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물푸레 작은도서관
책과 함께 피어나는 우리 동네 작은 정원
물푸레 작은도서관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 상가건물이 즐비한 거리를 문화의 향기로 물들이는 곳이 있다. 지역 독서문화운동을 이끌며 성남시 작은도서관 계의 큰 형님으로 자리하고 있는 물푸레 작은도서관이 바로 그 주인공. 주택과 상가 지구가 혼재되어있는 공간 속에서 책과 사람이 모여 함께 성장해나가는 물푸레 작은도서관을 만났다.
금광동 일대를 독서문화로 물들이다
2000년대 초반 금광동,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성들은 힘을 모았다. 엄마들을 필두로 2003년 성남여성회가 만들어지고, 2007년 여성회 회원들이 만든 물푸레 작은도서관이 개관한다.
나무의 껍질을 벗겨 물에 넣으면 물이 푸른빛으로 변해 물푸레라 지었다는 물푸레나무는 튼튼하고 단단해 쉽게 변하지 않는 성질을 지녔으며 또 다양한 약재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운영진들은 물푸레 작은도서관에서 시작된 독서 문화가 금광동 전체를 물들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 명을 물푸레라 정했다.
도서관은 굽이굽이 높은 언덕 꼭대기에 문을 열었다. 운영 초반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엄마들과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도서관을 운영하던 중 재개발 문제로 이전이 불가피해 지금의 공간으로 이사 왔다. 현재는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은퇴한 어르신들의 방문률도 높아지고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전면이 통유리로 돼있어 탁 트인 느낌을 주고 창문 앞에 놓인 초록빛 식물들까지 더해 독서의 맛을 한층 더 살려준다. 물푸레에서는 책과 함께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식물들이 도서관을 장식하고 있어 씨앗이 새싹이 되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과정까지 만나볼 수 있다.
초록빛 식물을 뒤로하고 도서관 깊숙이 들어서면 물푸레 아이들만의 아지트도 만나볼 수 있다. 원목으로 꾸며진 다락방에서 친구들과 간식을 나눠 먹고, 편안히 누워 책을 읽기도 한다.
도서관의 자랑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운영진들이다. 운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서향수 관장은 여성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물푸레까지 맡게 되었다. 서 관장은 “아이가 기저귀 쓸 때부터 와서 성인이 될 때까지 활동한 회원들이 많아요. 그동안 아이만 성장한게 아니랍니다. 엄마들도 도서관을 운영하며 성숙해지고 강해졌어요.”라며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엄마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며 15년간 마을공동체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물푸레 작은도서관. 금광동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보물 같은 공간으로 오늘도 밝게 빛나고 있다.
‘가드닝’으로 꽃길이 가득한 마을
물푸레는 마을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금빛마을 걸어서 한바퀴’가 있다. 마을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아늑한 쉼터를 조성하며 마을을 생기있게 바꾸는 프로그램으로 어느새 7년째 운영 중이다. 낙후된 공간이 많은 금광동에 쉬어 갈만한 공간을 만들고 힐링을 위한 꽃과 나무를 심는다. 삭막했던 회색빛 동네가 활기 넘치는 푸른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운영진들은 깊은 보람을 느낀다.
활기를 띄는 마을을 보며 도서관 회원들도 동네 가꾸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물푸레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을 한 나무 의자를 골목 어귀에 만들고, 휑한 텃밭에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을 심었다. 봉사단 덕분에 금광동 일대는 풀내음으로 가득한 생기 있는 동네로 변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주목하는 패션 아이템인 한복을 만드는 ‘생활 한복 만들기’도 눈여겨볼만 하다. 회원들은 직접 바느질을 하고, 재단하여 만든 한복을 실생활 속에 착용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것 같은 한복이 아닌 편안한 생활 한복을 만들 수 있는 물푸레만의 색다른 프로그램은 많은 이용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3년 동안 함께 그림을 그린 미술 동아리도 물푸레의 자랑거리다. 회원들은 소소한 팝아트로 시작해 다양한 수채화까지 수준 높은 작품들을 그리고 있다. 또 전시회 탐방으로 미술적 지식을 쌓기도 한다. 열정적인 회원들은 경기도 제부도 그림 공모전에 참가해 선정되는 쾌거를 보여주기도 했다.
주 이용층인 여성들을 위한 동아리도 있다. 엄마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 동아리, 인문학과 신비로운 타로를 함께 배우는 인문타로 동아리,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걷는 기행 동아리, 역사적 사실을 토론하는 역사 동아리 등이 활발히 운영된다.
운영진들은 마을 근처 상인들을 위해 희망 도서나 베스트셀러 등을 책 수레에 담아 전달하는 책 배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1인 점포가 많아 가게를 비울 수 없었던 상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다. 꽤 오랜 시간 책 배달로 상인들을 만나다 보니 고정 이용자도 생기고 이제는 직접 도서관을 찾아주는 주민들도 생겼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용자들을 만난다. 성인 대상으로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세밀화 그리기, 식물을 함께 심는 식물 테라피, 버려지는 양말목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양말목강좌, 가죽공예, 도자기공예,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우쿨렐레 등을 운영한다. 어린이 대상인 보드게임, 역사 교육 등의 활동까지 도서관의 일주일을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운다.
안정적인 초록빛 물푸레를 꿈꾸며
이렇듯 역동적인 운영을 자랑하며 성남시 작은도서관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물푸레 작은도서관. 운영진들은 공모사업에 도전하거나 후원금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무언가를 기획할 때 예산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주위에 새로운 아파트가 만들어지면 임대료 상승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럴때면 계속 구석으로 몰리는 느낌이 드는데 아무래도 조금 속상하죠. 운영진들이 발로 뛰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가끔 지칠 때도 있습니다. 좀 더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때론 고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하기에 작은도서관은 주민들과 마을을 위해 꼭 존재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운영진들. 하루 빨리 현실적인 사립 작은도서관 예산이 책정되어 걱정 없이 지속가능성을 보장받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초록빛 미래를 꿈꾸려 합니다. 물푸레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예정이에요. 어떤 것이든 물푸레와 함께라면 함께 해낼 수 있는 활기찬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물푸레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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