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대전] 모퉁이 어린이도서관
17년간 마을과 함께 써내려간 작은도서관 이야기
-대전 모퉁이작은도서관
위치 :대전시 유성구 문지동 258-1 번지 유성구평생학습센터 건물(미스터왕 옆 건물) 1층
전화 : (042) 861-6296
개관 : 1998년
운영시간 : 월 ~ 금 오전 10시 ~ 오후 6시, 토 오전 10시 ~ 오후 3시 / 일요일, 공휴일 휴관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cornerlib/
한사람의 도서관 철학이 모퉁이에서 꽃피우다
리자 : 모퉁이 작은도서관은 동네 모퉁이에 있을 것 같은 정겨운 이름인데요. 모퉁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모퉁이 : 원래 위치는 지금 있는 곳의 도로 건너 편 지하였지요. 그땐 이름 그대로 정말 모퉁이였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공간이 부족해 2010년도에 대로변으로 이전을 했죠. 지금의 도서관 위치는 모퉁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정감 있어서 계속 그 이름을 쓰고 있답니다. 도서관의 역사를 잘 모르는 분들께서는 모퉁이 이름이 위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요(웃음). 모퉁이는 98년도부터 ‘이선배’라는 개인이 갈마동에서 본인의 도서관 운영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분이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운영비 일체를 직접 충당 하셨어요. 이선배님이 터를 다 닦고,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 읽는 어른(대전지부)’의 몇몇 분들이 함께 도서관을 꾸미기 시작했죠. 2002년도에 이선배님이 운영에서 손을 떼었고 지역주민들이 그때부터 사서도하고, 프로그램 운영도 하는 등 지킴이 역할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둡고 습하고 냄새나고 장마철만 되면 제습기 틀어놓고 운영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죠. 그래도 작은 공간에서 도란도란 지냈던 잊을 수 없는 시절입니다. 그 후, 2010년도에 유성평생학습센터가 만들어지며, 1층에 도서관이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02년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관장으로 모퉁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전 최초 작은도서관, 지역 도서관의 모범이 되다
리자 : 오랜 시간을 유지해온 모퉁이만의 특징과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퉁이 : 모퉁이는 대전지역 작은도서관들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도서관입니다. 17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모퉁이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서 인력을 제외한 모든 운영을 모퉁이의 철학에 뜻을 같이한 순수 봉사자들이 운영해 왔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태양광 설치 프로젝트입니다. 대전에는 모퉁이와 함께 총 3곳의 도서관이 태양광을 통해 전력을 보충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충남·대전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사와 유성구가 지원했어요. 도서관 벽면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력을 공급받습니다. 그 프로젝트와 함께 ‘절전소 가족모임’이 운영 중인데, 한 달에 한 번 절전을 통해 전기낭비를 줄이려는 목적을 갖고 운영하는 모임입니다. 벌써 3년이 넘었답니다.
세 번째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장서구성을 들 수 있습니다. 저희 모퉁이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이 참여해 심혈을 기울여서 도서관 장서를 선별을 합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지 않고 직접 서점에 방문해 선정한 도서가 도서관에 적합한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현장구매를 합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도서관 이용자분들에게 “모퉁이 도서관에는 좋은 책들이 많아~”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넷째 도서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독서문화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어요. 알차게 구성된 독서프로그램은 참여해보신 분들이 직접 입소문을 내주시고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죠.
저희 도서관에서는 지역의 학교와 연계한 행사를 많이 해요. 도서관의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던 프로그램인 ‘도서관 이용교육’도 그 중 하나인데, 인근의 두 곳의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교육을 실시합니다. 4학년은 전 학급이 도서관에 와서 도서관의 장서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어떻게 배가하는지, 책을 어떻게 찾아야하는지, 정보를 어떻게 검색하는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누어 교육합니다. 저희가 가장 긍지를 갖고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는 대표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도서관 이용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를 갖게 되죠. 저희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교육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해가 갈수록 잘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요.
모퉁이 작은도서관, 이용자와 함께 동고동락하다
리자 : 모퉁이를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모퉁이 :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가슴에 남는 일은 이용자들과 관계 속에서 생긴 일이예요 이곳으로 이사 오기전인 지하에 있을 때, 비록 공간은 협소했지만 친밀감은 더 높았어요. 이용자들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서로 친분이 두터웠고 정이 많았었죠.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이용자분들이 직접 과일이나 떡을 사오시기도 했고 함께 나눠 먹으며 교류와 친목을 쌓아 가기도 했어요. 지킴이로 활동하는 저희들에게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주로 독서와 교육에 대해서 물어보시곤 하죠. 그러면 제가 다른 곳에서 교육받았던 내용이나 도서관에서 경험했던 것들 총동원해서 말씀을 해드리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이용자 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아가 저 스스로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어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리자 : 작은도서관들의 사정이 모두 비슷할 텐데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모퉁이 : 요즘은 예전에 비해 앞서 말씀 드린 소통의 기회가 많이 줄어서 아쉬워요. 이를테면 그런 거죠.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도 필독서가 있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줄었지요. 아쉬운 점은 유치원에서까지 필독서를 지정해 읽히게 한다는 점이죠.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한 아버님께서 유치원 필독서를 빌리러 오셨는데, 제가 “아버님 무시하셔요. 벌써부터 아이들에게 강제적으로 책을 읽히면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시려면 무시하세요.”라고 말씀드리기도 하죠. 저희는 아이들에게 독서는 놀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밌게 즐겁게 놀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책이 마치 숙제처럼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서 반대운동도 해보았지만 좀처럼 시정이 안 되더라구요.
아주 가끔, 이용자들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해요. 종종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너무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용자와 갈등을 겪은 적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죠. 일 년에 한 번 정도이지만, 그 이슈 때문에 굉장히 큰 진통을 겪기도 한답니다.
독서문화 프로그램, 다양하지만 특색 있게 운영
리자 :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시도해보셨을 것 같은데, 기억나는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모퉁이 :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했어요.(웃음) 기억이 안날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했는데, 그중에서 몇가지 기억나는 프로그램과 동아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네요. 여기서 소개한 내용 이외의 사항이 궁금하시면 모퉁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를 방문하시면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어요(http://cafe.daum.net/cornerlib/).
○대전시 공모사업을 통해 해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예를 들어 작년에는 전통매듭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앞으로도 전통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특화해서 운영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배워서 방학에 아이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 장점이죠.
○개똥이전시회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도서관에 전시하는 프로그램이죠. 아이들이 숙제나 스스로 취미삼아 직접 그린 그림을 도서관으로 가져오면 전시공간에 상관없이 걸어둡니다. 본인 작품이 도서관에 걸려있으니 뿌듯하기도 할 터이고, 도서관을 더 자주 찾아오는 계기도 되죠.
○10월 마을 책잔치는 올해 14회째 운영하고 있어요. 매년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지역학교와도 협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어요. 근처에 있는 초·중·고 동아리들과 함께 합니다. 동아리를 섭외하고 부스를 마련해 활동하거든요. 참여하는 아이들도 보람을 느끼고, 축제에 놀러온 아이들도 굉장히 즐거워해요. 앞으로도 지역학교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해요.
동아리는 성인 대상과 아동, 청소년 대상 동아리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책 읽는 시모임'과 '그램 책 읽는 엄마들'이라는 성인 대상 독서동아리는 책과 관련된 동아리입니다. 이외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지원받으며 만들어진 모임인 '절전소가족모임'도 저희 도서관만의 독특한 동아리입니다. 낭비되는 전력을 줄이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지금까지도 월 1회 정기적으로 만나 절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래놀이 모임’이나 '다문화 책읽어주기'모임도 있습니다. '다문화 책읽어 주기'모임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연계가 돼서 3년 동안 진행을 했어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개인적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세요.
작은도서관, 사명감이 위기의 순간을 넘기는 힘!
리자 : 모퉁이의 운영철학은 어떤 것인가요?
모퉁이 : 모퉁이의 회칙이 저희의 운영철학을 담고 있죠. 이 회칙은 저희가 오랜 시간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자신의 꿈을 발견할 수 있고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는 공간
2. 삶의 주인으로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주는 공간
3. 골목문화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
4.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중한 공동체를 만드는 공간
모퉁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함께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들도 스스로 성장을 하고 그것이 모퉁이 정신을 확산해가는 작은 울림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하는 활동들이 작은 울림이 되어 옆 사람에 퍼지면서 함께 더 큰 울림을 만들어가는 거죠. 이것이 다시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름 긍지를 느껴요.
리자 : 모퉁이뿐만 아니라 작은도서관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모퉁이 : 사실 작은도서관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참 어려워요. 위태위태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위에서 지켜주는 선배들이 있어, 그 순간들을 넘길 수 있었건 것 같아요. 지금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학습효과인 셈이죠. 다른 작은도서관 운영자분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결국 이겨낸 것처럼 그분들도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아요.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죠. 그런 사명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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