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시집작은도서관 포엠

2022.02.21

시문학의 거점지대

시집작은도서관 포엠

도심과 거리가 멀수록 색다른 매력이 있다는 건 여러 동네책방이 입증한 바 있다. 맑은 공기, 호젓한 분위기, 그리고 개성 넘치는 무언가. 다만 직접 가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간이 만든 시집도서관이 안동에 있다는 건 은근히 소문이 나있던 터였다. 시를 좋아한다면 도서관이 산에 있든, 시골에 있든 접근성은 문제될 게 아니었다. 전북 전주의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의 전례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안동 노암마을에 문을 연 시집작은도서관 '포엠'(poem·詩)도 그런 곳이었다.


대구에서 안동 시내로 가려면 대개 남안동IC를 거쳐 '남례문'이라는 대문을 지난다. 남례문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어 3분쯤 가면 '노암마을'이 나오는데, 전원주택이 옹기종기 자리한 동네다. 421번 버스가 시간을 정해 하루 여섯 차례 다니는 시골마을 정류장 코앞에 '포엠'이 마중을 나와 있다.

피재현 시인이 운영한다. 건물 상단에 옛 영화관의 그림 간판처럼 고래 세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그림이 눈길을 잡는다. 노란리본을 달고 있는 여성의 실루엣에서 세월호 추모 그림인 걸 짐작한다. 김영목 화가의 작품이다.


출입구 미닫이문을 스르륵 열자 시골집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넓은 사랑방 전체가 시집으로 가득하다. 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1만2천 권의 시집이다.


시인이 시집도서관을 열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해 1월쯤이다. 쓰레기장에 시집이 버려진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어떤 시집은 도서관에서도 못 보는 것들이었다.


서각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시집에 내준 게 지난해 4월이다. 자신이 갖고 있던 시집 1천500권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에 시집도서관을 열겠다는 글도 올렸다. 곧이어 합력의 기적이 시작됐다. 기증이 잇따랐다. 2, 3권을 보내온 이도 있었고 자사가 보유한 시집을 보내온 출판사도 있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시집은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금도 기증은 이어진다. 시인은 "앞으로 1만 권은 더 비치할 수 있다"고 했다.

도서관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박물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글링의 시대라고 하지만 검색으로 걸리지 않는 것들을 확인하러 문의하는 전화도 많다. 전집이 없는 시인의 시집은 절판되기 십상이기에 흔히 있는 일이었다.


시인은 "시문학의 거점지대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시문학의 저변 확대와 친밀감 증대가 목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안도현 시인 초청 강연을 열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여러 문학회의 합평 공간으로 활용된다.


현재는 각종 잡지의 창간호를 전시하고 있다. 20일(월)까지 이어지는 '책과 나무의 만남전'이라는 전시다. 한 마을주민이 모은 것들이다. '실천문학'(1985년 봄호), '창작과비평'(1966년 겨울호), '21세기문학'(1997년 봄호), '세계의문학'(1976년 가을호) 등 소형 박물관에서 기획전시물로 펼쳐놔도 어색하지 않을 것들이다.


책 대여도 가능하다. 아직은 수기로 적고 책을 빌려가지만 올해 초부터는 전자식 대여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고 했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에 닫는다.


■ 시집작은도서관 포엠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 월~금 09:00~18:00, 토일 휴관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남선면 놉실로 146


/출처 : 매일신문, 김태진 기자

http://news.imaeil.com/page/view/202112101817281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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