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부산] 푸른누리작은도서관
감천 1동 골목 작은도서관이 마을을 바꾸다
부산 푸른누리 작은도서관(공립)
위치 : 부산시 사하구 감천로 83번길 26 (감천동)
전화 : 051-202-4466
개관 : 2013년
운영시간 : 평일 09:00 ~ 21:00 / 토,일 09:00 ~ 21:00
홈페이지 : http://prnrlib.saha.go.kr/html/index.php
푸른누리, 마을이 만들고 아이들이 누린다
리자 :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있는 푸른누리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푸른누리 : 주택가 가까이에 초·중·고등학교가 있는데, 방과 후에 아이들이 마땅히 갈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마침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주민들이 있었고, 도서관에 대한 생각들이 모이고 요구가 커지면서 지역 시의원과 구의원들이 적극 나서서 예산을 확보해주었습니다. 여기에 ‘나눔수레’라는 엄마들 공동체가 힘을 더해 적극 추진한 결과, 감천 1동에 작은도서관이 탄생했습니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는 ‘나눔수레’의 회원들과 인근 초등학교의 엄마들, 주변 마을의 통장님 등이 참여해주셔서 만들어졌습니다. 엄마들이 주축이긴 하지만 도서관에 닥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계층의 분들을 운영위원회로 추대했습니다.
푸른누리, 택배도 받아주는 우리 마을 정보 편의점
리자 : 푸른누리는 다른 작은도서관하고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푸른누리 : 다른 작은도서관에 비해 운영위원회들의 연령대가 낮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요. 대부분의 운영위원들이 유치원에서 중학교 올라가는 자녀를 둔 학부모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한창 아이들 책에 관심이 많고 책을 좋아하는 엄마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도서관을 운영하기 때문에 직접 발로 뛰고 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들이 강해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다음으로 재능기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독서모임도 재능기부로 운영될 만큼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운영위원회뿐만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해주셔요. 이번 겨울방학에도 동네의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재능기부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저희의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이죠.
또한 도서관 건물이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운영위원회가 설계 도면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설계되지 않았어요. 공간 구성을 저희 의견대로 바꾸기 위해 구청과 설계사무소를 찾아가서 몇 차례의 설득을 거친 끝에 이미 나와 있던 설계를 바꿀 수 있었죠. 그래서 1층은 아이들이 뒹굴고 놀 수 있는 조금 시끌벅적한 공간을 만들었고, 2층은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시청각실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간 변경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공간분리가 푸른누리를 더욱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들었던 거죠.
끝으로 입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주변에 유흥가가 없는 전형적인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푸른누리 도서관에 간다고 하면 학부모님들이 안심하고 보내 주세요. 푸른누리가 엄마와 아이의 만남의 광장으로 이용되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도서관에서는 주민들의 택배도 받아주고 있습니다. 택배까지 받아주는 이유는 이웃에게 친숙한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원칙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과 환경 덕분에 도서관은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지역에 사는 이웃들이 편안하게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사랑방으로서 몫을 다하고 있는 셈입니다. 즉 꼭 책을 읽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된 거죠. 이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켜갈 것입니다.
푸른누리, 행복한 마을 만들기의 중심이 되다
리자 : 직접 발로 뛰며, 이용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푸른누리 : 무엇보다도 주민센터에서 많이 도와주십니다. 통장님, 사무장님 그리고 담당자 분들이 저희가 격월로 운영회의를 할 때 마다 꼭 참석해서 도서관 운영에 관해 귀 기울여 주십니다. 푸른누리의 프로그램을 주보에 실어주고, 아파트 통별로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니 큰 힘이 됩니다. 도서관에서 매년 추진하는 다독자시상식 때, 상품권을 후원해주시고, 쓰레기봉투를 지원해 주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십니다. 사하구청에서도 저희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평생학습관 게시판에 직접 홍보해주고 계십니다. 이밖에 푸른누리 개관에 큰 도움을 주셨던 ‘나눔수레’의 도움도 도서관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도서관을 중심으로 함께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는 데는 운영위원장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계시거든요. 협의회에 가보면 다른 관장님들은 몰라도 푸른누리도서관 관장님은 모두 알고 계시더라고요. 푸른누리뿐만 아니라 작은도서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죠.
푸른누리, 재능기부로 독서문화를 꽃피우다
리자 : 독서문화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될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시죠.
푸른누리 : 독서문화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성인독서 모임인 ‘서왕설래’의 회원들의 재능기부 프로그램, 운영회의 재능기부프로그램, 구청 프로그램 그리고 외부 협력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네 가지 프로그램 안에 세부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서 매일 매일이 바쁘게 돌아간답니다. 일주일 내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셈이죠. 구청프로그램 대상이 유치원생일 경우 푸른누리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배치하죠. 특정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다보니 도서관에 찾아오는 이용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여름방학부터는 재능기부에 의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었어요. 운영위원장님이 직접 초등학교 5,6학년 영어독해 프로그램인 ‘초딩 미국교과서에서 살아남기’를 진행해 주셨죠. 초등저학년을 위한 ‘생활공예특강’과 독서논술프로그램도 재능기부로 운영되었습니다.
성인독서모임 활동을 통해 그 독서모임에서 멘토로 활동을 해주는 ‘주니어 독서모임’을 만들었어요. 성인을 위한 ‘생활공예특강’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이번 겨울방학에는 중학생이 직접 중국어를 강의하고 있어요. 이용자 외에도 운영위원들이 갖고 있는 재능들을 활용한 프로그램들도 진행하는데,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진행하는 저희들도 보람을 느낀답니다. ‘토의와 토론으로’라는 청소년 프로그램 ‘토토로’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을 주축으로 운영되는데 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어른들이 알려주는 것보다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형과 누나가 상담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와 닿을 것 같아 재능을 가진 형·누나를 초빙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도서관 대표 독서 동아리인 ‘서왕설래’는 동네주민 뿐만 아니라 부산시 끝에서 오는 분도 계실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사하구뿐만 아니라 부산시를 대표하는 독서동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시에서 ‘원 북’사업에 등록이 되어 3년째 우수 독서동아리로 평가 받을 정도로 서왕설래도 푸른누리의 큰 자랑이죠.
푸른누리, 소통과 신뢰로 만들어가는 공공 복지 서비스
리자 : 사하구의 작은도서관과 교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푸른누리 : 13개의 공립 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과 구청장님이 함께 참여하는 작은도서관 협의회가 있습니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두 번 회의를 합니다. 사하구 평생학습관에서도 작은도서관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운영합니다. ‘사서도우미 과정’은 자원봉사자들이 과정 이수 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도서관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마을 작은도서관 함께 만들기’라는 강좌는 각 도서관의 운영위원회와 운영위원장이 모두 모여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몇 주간에 걸쳐 공부합니다. 도서관 이론이나 실질적인 운영 노하우, 작은도서관의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배웁니다. 교육도 좋았지만, 작은도서관들끼리 서로 친목도 다지고 좀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계기가 된 점이 더 기분 좋았습니다. 운영자 워크숍도 개최되어 전남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도 방문해 성공적인 도서관 운영사례도 직접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와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의 열정 덕분에 부산시에서는 사하구와 연제구가 작은도서관 운영이 가장 활성화된 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자 : 앞으로 푸른누리의 활동이 더 기대가 됩니다. 푸른 누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푸른누리 :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내실을 다지고 더욱 알차게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사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주위에 여러 단체에서 이런저런 공모제의가 여러 번 있었어요. 문제는 공모에 참여하면 도서관 운영의 중심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즉, 도서관이 공모를 받기 위한 수단이 되어 저희 목표가 흐려질 수 있다고 판단되어 공모를 자제하려고 합니다. 푸른누리는 이제 만 2년이 안된 신생 작은도서관입니다. 지금은 내실을 기해 도서관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때입니다. 푸른누리 사람들의 소망은 공간은 작지만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곳이 되고 싶어요.
홍보도 중요하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홍보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우리는 알린다고 알렸는데, 대부분 엄마들이다보니 아이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참여율이 낮아요. 결국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 도서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어도 알차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거죠. 저희가 발로 뛰는 이유는 도서관을 믿고 신뢰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신뢰도 높아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푸른누리는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거잖아요. 지역주민들이 내신 세금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푸른누리의 역할이죠. 이것이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이고 공공복지 아닐까요? (웃음)
글·편집 : 조예슬
교정 : 이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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