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그림책을 만들면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올해 초, 인천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사업’에 지원서를 내면서 책방 운영자로서 막연하게 해왔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 뭐였는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림책 도서관·그림책 전문 책방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등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고민을 하면서 새삼 마음에 들어오는 단어들이 있었다. ‘마을’, ‘동네’, ‘주민’, ‘연대와 소통’...같은 단어였다. 마을 안에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어 삶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당연한 것들이지만 새삼스럽게 새롭게 와 닿았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문화 오아시스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제목은 [우리 마을 그림책 공작소]이다. 세부 내용은 ‘내가 만드는 그림책/ 우리 마을 미술관/ 그림책 수다’로 구성되어 현재는 ‘내가 만드는 그림책’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그림책을 만들고, 만든 그림책을 전시하고, 그림책 모임을 지속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되었다.

그림책을 한창 읽는 아이를 둔 엄마, 아이들은 이제 다 컸지만 이제야 그림책의 재미에 쏙 빠지게 되었다는 분들, 막연하게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분들.... 이렇게 10명이 매주 모여 그림책 작가인 김중석 선생님(나오니까 좋다/사계절)의 지도로 그림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갑자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분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본다고 하신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지만 나 자신도 참가자로 참여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처음 1,2회기 때에는 수업 전에 모여 누구의 두려움이 더 큰지 내기라도 하듯... 두려움과 자신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기 바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하게 어느새 흰 도화지를 채워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놀랍고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그림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격려하며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다. 하나같이 하는 말은 혼자서는 절대로 못할 것 같은 일이 함께 모여서 하다 보니 조금씩 해나가게 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현대 사람들의 삶은 극히 개인주의와 가족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여파는 우리들의 삶을 개인화의 극으로 달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혼자만의 작업이긴 하지만 서로 들어주고 봐주면서 토닥토닥 함께 한다는 것은 산속 골짜기에서 솟아나는 샘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행사와 모임을 오랫동안 하지 않다가 무지 오랜만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책방지기는 약간의 설렘과 적당한 긴장감을 갖게 되었고, 모처럼 작은 책방에는 활기가 돌고 어른들의 웃음소리를 듣게 됐다. 나이를 먹을수록 웃음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 6세 이하의 아이들은 하루에 6백번 가까이 웃고 어른이 되어갈수록 하루의 웃음 횟수가 줄어들어 중년의 나이가되면 하루에 20번도 웃지 않는다고 한다.

참여하신 분들이 만들어낼 그림책도 기대되지만,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격려하고, 서로 웃을 수 있는 이 과정이 참 좋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소일소(一笑一少)라고 했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듯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작품도 나오고 몸도 마음도 모두 한 뼘 더 젊어지길 바래본다.

작은 책방에서 좋은 그림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공감하면서도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 나가게 될까?...

/신안나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국장

인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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