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바다마을 작은도서관

2018.12.26

작지만 소중한 우리 동네 문화사랑방

바다마을 작은도서관


문화시설이 취약했던 해군 제3함대 내에 작지만 소중한 문화사랑방이 둥지를 틀었다. 군 가족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이 문을 연 것이다. 푸르른 바다가 넘실대는 전남 영암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따뜻한 책 공간을 마주했다.


관사 내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꿈을 키워요

문화기반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해군 제3함대에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렸다.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추진하는 ‘KB 국민은행 군인 가족 작은도서관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관사 내에 도서관을 설립할 수 있게 된 것. 이는 군 장병 및 가족의 복지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국방부와 KB 국민은행이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른 사항이었다.

바다마을은 시내와 멀리 떨어진 문화사각지대로 관사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을 마치고 여가를 보낼만한 시설이 부족했다. 도서관은 차를 타고 한참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멀기만 한 곳이어서 관사 어린이 중에는 도서관 구경을 한 번도 못 해본 아이도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군 가족들은 오매불망 도서관이 들어서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지난해 11월 30일, 모두의 바람을 모아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이 개관하는 날. 초겨울 바닷바람이 꽤나 매서웠지만, 도서관을 향한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개관식에는 해군 제3함대 부사령관과 국방부 해군본부 관계자, 군 장병 및 가족을 비롯 KB 국민은행 전남 ⸳ 광주지역 영업그룹 대표, 국군금융지원단 본부장,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 등이 참석해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의 시작을 축하했다.


작지만 소중한 바다마을 가족들의 따뜻한 책 공간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은 관사의 중심 지역인 관리동에 위치해 있다. 인구 감소로 이용자가 없어 방치되다시피 한 관리사무소 옆 경로당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106.72㎡(약 32평)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열람실, 어린이방, 강의실, 대출안내데스크, 화장실 등으로 나눠 알차게 구성했다.

시야가 탁 트인 1층 건물인 점을 십분 활용하여 전면 통유리를 설치해 실제 면적보다 넓어 보이게 조성 한 점 또한 큰 호응을 얻었다. 고급스러운 원목 테이블이 놓인 창가 자리는 여느 북카페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랑하며 오전 시간 주부들의 힐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도서관에 들러 책도 읽고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위안을 얻고 있어요. 도서관에 오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나무 냄새가 참 좋아서 물어보니 모두 친환경 원목이라 하더라고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잠깐의 여유를 통해 육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답니다.”

오후 주 이용층은 역시 관사 내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학생이다. 어린이집과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의례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고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어린이방은 늘 북적북적, 살아있는 도서관임을 증명한다.



“집 앞에 도서관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러 책도 보고, 친구들이랑 공기놀이도 하고 있어요. 학교 갔다 오면 갈 데가 없어 지루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금방 가는 거 있죠. 조금밖에 안 논 것 같은데 자꾸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러요. 가끔 유치원 동생들이 시끄럽게 할 때 빼고는 대만족이에요.”

이처럼 도서관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운영진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전남도립도서관에서 다양한 봉사 경험을 쌓은 운영자와 독서프로그램 전문 강사진,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오늘날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에 인터넷 블로그(http://blog.daum.net/badalibrary)를 개설하여 도서관 활동을 알리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글은 ‘하늘을 나는 그림책 여행’이라는 독서프로그램 후기. 우산 도둑을 읽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물조물 우산 카드를 만드는 모습들이 참 귀엽다.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닌 운영자와 함께 활동하는 공간,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 점을 알아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그림책 여행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은 현재 4,249권(일반 1,313권, 아동 2,936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KDC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아동 도서는 미취학아동, 저학년 도서, 고학년 도서로 구분해 보다 쉽게 책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작은도서관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책 종류가 다양해요. 정리도 나이대별로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 원하는 책을 고르기 편하고요. 삼국지, 제로니모 같은 책을 자주 보고 있는데, 더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주시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간 도서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또한 바다마을 작은도서관의 자랑이다. 지리적 제약을 딛고 문화 혜택을 받기 힘든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양질의 독후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은 단연 5~6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하늘을 나는 그림책 여행’. 그림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고 확장을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둔 점 프로그램으로 수강 신청 대기 명단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주 1회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북아트 수업과 매일 오후 5시에 진행되는 그림책 읽기에 대한 애정 또한 크다.



“도서관 수업 전부 진짜 진짜 재미있어요. 선생님도 친절하시고요. 매일 도서관에서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요.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중학생 언니 오빠들이랑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는 바다마을 작은도서관. 1365 자원봉사 포털을 이용해 인근 중고등학생들이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을 물론, 한국언론재단에 강의를 신청하여 전문 미디어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방학 특강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전하는 도서관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지역 내 도서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무안군에 위치한 ‘아낌없이 주는 작은도서관’으로부터 도서관 운영 전반에 대해 도움받고 있으며, 전남도립도서관에서 활동하는 ‘꿈을 나르는 그림책’ 회원들이 바다마을 아이들을 위해 고정적으로 책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지역 우수 작은도서관과 협력하며 동반 성장해 나가겠다는 이들에게서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열정이 느껴진다.

“어른들에게는 문화공간으로, 장병들에게는 지식의 요람으로, 아이들에게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보다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으며 내실 있는 도서관으로 성장하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 바다마을 작은도서관

운영 화~금 11:00~19:00 / 토 09:00~17:00 (일,월 휴관)
주소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공항로 21, (해군바다마을아파트) 바다마을 작은도서관
문의 http://blog.daum.net/badalibrary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세진
KB작은도서관 2017 조성사례집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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