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동 밝맑도서관

2017.08.04

세상에 밝고맑다, 충남 홍성 밝맑도서관

충남 홍성의 동쪽엔 홍동마을이 있다. 전국에서 최초로 오리농법이 실시되고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알려진 곳이다. 전국의 농촌마을이 인구가 줄고 노인들만 사는데 거꾸로 홍동마을은 젊은이들이 늘고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무엇이 홍동마을에 인구가 늘어나게 하는 것일까. 필시 살기 좋다/살만 하다/살고 싶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충남 홍성에 있는 홍동마을은 유기농법(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야채나 과일을 기르는 농법)으로 유명한 농촌마을이다. 홍동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유기농법을 처음 도입한 지역으로, 협동조합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 뿌리에는 ‘농촌과 더불어 사는 평민’을 육성하는 농사대안학교인 풀무학교가 있다.

풀무학교를 졸업한 사람들과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순환하는 삶을 지향하며 이곳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함께 홍동마을을 꾸려나갔다. 그리고 홍동마을은 점차 성공적인 공동체 마을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2014년 9월, 홍동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기농 특구 지역으로 선정됐다.


그림 1. 홍동마을 지도 (홍성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제공)

작은 면 단위의 농촌마을인 홍동에는 없는 것이 없다. 마을연구소와 밝맑도서관, 빵 공장, 로컬푸드 매장, 헌 책방 느티나무, 출판사 그물코, 마을 주점 등이 알차게 들어서 있다. 모두 주민들 스스로 만든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이다.

그림 2. 마을 사람들이 가꾼 싱그러운 화초와 꽃

홍동마을 사람들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한다. 예를 들어 마을에 가구가 필요하면 마을의 목수가 직접 가구를 만들어 주는 ‘갓골 목공소’를 이용하며, 몸이 아플 때는 주민들의 제안으로 생긴 마을 병원 ‘뜸방’에서 치료를 받는다. 또한 식물을 가꾸는 데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원예조합’이 있어 싱그러운 화초와 예쁜 꽃들이 홍동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가이 맞아준다. 얼마 전에는 놀 공간이 부족한 아이들의 문화체험을 위해 만화방을 만들기도 했다.

홍동마을에는 이러한 협동조합들 외에도 여러 단체의 의견을 조율해 마을의 발전을 돕는 마을활력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홍동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이 헤매지 않고 마을을 둘러보도록 마을 지도를 제작하고 있는데 견학을 오는 단체가 있으면 홍동마을의 과거와 현재, 밝맑도서관, 느티나무 헌책방, 풀무생협, 원예 정원 등을 함께 둘러보며 설립과 운영 전방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림 3. 마을활력소

마을사람들은 필요한 상황이 발생되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뚝딱 만들어 낸다. 마을 내 수십 개의 조합들도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홍동마을이 사람과 생명이 조화롭게 순환하기 곳이기 때문이다. 홍동마을이 유기농법으로 성공한 농촌마을로 알려지면서 이곳에는 기업체, 종교단체, 사회시민단체, 개인 등의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다녀갔다. 그리고 그들은 흙과 땅과 더불어 사는 유기농법을 뿌리내리기 위해 홍동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았다. 적게 벌어 적게 쓰지만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홍동마을의 모습을 보고 아예 홍동마을에 내려와 정착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최근 귀농을 하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농촌은 장년층과 노년층의 인구가 많다. 하지만 홍동마을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정착하고 있어 마을의 인구도 늘었고, 젊은 부부와 함께 내려온 아이들도 적지 않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아가는’ 홍동마을의 모습에 동화된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있다. 덕분에 충남에서 귀농인구가 제일 많은 곳이 바로 이 홍동마을이다.

밝맑도서관의 이전 홍동마을의 뿌리, 풀무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는 교육과 농촌을 중시했던 이찬갑 선생과 진리, 학문, 자립에 뜻이 있던 주옥로 선생이 의기투합해 1858년 4월 풀무고등공민학교(풀무학원)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풀무학교의 풀무는 ‘풀무질’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불에서 쇠가 달구어져 연장으로 변하듯, 사람이 성장하려면 오랜 인고의 시간(풀무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풀무학교는1963년 3월 개교하였고 그 해 고등부에 첫 번째 신입생이 입학하였다. 풀무학교는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고, 교양을 갖춘 평민을 육성하는 장으로서 공동체 의식과 협동정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는 일을 강조한다. 이는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각하는 평민(농민)이 바로 지금의 농촌에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1년에는 2년제 대안대학 풀무학교의 전공부가 만들어졌다. 오전에는 교양을, 오후에는 농사를 가르쳤는데, 그 동안 어린아이부터 상생의 농법에 관심 있는 어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풀무학교를 거쳐갔다.

풀무학교 졸업생 중에는 마을을 새로운 학교(배움터)로 만든 이들도 있다. 예를 들면, 서울대에서 작곡을 공부했던 사람이 풀무학교를 마친 후 마을에 남아 유기농 온실채소를 재배하며, ‘뻐꾸기합창단’을 만들었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이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다른 세대에 대해 알게 되어 주민 화합도 좋아졌다. 이러한 홍동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공존이야기는 2014년 《마을공화국의 꿈, 홍동마을 이야기》로 출판되기도 했다. 농부, 할아버지, 주부, 교사가 진솔하게 말하는 홍동마을의 이야기에 우리는 함께 감동하고 웃게 된다.

그림 4. 《마을공화국의 꿈, 홍동마을 이야기》

또한, 풀무학교는 농촌 마을과 더불어 사는 방법 중에 하나로 생협과 같은 여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요즘 전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협동조합이 이미 60 여 년에 풀무학교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1960년 조성된 도서조합이다. 이 도서조합이 모태가 돼 2007년 밝맑도서관 건립을 위한 위원회가 창립됐고, 2011년 마침내 밝맑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홍동마을의 문화 사랑방, 밝맑도서관 탄생
밝맑도서관은 풀무학교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마을 도서관이다. 도서관의 이름인 ‘밝맑’은 풀무학교를 설립한 이찬갑 선생의 호(號)로, '밝다, 맑다'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찬갑 선생은 아침이면 "밝았습니다~", 점심에는 "맑았습니다~"라며 사람들과 반가이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림 5. 밝맑도서관 기증자 명단

사람과 자연, 생명을 귀히 여겨 밝고 맑게 살고자 했던 이찬갑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풀무학교 사람들과 지역 주민들은 마음과 정성을 모았고, 그 뜻에 동참한 사람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금을 보냈다. 2011년 1월 3일, 216명이 모은 성금으로 준공된 밝맑도서관은 그 해 10월 22일에 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밝맑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

그림 6. 이찬갑 선생 사진과 글

도서관 한쪽 벽에는 이찬갑 선생의 평소 가르침이 새겨져 있다. 이찬갑 선생의 말처럼 밝맑도서관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개관되었다.

그대여, / 이제 기뻐하라. 즐거워하라. / 우리 전부를 받아들이는 새 세계의 문이 열려 있나니 / 옳다. / 거기는 기이하게도 이상주의자도, 현실주의자도 다 환영한다. / (중략) / 모두 환영해서,
/ 무엇보다 / 먼저 차별없이 대해주지 않는가? / 과연 그렇게 모두를 환영해서 / 자연스러이 우주적 조화를 이루게 하며 / 더구나 피안을 가게 하는 것이다."
- 이찬갑, 《다시 새날의 출발에서》
밝맑도서관은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다. 어느 날은 음악회가 열리고, 어느 날은 책장 앞에 원화나 그림을 전시한 미술전시관이 되기도 한다. 밝맑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는 많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자 공부방이고, 주민들에게는 농사와 역사, 다양한 문화 인문강좌를 듣는 세미나 교육장이기도 하다.

그림 7. 책장과 피아노 (연주회를 할 수 있도록 피아노를 비치했다)

밝맑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인문프로그램은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농사 짓는 방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문화예술, 인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한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모두 진지하다.
농민에게 흙은 생명이다. 생명의 바탕인 흙을 자연상태로 가꾸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평민(농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강좌는 좋은 기틀이 되고 있다. 늘 깨어 있고, 배우려는 자세의 홍동마을 사람들에게 밝맑도서관은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다.

그림 8. 밝맑 북 콘서트

그래서 홍동마을 주민들은 밝맑도서관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밝맑도서관은 늘 북적북적하고 사람들이 자주 찾아온다. 밝맑도서관은 주민이 계획하고 의논한 결과를 도서관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주민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밝맑도서관은 주민과 주민을 이어주고, 주민과 마을을 이어주었다. 그리고 나아가 해외의 여러 단체에도 소통의 문을 열었다.

밝맑도서관은 유기농, 생체 공동체에 관심 있는 여러 시민단체와 사회단체 등과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부탄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NGO단체와도 인연을 맺어 그들을 초청해 강연과 문화 공연을 연다. 이처럼 홍동마을은 밝맑도서관을 중심으로 평생학습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림 9. 밝맑도서관 내부

도서관2층에는 마을공동체 문화연구소가 있어 홍동마을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기획을 제안하기도 하고 또 주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실시해 참가한 주민도 아이들도 모두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농촌의 편부, 편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아빠, 엄마가 되어 준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또한 마을 기록 수집가 양성 과정을 운영해 마을에서 일어난 일화를 주민이 직접 마을 기자가 되어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적정기술을 활용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캠프를 운영하기도 했다.
도서관 3층에 있는 ‘뿌리 독서 모임방’에서는 독서토론도 하고, 공부도 한다. 옛날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홍동마을은 겨울이 되면 한가하다. 그래서 늘 열심이인 홍동마을 주민들지만, 특히 겨울이면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더 치열하게 공부한다.

조용히 사색하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꼭대기 층에는 '서창실'을 만들었다. 이곳 서창실에 오르면 다락방 창문으로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림 10. 밝맑도서관 전경

밝맑도서관 앞 너른 마당은 마을 주민들이 애용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이자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장소이다. 이곳은 때로는 아이들의 즐거운 캠핑 장소로 탈바꿈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할머니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마을 장터가 열리기도 한다. 마당을 둘러 지붕이 있는 회랑을 설치해 비가 오거나 햇볕이 뜨거운 날에도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밝맑도서관은 일요일과 공휴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매주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운영되며 아침 9시에 시작해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 또한, 마을 주민과 도서관 회원이면 누구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주변은 빵, 꽃, 책, 커피, 음악이 있어 주민의 생활과 문화공간으로서 톡톡한 몫을 해내고 있다.

홍동마을 주민들의 신조는 "적게 벌어 재미있게 살자!”이다. 그렇기에 평소 각자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밝맑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던 주민이, 오늘은 마을 카페에서 물컵을 나른다. 또 내일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든 만화방에서 어떤 활동을 한다. 대부분의 주민이 여러 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익을 목적으로 한 조합에서는 돈이 순환되고, 그렇지 않은 조합에서는 정과 노동력이 순환된다.

홍동마을은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다. 부지런하고 활기차고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곳.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그런 마을이 홍동이다.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마을 사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서로를 알아가며 소통하는 홍동마을의 문화사랑방 밝맑도서관은 오늘도 역시 밝고, 또 맑다.


- 자료 출처 -

국립중앙도서관 기사 인용 : http://dibrary1004.blog.me/2207229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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