자가 부담을 느낀다면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프로그램은 ‘사진’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그 ‘사진’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만의 이미지들을 걸러내 글로 쓰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참여자들이글쓰기의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프롤로그 시간에 한 번씩 해본 터라 조금 수월한 것같습니다.


강좌별 진행 - 북아트 교실 ‘나만의 다이어리 만들기’

사진과 시 강좌를 통해 결과물이 만들어졌고, 이제그 결과물을 담을 다이어리를 만들 시간입니다. 북아트로 진행하는 수업이라 참가자들 대부분이 처음 접하는분야였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만드는 작업이라 그런지 참가자들은 심혈을 기울여작업에 몰두합니다. 자르고, 꿰매고, 망치로 박고... 책을 만드는 일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놓고는 서로 칭찬을 했습니다. 다들 전혀 예상하지못했던 다이어리라고 감탄을 주고 받았습니다.


강좌별 진행 - 전시회 및 낭송회

전시회 및 낭송회는 작품 결과를 서로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리로 끝내지 않고 작은 잔치로 진행했습니다. 사진도 커다란인화지에 인화해서 액자틀을 종이로 만들어 옷을 입히고, 다과도 준비했습니다. 갤러리 분위기를 내려고 도서관 외벽에 커다란 천을 걸고 그 위에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오가는 분들이 전시회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게 말입니다. 도서관이상가 건물 6층에 있고, 이곳에는 학원과 여러 사무실들이밀집해 있는데 오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되는 겁니다. 

낭송회는 이 사업의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기획하고 진행했던 도서관에서도 이 낭송회가 어떻게 펼쳐질지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이런 걱정은 모두 기우였습니다. 낭송회를 위해 각자 ‘시’를 준비하고, 꽃단장까지 갖춰(?)준비하셨습니다. 낭송회는 코끝이 시리기도 하고, 가슴이저려오기도 했습니다.

이십 여 년 전, 꽃다운 청춘에 샀던 시집을꺼내 밑줄 그으며 읽었던 부분을 마흔 넘어 다시 읽는 감회가 우리 모두를 짠~한 감동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또 자작시를 낭송해 주신 분들은, 이즈음 살고 있는 현재 자신의모습을 돌아보며 애처로워하기도 했습니다. 고생하는 가족과 남편 생각에 울컥 눈물이 쏟아져 모두의 눈시울을적셔준 참가자도 있었고, 우리를 시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이문재시인’에 관한 고마움이 담긴 시도 낭송되었고, 다시 태어나면나무가 될 거라는 소망을 낭송하시기도 했고, 60세 넘으신 참여자께서는 자화상을 낭송하시기도 했습니다. 숨겨 두었던, 아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던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하나씩 둘씩 시 낭송회를 통해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에피소드

북아트로 다이어리를 만들 때 이야기입니다. 만들고나니 너무 예쁜데 ‘하나뿐인 이 다이어리를 누가 쓸 것인가’라는게 화두가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비밀 일기장으로 쓰겠다는 분, 초등학교다니는 딸의 생일 선물로 주겠다는 분, 남편 선물로 주겠다는 분 등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 중 제일 연장이신 할머니께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답변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줄 거라 하셨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도아니고, 딸도 아니고 여자친구에게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듣고 잠시 모여 앉아 인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식은 품고 있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떠나보내야 할대상이라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해 주신 겁니다. 아들이 자라고, 여자친구가 생기고... 그렇게 자라는 아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이별연습 중인 삶이라고 여긴다 하십니다. 젊은 엄마들은 후~ 하는 한숨을 쉬었답니다.(^^)


참여자들의 반응

도서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동네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고맙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어서...”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언제 이렇게 사진도 배우고, 시도 쓰고, 북아트라는 걸 해보겠냐는 말씀들이었습니다. 주로 아이들 대상으로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어른들이 참여하는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었다며 이런 기회가 더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글쓰기 시간을 획기적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시’쓰기여서 더욱 그러했다고 말입니다. 사실 글쓰기도 어려운데 ‘시’쓰기는더 난감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참여해 보니 글쓰기가 주는 효과가 컸다고 하십니다. 물론 다른 강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도서관에서는 오전 시간을 이용해 여러 어른 강좌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글쓰기 강좌를 넣을 계획입니다. 그것도 지속적으로열 계획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특강을 통해 글쓰기의 기본을 배워야 할 겁니다. 이 때 강사지원을 외부에서 해주신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참 좋을 것 같습니다(^^).또 사진 강좌의 경우는 그동안 기대하셨던 분들이 워낙 많으셔서 다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10시간 강의 중에 2시간으로 기획한 강좌여서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신분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프로그램 자체 평가

짧은 시간에 기획과 진행을 해야 하는 사업이라서 정신없이 치러진 강좌였습니다. 시간이 더 여유 있었다면 여러 면에서 참가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단지, 글쓰기, 사진, 북아트라는 강좌를 듣고 능력을 계발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기획했던 것 이상으로 참여자들 스스로 적극적으로수업을 이끌어 가셔서 진행자인 도서관으로서는 행복했습니다.      

낭송회와 전시회를 통한 마지막 마무리는 특히 좋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허물지 못한 벽들이 조금씩 있었는데(10시간 강의를 통해 서로가아주 가까워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글쓰기와 낭송회는 자신을 내보이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도서관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 나누고, 서로가가진 능력들을 나누어 가지려 합니다. 구연동화를 할 줄 아는 엄마에게는 그걸 배우기로 하고, 뜨개질을 잘 하는 엄마에게는 그걸 배우기로 하고, 60세가 넘으신어르신께는 삶을 배우기로 하고...

저희 도서관 이름은 ‘재미있는 느티나무온가족도서관’입니다. 저희 도서관에서는 ‘온가족’이란 말에 방점을 찍습니다.아이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청소년만을 위한 곳도 아닌,온가족을 위한 작은도서관! 어른들은 공부하고 아이들은 놀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 가지는 그런 작은도서관이 되기를 꿈꿉니다. ‘책과 함께 커다랗게 꿈을 꾸고, 이웃과 함께 재미있는 삶을 가꾸어’ 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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