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행복한아침독서]책 조각으로 상상한 읽기 전 활동

행복한아침독서

책 조각으로 상상한 읽기 전 활동

책을 가지고 긴 여행을 떠나는 첫 시간입니다. 선생님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맞이하시나요? 저는 보통 아이들과 책 표지와 날개를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판권장에 나와 있는 판과 쇄의 의미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책갈피를 하나씩 선물로 나누어줍니다. 책갈피를 선물하면 다음 시간에 “몇 쪽 펴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4학년 아이들과 학기 초에 ‘책 조각’이라는 방법으로 하야시 기린의 『그 소문 들었어?』(천개의바람)의 첫 순간을 맞이해보았습니다.


<그 소문 들었어?>


하야시 기린 쇼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천개의바람 2017.09.20.

거짓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슬며시 찾아오지만, 진실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당연한 비난을 받기 마련인데 그 주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방관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동화 『그 소문 들었어?』. 욕심 많은 금색 사자가 착한 은색 사자를 누르고 왕이 되기 위해 거짓 소문을 낸다. 동물들은 생각도 않고 금색 사자의 말을 이쪽저쪽 옮기고, 그렇게 은색 사자는 누명을 쓰게 된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점점 부풀려지고. 결국, 금색 사자의 꾀에 넘어간 나라는 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우리는 망해버린 나라를 보며 누구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거짓된 이야기를 꾸민 것은 금색 사자이지만, 거짓 이야기가 소문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동물들의 입방아가 필요했다. 누군가 단 한 번이라도 은색 사자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생각하고, 확인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러한 동물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가 커다란 소문이 되는 과정이, 소문은 어느 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표지 보고 떠오르는 낱말 이야기하기

아이들과 표지를 보고 떠오르는 낱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반지와 금색 갈기를 보고 ‘부자’를 떠올린 아이도 있었고, 와인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 같아서 ‘유혹’이라는 낱말을 떠올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 활동만으로도 아이들은 이미 책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소문 들었어?』는 아이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인 ‘뒷담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소문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는 근거 없는 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책 조각 읽고 첫 느낌 적기
책 조각은 작품에 있는 문장들을 한 문장씩 조각낸 것입니다. 작품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문장들은 조금 아껴두고 우리 반 아이들 스물 일곱 명에게 한 조각씩 나누어줄 수 있도록 책 전체에서 골고루 문장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한 사람 분량의 ‘책 조각’을 각자 읽었습니다. 그 후에 문장에 대한 자신의 첫 느낌을 개인 화이트보드에 적었습니다. “뭘까?”라는 한마디만 써도 좋고 “사자 이야기인가?”도 좋습니다.
책 조각 나누기
아이들은 책 조각을 가지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세 명의 친구에게 자신이 쓴 문장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세 명의 친구가 가진 책 조각의 내용을 듣고 다시 모둠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둠으로 돌아온 뒤에는 자신의 정보와 다른 친구들에게 들은 정보를 짧게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떤 이야기일지 상상하고 정리하기
모둠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자신들의 책 조각을 연결하고 또 다른 모둠 친구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일곱 개 모둠에서 일곱 개의 이야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때 작품 속 이야기의 단서가 될 만한 책 조각을 모둠별로 하나씩 더 나누어주었습니다. ‘보너스 책 조각’입니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활동의 의미가 ‘자유롭게 예상하고 상상해보는 것’임을 강조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정답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던 아이들은 이 활동의 의미를 깨닫자 한결 가벼운 모습으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인물, 사건, 결말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사건은 세 문장 정도로, 결말은 한 문장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책 조각으로 상상한 이야기 나누기
모둠에서 상상한 이야기를 전체 친구들과 나누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소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탄핵 관련 이야기, 백성들의 신망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책을 읽고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활동보다 몇 개의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책을 읽기 전에 상상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발표 장면을 영상으로 하나하나 담아두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함께 보면 작품을 다양한 방향으로 변주해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책 조각’을 통한 작품과의 첫 만남 이후 아이들은 책의 진짜 내용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나눌 때 꼭 필요한 ‘작품에 애정 갖기’에 성공한 겁니다. 또 아이들이 뒷소문에 대해 가진 생각(출발점)들을 알 수 있어 다음 활동들을 계획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 시간의 목표, 작품에 애정 갖게 만들기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책 수업을 위해 수많은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책을 만나는 첫 시간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받게 된 책 한 권을 그저 또 하나의 교과서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래서 책을 가지고 하는 첫 수업 시간에는 책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 저 책 한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생님의 준비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준비도 세심하게 살피면 좋겠습니다. 저학년 아이들과는 책 속에 나오는 물건들을 직접 살펴보며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학년 아이들과는 작품 속 주제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해보며 작품 속 상황과 아이들의 생활을 연결 지어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유새영_나주중앙초 교사, 책과 교육연극을 고민하는 교사모임 운영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9/04/01/2019040109410014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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