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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
“이주민들이 책으로 환대받는 기분이래요”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
특히 안산시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지난 3월 안산시 통계의 외국인 주민 현황을 살펴보면 안산시 외국인 수는 약 8만 1,000명으로, 전체 지역 주민 73만 7,000여 명 증 약 11%가 외국인이다.
한국 포함 105개국의 사람들이 동고동락하는 지역으로, 이곳에는 국내 최초 다문화 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단순히 그 나라의 언어로 된 도서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김기영 관장의 설명이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2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김기영 관장을 만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에서의 도서관 역할과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안산 다문화 작은 도서관은 2008년 10월 개관한 최초의 다문화 도서관이다. 일반 도서관과 무엇이 다른가?
우선 캄보디아, 베트남, 라우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24개국의 책이 비치돼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가족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을 찍고 싶은 주민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번쩍 사진관’과 기증되는 의약품이나 식재료 등을 이용자분들이 편히 가져갈 수 있는 ‘나눔 곳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정보가 부족한 사회는 아니다.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다 찾을 수 있고, 책이나 유튜브 등 콘텐츠도 넘쳐난다. 정보나 콘텐츠가 많을수록 관계에 대한 욕망, 관계가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은 만남의 장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세계 각국의 책을 다루는데, 새로운 책 구매 시 기준이 있는가?
일반 도서관에서 책은 보통 사서가 구입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여러 나라의 도서를 취급하는데 사서가 모든 나라의 말은 모른다. 우리는 나라별로 총 20분 정도의 ‘세계 명예 사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각자 본인 나라의 베스트셀러를 알기 때문에 명예 사서분이 책을 추천해 주시면, 우리가 유튜브 리뷰 검색 등 크로스체크해 도서를 구입한다.
- 이용자들이 느끼는 다문화도서관은?
타국 방문 시 내 나라말로 된 책을 보면 반갑다. 이곳 이용자분들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이용자분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자기 나라말로 된 책을 기증해 주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책이 귀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경제 사정이 다르고 책의 보급률도 다르고 문맹률도 다르다. 자기 나라말로 된 책을 한국에서 처음 봤다는 분도 있었다. 실제로 책을 통해서 환대 받은 느낌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또 사회주의권에서 도서관은 공공재가 아니다. 사립 도서관이 있는데, 사립 도서관들은 유료다. 저희가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공짜냐는 것이다. 그분들이 보시기에 한국의 도서관 시스템은 천국이라고 하고 놀라워하신다.
- 이주민이라서 겪는 불편함은 없나?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이주민이라서 겪는 어려움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차이다. 가끔 봉사하러 오셔서 ‘다문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면 될까요?’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편견에서 시작된 친절이다. ‘옆집 아이 대하듯이 하시면 된다’라고 얘기한다. 이주 여성의 자녀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 국적을 갖고 한국말을 쓰는 한국 아이들이다. 분류하는 것 자체가 이중 차별이 되는 것이다. 안산은 중도 입국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중앙아시아권에서 살던 러시아어를 쓰는 고려인 4세다. 이 친구들은 문화가 완전히 다른데 동포인 것이다. 초기 한국 적응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적으로 도와줘야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이고 한국에 계속 머무를지 모르기 때문에 지원에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 이용하는 데 제한이나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우선 도서관 홈페이지 가입 시 아이핀 인증이나 휴대전화 인증을 받는데,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으면 인증을 할 수 없다. 한국은 휴대폰이 신분증이다. 한국적인 방식으로는 너무 쉽고 당연한 건데, 외국인은 그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도서관은 문턱이 높지 않은 보편복지여야 한다. 규제를 없애는 작업을 통해 누구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빌려 갈 수 있는 문턱 낮은 도서관이 돼야 한다.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용자들이 줄진 않았나?
코로나 이후에 이용자가 굉장히 줄어들었다. 일단 개인 정보를 적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특히 사회주의권에서는 국가에 본인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고 들어와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많이 안 온다. 두 번째는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이용하는 노동자분들이 많으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건물 자체가 주말에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책 읽어주는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에는 한국어로 된 책 15권, 특정 국가의 책 15권 등 총 30권을 한 상자에 담아 2주에 한 번씩 배달하고 있다.
- 다문화 도서관이 이주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주 여성분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단계가 있는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오게 돼 한국어를 아예 못 하실 때는 외출하거나 무엇을 이용할 때 극도로 제한적이다. 기초 한국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 도서관에 오신다. 책도 보지만 사실은 여기 와서 관계를 맺고 육아 정보 등 여러 정보를 교환한다. 초기 적응을 하고 어느 정도 아이가 자라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그런 흐름이 있다. 우리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으로 규모는 약 23평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커뮤니티가 굉장히 끈끈하게 만들어진다는 강점이 있다. 편하고 끈끈하게 모일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외국인 강력 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이곳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기도 하는데.
타국에서 살다 보면 조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곳 이주민들은 행정 권고나 명령을 크고 무섭게 인식한다. 한국인들은 헬멧 미착용 단속 시 벌금으로 끝난다면, 이주민들은 3회 이상 단속된 사실이 기록에 남는 경우 비자 연장에 제한이 생긴다. 이들이 느끼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고 규칙을 굉장히 잘 지킨다.
혐오와 편견은 언론에서 시작된 것 같다. 반포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살해 사건과 원곡동의 사건을 다루는 방법이 굉장히 다르다. GNP 인종주의라고 해서 똑같은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잘 사는 사람이 한 범죄는 작게 다루고, 어렵고 가난하고 힘든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범죄를 굉장히 크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다뤘다. 강력 범죄는 대림동에서도 있을 수 있고, 안산에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안산의 인구 대비 범죄율을 보면 높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만남이고 경험인 것 같다. 직접 경험해보면 ‘아 아니구나’라고 자신의 편견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근데 와보지 않으면 자기가 무슨 안경을 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남의 입장에 대해 보려면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봐라’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으려면 내 신발을 벗어야 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예전에는 이주민들의 어렵고 힘든 부분을 다뤘다. 어려움을 호소해야 지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을 통해 다문화 관련 예산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 편견이다.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편견은 이주민들이 만들어냈다기보다 한국에서 지원을 위해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여전히 어렵고 힘들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다각도로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국경을 넘어 산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도전적인 생각,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본인의 선택으로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으로 국경을 넘은 것이다. 한 분 한 분이 본국과 한국의 연결망인 커넥터들로서, 가능성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분들은 몸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갖고 오는 것이다. 이제 다문화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를 우리가 배우고 그분들도 우리의 문화에 섞이는 ‘상호 문화’인 것이다. 서로의 문화가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면서 같이 발전해나가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그런 공간으로 봐주길 바란다.
■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 출처 : 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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