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맙습니다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2015.04.20

사람이 사람을 만나 행복을 만드는 공간

고맙습니다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위치·규모

서울 마포구 성산동 450 성산시영아파트 대우복지관 3층 / 면적 188㎡ / 장서 수 12850권 / 02-373-2900 / http://libsmall.mapo.go.kr/

운영현황


개관 2011년 / 운영유형 공립작은도서관(민간위탁) / 운영주체 (사)한국청소년지원네트워크

운영인원 관장 1명과 공공근로자 및 자원봉사자 / 일평균이용인원 100여명

운영시간 3월~10월-평일 10:00~19:00. 토요일 10:00~16:00 , 11월~2월-평일 9:00~18:00. 토요일 10:00~16:00


책을 만나러 왔다가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작은도서관이 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고맙습니다 성산 글마루 작은도서관입니다. 외면받던 공간에  작은도서관이 생기고,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모든 주민들이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어 낸 운영과정을 백현진 관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 보았습니다.


조성과정_

버려지고 노후한 공간이 사랑받는 작은도서관으로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따뜻하고 정감있게 꾸며진 도서관 전경


Q. 2011년 12월 개관해 운영하신지 3년 5개월 됐고,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계신데요. 어떻게 성산글말루 작은도서관(이하 글마루)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글마루. 작은도서관을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아이들을 키우며 어린이 책을 만나고, 어린이 책 공부모임을 굉장히 오래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주변에서 활동하면서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이나 청주 초롱이네도서관처럼 주민과 밀착해서 잘 이루어지는 도서관 사례들도 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놀라웠고, 어린이 도서관이 잘 운영되면 아이들에게 대단히 좋은 공간, 어린이 책 문화운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러던 중, 기회가 되어 글마루의 관장을 맡게 됐어요.


Q. 글마루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으로 다른 작은도서관과 차이점이 있나요?

글마루.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 이 공간은 20년 넘은 아파트 단지에 노후하고 버려진 공간이었습니다. 복지관으로 운영되며 프로그램도 진행됐지만 참여자가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 마포구청과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뜻이 모여 작은도서관이 조성됐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공간을 무상대여주고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할 뿐, 별 다른 점은 없습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고 단지 밖에서도 많이들 찾아오세요.



자랑거리_

도서관을 가득 채우는 이용자, 따뜻한 마음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의 원동력


Q.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만의 자랑할 점은 무엇인가요?

글마루. 조성 될 당시에는 최초의 민관협력 작은도서관 사례로, 대부분의 구립이나 시립도서관은 구나, 시가 소유하거나 매입한 건물에 지어지지만 글마루는 아파트소유의 건물에 도서관이 지어진 것이라 유명해졌었어요.


지금은 이용자가 많다는 점. 초창기에는 하루 평균 4~500명이 방문했어요. 관장이자 사서인 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자가 빽빽이 들어찼었어요. 그렇게 붐비는데도 엄마들과 아이들이 섞여 앉아 책을 보고 그랬어요. 주민들은 여기에 도서관이 생겼다는 게 그 정도로 좋았나 봐요. 도서관이 바겐세일 하는 곳도 아닌데 아침부터 기다렸다 오시기도 하고요. 지금은 운영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이용자들도 익숙해 져서, 하루 평균 100여분 정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말, 방학 때는 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다 오는 아이들이 있고요. 프로그램 참여도 활발해서, 웬만하면 주말에 진행해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월요일은 애기엄마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오기도 하고, 화요일 오후 4시 책읽어주기 시간에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엄마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수요일 오후에는 동아리 모임으로 복작거리고요.


그리고 자랑거리가 또 있죠. 초창기에 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이용자들이 수백 명씩 몰릴 때, 자원봉사자 분들이 열심히 활동해 주신 덕에 운영이 가능했어요. 지금도 열네 분이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 분이 서너 시간씩, 대출·반납과 책정리, 책 읽어주기 활동 등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마포구에서는 자원봉사자실비를 제공하고 있는데 회비로 적립해서 봉사자 회의할 때 밥 먹고. 도서관 행사 때 후원도 하고. 연말에 한 번씩은 꼭 봉사자가족들과 함께 푸짐한 저녁파티를 했어요. 좋은 분들을 많이 잘 만나서 잘 운영이 됐고, 초창기에 바쁘고 힘든 시기도 잘 넘기고 안정될 수 있었어요.



▲백현진 관장님과 자원봉사자님들


운영방법_

한정된 자원으로 이용자 만족을 높이는 노하우


Q. 글마루의 장서구성 비율이나 장서선택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글마루. 어린이 도서관은 아니지만 어린이 이용자가 주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어린이와 부모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장서 구성은 어린이 책과 어른 책 비율은 65:35 정도.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이 오시고, 또 이 동네에 어르신들도 많이 계셔서, 날마다 오시는 어르신들도 계세요. 도서구입예산도 줄고, 동시에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장서선택은 점점 더 고심하는 부분입니다. 학교도서관저널, 어린이도서연구회목록, 아침독서목록, 창비 어린이, 개똥이네 놀이터. 신문 신간코너 모두 보며 책을 고르는데, 혼자서 하기가 쉽지 않아요. 또 추천 도서목록은 주로 교육적인 책 위주에요. 그런데 어머님들은 가벼우면서 읽기 쉬운 책을 좋아하세요. 인테리어, 수납, 음식, 건강, 취미활동에 관한 책을 골라 비치하면 인기가 대단해요. 비율로는 5% 미만이지만 노하우가 쌓인 거죠. 처음에는 제가 선망했던 사회과학 언어 기술과학 등으로 학구적인 책을 골랐더니 대출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책 좋아하는 분들은 글마루엔 큰 도서관에도 없는 책들이 있다고 좋아하세요. 도서관자체 구입도서가 한 달에 40권인데 희망도서 비중이 절반 이상이에요. 그래서 부득이 한 가족 당 한 달에 한권, 삼만 원 이하로. 전집은 안 된다는 규정을 정했어요.



Q. 인력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글마루. 마포구립 작은도서관들은 관장 1명이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마포구립도서관의 공통사업도 같이 합니다. 북스타트, 한도서관 한 책읽기, 마포구 책축제, 도서관학교(마포구 도서관자원봉사자 교육) 등이 있고 다른 책무까지 관장의 업무가 끝이 없어요.


지금도 작은도서관이 많이 조성되고 있지만, 조성되는 것에 비해 운영예산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력을 늘려 서비스의 질이 올리고 싶은 바람이 있지만 어려운 일이죠. 특히 프로그램 기획을 잘 하는 사람, 의논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비도 예산 책정이 되어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적으니까 외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신청하고,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여러분들께 재능기부도 받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봉사자분들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되어주세요. 한 달에 한번 월말에 봉사자회의를 꼭 해요. 결정해야 할 사안은 봉사자회의에 붙여 실질적인 조언도 듣고 있어요. 올 3월부터는 책선정위원회도 조직해서 장서선택에 도움을 받습니다. 신간위주로 각자 몇 권씩 골라 함께 의논하고 선택해요. 30대~60대까지, 40대 엄마들이 제일 많으세요.



도서관 프로그램_

도서관만의 특징을 살려 지속 가능하고 풍성하게



▲명절 따라 절기 따라 세시풍속놀이 ‘쥐불놀이’


▲그림책 작가 몸짓 공연


Q.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에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글마루.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책과 연관된 활동 위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글마루(3층) 아래층(2층)은 아파트 공동체 공간인데, 도서관이 생기기 전부터 여러 프로그램과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고 도서관이 생기며 더 활성화화가 되어 도서관과 관련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고요. 그리고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리 신청은 안 된다는 규칙도 있고요.


엄마들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은 초창기엔 부모교육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매주 인형 만들기, 그림그리기(서울시 찾아가는 평생교육프로그램 지원사업)도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니까요. 대상도 잘 봐야 하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어린 아이들까지 공부에 메이게 되니까. 조금이라도 공부나 자기개발에 되는 건 열심히 시키고 그게 아니면 외면하는 성향들이 있어요. 하고 싶어도 사람이 안 모일 것 같아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인기가 좋았던 프로그램을 얘기하자면, 공연형식 프로그램은 뭐든 다 반응이 좋아요. 연극, 인형극, 역사유물 만들기, 자연관찰놀이(4달 동안 실내, 실외 주 1회), 이야기꾼의 책공연(성미산 마을극단 참여). 올망졸망 인형 만들기, 책놀이터, 명절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그림책작가 몸짓공연 다른 도서관에서도 하시면 좋을 추천 프로그램입니다. 함께 모여서 그림책 공부도 하시고 공연도 만드시는 ‘이야기꽃 출판사’ 그림책작가 분들과 인연이 닿아 진행됐어요. 예술가들이 많은 마포구의 장점이에요.


지난해까지 매 연말 도서관 생일잔치도 했고요. 여기저기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찾아서 지원도 하고 수준 높고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 만들려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3주년 생일잔치



▲인형만들기


Q. 어떤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나요?

글마루. 지금은 어린이 동아리 둘, 어른 동아리 셋이 있습니다. 활동하다 없어진 것도 있고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 어린이 동아리는 ‘열세 살 자화상’(6학년 아이들의 독서동아리), '무지개이야기'(초등저학년들이 인형 만들기 등 활동)가 있어요. 어른 동아리는 개관하고 2012년 초 엄마들 동아리를 만들자고 계획해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것은 엄마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엄마가 변화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절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도서관학교에서 진행된 어린이 책 강좌에 오신 분들을 중심으로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과 노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소년, 중학생 어머니들이 많으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청소년 소설을 읽는 모임이 되었고, 청소년 소설을 읽다보니 나름 본인들의 고민 해결도 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시간도 되고, 모였다 가면 하루 이틀은 아이들에게 넉넉하게 너그러워진다고 하세요. 그렇게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이 동네에 사시는 작가 분들 세분이 꾸리는 '삼동일시'(한 달에 세 편의 동화, 한 편의 시 공부 모임)입니다. 그리고 독서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이 꾸려가는 '독서정원'이 있는데, 책읽어주기 프로그램 진행을 재능기부로 해주세요. 글마루 도서관에서 동아리 활동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지만 딱 한 가지 조건이 있거든요. 동아리를 하는 것은 본인들의 성장을 위한거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도서관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출·반납이든 책정리든. 도서관과 같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요.



▲동아리 '책과노니는사람들'



공유하고 싶은 말_

도서관에서 사람을 만나야, 모든 것이 관계가 형성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5년, 10년 후 글마루 운영에 목표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글마루. 꾸준히 하던 대로 지금처럼 이용자들과 함께 하는 게 목표에요.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한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예산이 좀 더 늘어나 일자리 하나 더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이 잘 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해요. 도서관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업무에 치여서 등 돌리고 떠나지 않게 좀 더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작은도서관을 하는 분들,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마루. 수십 년해 오신 분들이 많으신데, 이제 3년밖에 안된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겠어요. 저는 여기 이 자리에서 이 도서관에 맞게 해온 것뿐이에요. 그러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작은 도서관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책이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은 사람이에요. 도서관에서 사람을 만나야 해요. 봉사자, 공공근로, 이용자 등 다양한 관계들이 형성되잖아요. 그 사람들을 어떻게 도서관으로 끌어들일지 항상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초창기에 도서관학교에 오신 분 중 동아리를 하다가 재능을 알게 된 분이 계서서 ‘올망졸망 책 만들기’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온 장수 프로그램이 됐어요. ‘자연생태 놀이학교’같은 경우 적은 비용으로 수개월간 장기 프로그램진행이 가능했던 건, 전문 강사와 함께 젊은 엄마 다섯 분을 동아리로 만들어 전래놀이배우기 등 강사교육을 해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렇게 사람을 알아보고 잘 매칭 시키는 것, 계속 점검하고 지원하는 것,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굉장히 잘 해야 해요. 누구 싫다 이런 말 하면 안 돼요. 저만 이동네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그 도서관은 계속 삐걱거려요. 특히 자원봉사자들께 부탁드려요. 가끔 이용자와 자원봉사자 간에 갈등이 발생할 때가 있어도, 우리는 감정노동자니까 감정을 절제하고 최대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문제는 나중에 시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작은도서관은 마을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잖아요. 여기는 인간관계 형성이 돼야 그 다음 일이 일어나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다 관계가 형성되어 봉사자가 되어주시고. 또 이용자분들께 도움 요청하면 대부분 도와주세요. 처음엔 도서관에서 봉사해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예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스무 분 이상의 분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분들이 계신데 내가 뭘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힘을 많이 받았어요.



Q. 사회에서 작은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글마루. 마을에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하나 있으면 주변의 사람들이 책과 만나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거잖아요. 버스타고 가기는 싫은데, 걸어서 올 수 있는 도서관이 있으니 오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까 오고, 와서 그냥 볼 수도 있고, 빌려가서 볼 수도 있고. 그래서 도서관 공간 자체가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그렇게 일상 속에 지속되는 문화적 삶의 공간이 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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