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

2018.09.21

복지와 문화가 공존하는 주민주도복합공간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



최근 생활형 SOC 관련 뉴스로 작은도서관계가 뜨겁다. 내년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안 중점과제 중 하나로 일상에서 여가를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내세우고,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확대한다는 소식 덕이다. 낡고 폐쇄적인 공공 도서관을 북카페와 같이 책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개방형 휴식공간으로 바꾸고,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지역 특성을 살린 작은 도서관 조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이다. 작은도서관이 일종의 도회청(都會廳)’이 되어 지역 중심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작은도서관조성사업이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소비로만 끝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오랜 기다림 끝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은도서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 축적이 필요할 터. 이에 2017 작은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은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에 다녀왔다.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은 하나의 건물 안에 작은도서관, 북카페, 놀이터, 지역아동센터, 노인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공릉 대표 복합문화복지공간이다.


도회청(都會廳)
동네마다 공용 가옥을 크고 넓게 지어 그 집에 모여 놀기도 하고(공동체 공간), 책도 있고(작은 도서관), 오락기구로 북장구꽹과리퉁소 등을 비치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기도 하고 손님을 위로도 하는(다용도 공연장) 풍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카페+도서관+아동센터+노인정을 한 곳에, 공릉 대표 복합문화복지센터

전 세대가 도란도란 어울려 사는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네이지만 타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문화시설로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인구수 대비 부족한 도서관은 지속적인 민원사항.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던 노원구청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문화와 복지를 한데 모은 행복발전소 건립된 배경이다.



공릉행복발전소는 공릉동 새나라어린이공원자리에 지상 3, 연면적 701의 규모로 조성된 주민문화복지센터이다. 1층 북카페와 경로당, 2층 도서관, 3층 지역아동센터가 배치되어 있다. 아이들의 돌봄부터 어르신의 휴식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도회청인 셈이다.



주민 의견을 청취해 만든 소통형 공간답게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확 트인 천장과 전면 통유리 창의 따뜻한 햇살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각 실별 문턱을 없애기 위해 설치한 폴딩도어 또한 공릉행복발전소의 특징. 평소에는 열고, 필요에 따라 닫는 형태로 개방감을 더한다.



공릉행복발전소는 주민주도형 열린 공간으로 마을주민들이 직접 꾸려나가는 문화공동체를 지향한다. 이용자가 운영자가 되고, 운영자가 이용자가 되는 시스템이다. 공간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에 주민들은 도서관을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독서와 문화, 교육, 그리고 사랑방의 역할까지 지역중심복지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 개관 이후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복지를 증진하며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책과 함께 성장하는 꿈의 도서관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는 책과 함께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향긋한 차와 수다가 함께하는 동네 사랑방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오전 시간 도서관은 책을 만나고 사람과 교류하는 소통의 장소이다. 특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들과 조부모들은 이곳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교류하며 양육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다.



오후가 되면 도서관은 아이들의 책 놀이터로 변신한다. 놀이터를 사이에 두고 서울형 어린이집이 붙어있어 있어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퇴근하는 것. 그렇게 만난 아이들과 엄마들은 도서관 친구가 되어 특별한 우정을 쌓아나간다.



각자 자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힘들어하던 엄마들은 책 품앗이를 결성해 육아에서 잠시 해방하기도 한다.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책을 읽어주고 나머지 엄마들은 잠시나마 지친 성대에 휴식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엄마들에게는 쉼을 선사하는 도서관에서의 만남. 이렇듯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은 책을 통해 이웃과 함께 육아하는 독서돌봄 마을학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해주는 다채로운 독서문화프로그램

공릉도서관은 지역대표문화공간답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CHINA는 지금’, 전래동화 속 숨은 이야기를 살펴보는 한국 전래동화의 이해’, 한국사북아트’, 세계문화여행산책 등이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상시 운영되고 있는 나는 독서왕이 될거야!’이다. 목표 권수를 설정하고, 완독할 때마다 사서선생님께 나만의 옥수수를 건네받아 노란빛 알갱이를 채워 넣으면 독서왕이 된다.



나는 독서왕이 될거야!’ 비단 아이들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청소년들도, 어르신들도 사서데스크로 다가와 선생님 저도 책 다 읽었어요하며 수줍게 말을 건넨다. 작은 옥수수 낱알이 운영자와 이용자 간의 소통창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에 담당 사서는 가능한 모든 독서왕 참여자들을 기억하고, 친밀하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책 읽는 재미에 사서선생님과 교류하고 인정받는 재미가 더해져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릉의 독서왕. 나날이 느는 옥수수 열매만큼 독서량도, 사람 간의 정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 밖에도 도서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을 극장으로 활용한 우리마을 소극장에서의 영화상영회’, 사서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책을 만들어보는 나도 그림책 작가다’, 개관 2주년 기념 공행 우리동네 벼룩시장등이 준비되어 문화의 씨앗을 뿌릴 예정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용자 교육과 책 놀이로 이루어지는데, 대기가 많아 예약제로 시행된다.



활발하게 운영되는 독서동아리 또한 공릉도서관의 자랑이다. 중학생으로 이루어진 독서토론부’, 청소년의 시선으로 공릉동의 소식을 전하는 공행청소년기자단’, 엄마들의 책모임 그림책 읽기등이 대표적인 예. 특히, 유치원 견학이 있을 때면 두 팔 걷고 도와주는 그림책 읽기회원들은 도서관 운영의 큰 힘이다.



주민주도형 도서관답게 공릉도서관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공릉주민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동네 인맥을 모으고 모아 재능기부 형태의 문화프로그램이 탄생되는 것이다. 손녀딸 손 붙잡고 도서관에 책 읽어주러 왔다가 문학박사 정체가 탄로(?)한국 전래동화의 이해강의를 맡게 된 할아버지, 도서관에서 이야기하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곤충박사, 타고난 손재주를 살려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책놀이를 펼치는 엄마들. 이렇게 공릉도서관은 인적네트워크의 보고가 되어 사람책을 축적해간다.



공릉동의 지속 가능한 행복 발전을 위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개관 2년 만에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 주민들의 문화와 복지를 위해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하루 평균 이용자 수 300명을 돌파하고 있다.



공릉도서관은 이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사랑방이자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이 존재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다. 현재 공릉도서관은 사서직 1명과 14명의 자원봉사자로 운영되고 있다. 6일 평일 기준 9시간을 사서 1명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전담직원 1명이 도서관 관리, 각종 공문 처리는 물론 독서문화프로그램을 기획, 섭외하며, 직접 진행도 한다.

자원봉사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과 도서관에 대한 애정으로 일하고 있지만, 오가는 차비조차 자비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봉사를 오랜 기간 지속하기 버겁다. 실행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공적인 영역인 도서관이 주민들의 봉사와 희생에 의해 유지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프로그램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는 점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봉사자들의 인맥과 북카페 수익금에 기대 운영하는 실정이라, 강의료는 고사하고 변변한 식사 한 끼 대접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열심히 일해주신 북카페 봉사들에게도 한없이 죄스러운 심정이다. 그렇다 보니 보다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시도해보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도회청이 풍족하진 않아도 쪼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적인 예산이 책정되어 공릉동의 행복 발전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마을도서관으로서의 본보기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
운영 평일(~) 09:00~18:00, 토요일 09:00~17:00 (일요일 휴관)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79길 22, (공릉동) 공릉행복발전소
문의 02-976-3820
http://cafe.daum.net/grhappy3820/g1NY/56
https://blog.naver.com/grhappylib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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