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인천] 춤추는 달팽이도서관
"이웃들에게 더 유익한 도서관 만들어야죠"
춤추는 달팽이도서관
작은도서관은 전국에 7천여 개가 있고, 인천에는 310여 개가 문을 열고 있다. 지금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만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작은도서관이 평생교육의 전초기지인 이유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춤추는 달팽이 도서관'(이하 '달팽이 도서관') 최선미 관장은 2018 인천 평생학습 실천대회'에서 올해의 평생학습(인)상 개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평생학습 실천대회를 주관한 인천평생교육진흥원은 최 관장이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고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평생교육의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했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달팽이 도서관'은 앞서 작년엔 인천시민재단이 주는 '풀뿌리 희망상'을 받았고, 2013년엔 '부평구 우수 작은도서관' 상을 받았다. 달팽이 도서관이 작지만 당찬 도서관임을 알 수 있다.
이 도서관은 50석 규모에 5천 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장서 가운데는 눈이 어두운 어르신들을 위해 비교적 고가인 '빅북 그림책'(권당 6만7000원)과 대활자본 책(권당 4만5000원)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돋보기 안경과 확대경도 마련돼 있다. 또 LP판 100여장도 소장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매달 1만원 이상 후원금을 내는 후원 회원이 100여명이고, 책을 대출해 가는 회원들이 500여 명에 이른다.
최 관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 간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동상담 일을 했으며, 2008년부터 2011년 3월까지 부평지역 주간신문이었던 부평신문에서 기획국장 일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작은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 도서관 일을 맡게 된 계기가 됐다. 작은도서관 운영을 맡아 달라는 주변의 부탁을 거절해 오다 딸이 집 근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으로서 공동체 삶을 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은도서관 운영 부탁을 수락했다.
"맞벌이 부부로 계속 출, 퇴근을 하면서 이웃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학교에서는 학부모로서, 마을에선 주민으로서 이웃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작은도서관 운영을 맡았지요. 그게 작은도서관과의 인연이었어요."
'달팽이 도서관'은 당초 십정동이 아닌 산곡동에서 문을 열어 12년 동안 운영됐다. 그때 이름은 '달팽이 미디어도서관'이었다. 2005년 문을 연 이후 산곡동과 청천동 인근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책읽기와 책놀이 교육, 자녀에 대한 이해와 교육철학을 담아내는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어린이 시장탐험대'를 운영하고 원적산 마을축제 등 마을공동체 활동에도 나섰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 함께 원적산 축제를 기획하고 놀았어요. 마을과 마을공동체의 중심에 도서관이 있게 하려 한 시도였지요. 이웃들의 반응이 좋아 때론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는 자극제가 됐습니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산곡동과 청천동 일대가 재개발이 되면서 건물주가 월세 인상을 요구했다. 약 100평 공간을 지역아동센터와 나눠 쓰고 있었고, 두 곳 다 주민들 후원으로 운영하는 형편이어서 건물 주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문을 닫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데 기회가 찾아왔다. 십정동에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함께'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나눔과함께'는 십정동에서 부평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를 15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최 관장은 도서관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고, 도서관 관장 일과 함께 '나눔과함께' 사무국장 일을 겸하고 있다. '나눔과함께' 직원들이 도서관 일을 도우면서 상부상조하고 있기도 하다.
"작은도서관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 인상으로 더 이상 도서관 운영을 할 수 없는, 폐관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생존의 기로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지요. 돌이켜 보면 최선의 선택이었고,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이름도 달팽이미디어도서관에서 어르신을 위한 작은도서관 '춤추는 달팽이도서관'으로 바꾸었다. 2005년에 설립돼 12년간 마을과 주민들 속에 자리잡은 도서관의 역사를 잇고, 우울하고 힘든 노년이 아니라 기쁘게 보내는 노년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춤추는'이라는 단어를 넣어 역동성을 주었다.
어르신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지향하는 달팽이 도서관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노년강좌'와 '어르신 옛이야기 그림책 읽어주기', '그림책 한글 교실', '아무글 대잔치 글쓰기 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경영위기로 희망퇴직 위기에 몰린 한국GM 노동자들을 위한 '슬기로운 노년생활' 강좌도 열었다. 강좌가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1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실직과 늙음을 지역사회가 같이 준비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강좌를 마련했어요. 강좌를 마치고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최 관장은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이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의 계획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웃들에게는 더 필요하고 더 유익한 도서관 만들기를 계속 추구하겠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온 몸으로, 온 마음을 다해 가 보려고 합니다."
■ 춤추는 달팽이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 월~금 09:00~18:00, 토일 휴관
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경인로 749, (십정동) 2층 2호(십정동, 신명빌딩)
/출처 : 인천in, 학오름 기자
http://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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