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인천] 와글와글 작은도서관
만수동의 마을 문화를 꽃피우는 시장 옆, 문화사랑방
와글와글 작은도서관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은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승백이시장 옆에 자리한 작은도서관이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며 책과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천여성회 남동구지부에서 조성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주민친화적 공간을 꿈꾸는 와글와글은 오늘도 사람 사는 정겨운 소리가 들려온다.
도서관이 와글와글해도 되나요?
장승백이시장은 지역의 초입에 장승이 세워진 마을이란 뜻의 ‘장승백이’에서 가져왔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늘 주민들을 지키는 장승백이 시장은 남동구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친근한 상인들의 목소리와 복잡한 상가들 사이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새어 나오는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이 보인다.
2013년 10월 31일 문을 연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은 NGO 단체인 인천여성회 남동구지부에서 운영한다. 마을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회원들은 작은도서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적은 예산으로 소박하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월세랑 관리비 부담이 적은 곳을 찾았고, 한 회원이 갖고 있던 책으로 서가를 꾸렸다. 운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구순례 관장은 남동구지부장으로 역임할 당시에 도서관이 만들어져 자연스레 관장직까지 맡게 됐다.
도서관명 ‘와글와글’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다. 시장 안에 있으니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보다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이름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와글와글이라 정했다.
“운영 초반에는 조용한 도서관이 어떻게 와글와글할 수 있냐고 묻는 이용자들도 있었어요. 딱딱한 이미지인 도서관과는 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도서관엔 딱 맞는 이름이었어요. 아이들이 편하게 와서 언제든 책을 읽고, 상인들도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했죠.”
도서관은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다. 지금까지 안정적인 운영 또한 단연 자원봉사자들 덕분이었다. 구 관장은 “여성들의 노동이 자꾸 자원봉사로 취급되는 것이 불편했다.”며 “작은 금액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소정의 교통비 정도지만 열심히 해주시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주한 시장 내에서 유유히 자리를 지키는 와글와글 작은도서관. 자못 정적인 공간처럼 보일지 몰라도 자신들만의 속도로 시장 안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도서관은 2019년에 리모델링 사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전에는 서가도 얻어온 것을 썼고 겨울에는 연탄을 뗐을 정도로 열약한 상황에서 운영을 해왔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의 작은도서관 긴급지원 119 사업을 후원받아 냉난방기를 설치했고, 시장에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생기면서 도서관 리모델링을 지원받았다.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은 시장 초입에 위치해 지역 주민에게 잠시 쉬어가는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장으로의 고객 유입을 위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남동구 일대 자연을 수호하는 와글와글 생태환경지킴이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은 주민들과 알찬 일상을 함께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상인들을 위한 책배달 등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지역의 유관기관과 협업해 운영하는 마을교육활동가 양성과정이 있다. 근처에 장수천과 인천대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어 생태 교육이 용이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생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지금, 알고 있어야할 생태 지식들을 탐구하고 공부한다. 또 실제 소래습지에서 아이들과 생태놀이를 하고 게와 조류 등을 관찰하며 자연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생태 환경을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 보호를 위한 작은 행동들을 한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제작하고, 인공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천연비누와 로션 등을 만들어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하는 ‘얘들아 마을에서 놀자!’도 활발하게 운영한다. 도시 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할 전래놀이를 하고 소감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다. 실뜨기,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등 부모 세대들이 즐겼을 놀이문화를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구 관장은 “단순한 놀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래놀이는 부모와 자녀를 잇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며 전래놀이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말했다.
다양한 주제의 동아리 모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페미니즘을 나누고 연대하는 페미니즘 동아리, 몸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을 위한 활동도 함께 하는 건강 동아리, 공연도 보고 책도 읽는 문화예술 동아리, 그림책을 주제로 치유의 시간을 갖는 그림책 동아리 등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는 다채로운 동아리들이 운영된다.
이외에도 일회성으로 운영되는 문화프로그램과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 관련 강좌들이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와글와글이 문화 공간을 넘어 여성들이 다시 한번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염원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양성과정을 기획, 운영한다.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마을박물관을 꿈꾸며
2013년에 개관해 올해로 9번째 생일을 맞은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의 앞으로 과제는 마을 박물관 만들기다. 마을과 시장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마을 아카이브 같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게 운영진들의 바람이다.
“도서관이 바탕이 되어 마을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어요. 작은도서관은 마을 사랑방이라고 하잖아요. 주민들이 도서관에 와서 사랑방 드나들듯이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곤 하셔요. 와글와글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넘어 기록하는 일을 해보려 해요.”
구성원들의 열정 넘치는 와글와글 작은도서관이지만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처럼 예산에 대한 고민은 안 할 수가 없다. 운영 초기에 건물 재정 문제로 큰 위기가 오면서 후원 주점을 운영하고 이것저것 살림살이를 팔아 극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실정이다.
쉽지 않은 운영이지만 운영진들의 얼굴은 밝다. 도서관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운영진들. 앞으로도 장승백이 시장을 지키며 마을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마을박물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 와글와글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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