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공감의 교과 협력 독서토론] 상담교사와 함께하는 마음 알기 독서토론
공감의 교과 협력 독서토론
상담교사와 함께하는 마음 알기 독서토론
갈 길을 잃은 눈동자, 쭈뼛거리는 손, 콩닥거리는 심장. 새 학년이 되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교실 속 학생들을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울을 보는 것 같아 동병상련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필자도 새 학교에서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가장 긴장이 된다. 하지만 교과와 협력하는 도서관 수업, 프로그램은 학교도서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교과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학교도서관의 당위성이 더욱 단단해진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북돋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 연계 또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교과 분야를 더욱 심도 있게 학습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도 독서의 주요 기능이다. 2021학년도 본교에서 실시한 ‘교과 연계 독서토론’의 과정을 공유한다.
협력 요청: "책 속 주인공 마음을 함께 읽어 주세요"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북적이는 상담실은 도서관 바로 옆에 있다. 상담 시간에는 철저히 문을 닫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곳은 마치 사랑방 같다.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도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히려 출입이 더 많아진 이곳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살펴 줄 상담교사가 있다. 교과연계 독서토론을 계획할 때, 첫 번째로 생각했던 (비)교과는 바로 상담이었다. 간단한 계획서와 함께 들고 간 책을 상담교사께 보여 드리며 ‘상처받은 아이들이 서로 연대하여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책’을 함께 읽어 보고자 부탁드렸다. 상담선생님은 흔쾌하게 수락해 주셨고 처음으로 협력 독서토론의 길이 열렸다.
주제도서 선정: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청소년소설 중에는 상담과 연계할 수 있는 주제의 책이 매우 많다. 청소년 시기에 겪는 심리적 고민, 학교 및 가정에서의 어려움은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에 단골 주제로 나온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수업이 계획된 만큼 도서를 선정하는 데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완득이』(이주민 가정, 학교 부적응 청소년 주인공 주제 소설), 『우아한 거짓말』(왕따, 친구 관계 주제 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가족 관계와 소통 주제 소설) 등 다양한 책을 보며 토론 주제를 떠올려보았다. 최종 선택한 『행운이 너에게 다가가는 중』은 우정, 연애, 진로, 가정환경 등 다양한 고민을 겪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연대하여 해결하는 과정이 돋보인다. 이 책은 가정에서 폭력을 겪는 청소년의 이야기로 누가 말 거는 것조차 싫어하는 은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은재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폭력을 일삼기 일쑤고 주변 이웃과 경찰은 이를 외면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행운은 은재의 발 앞으로 문득 축구공이 굴러온 듯 다가오고, 주인공의 주변에 ‘공을 주고받을’ 친구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지영, 지유, 우영, 형수 이 아이들은 은재와 함께하며 주인공의 곁을 지켜 준다. 위험에 처한 친구를 돕고 그로 인해 용기를 키워 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와 처한 배경에 학생들의 감정 이입이 가능하며, 상담교사의 전문적인 설명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
교사 간 수업 역할 나누기
1회차 사서교사의 토론(『라면은 멋있다』, 공선옥)에서는 토론 문항을 담은 주제 활동지를 바탕으로 활동했다. 토론 시간의 앞부분을 할애하여 학생들에게 미리 토론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이에, 2차시 독서토론도 활동지를 바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토론 문항을 사서교사와 상담교사가 나누어 작성하고, 필요한 주제 문항은 부연 설명을 더하기로 했다.
토론의 전반적인 진행은 사서교사가 맡았으며, 심리학적 주제 및 요소에 대한 설명은 상담교사가 주도하여 운영하였다. 토론에 활용한 주제 문항은 다음과 같다.
상담교사의 역할: 심리·정서 용어와 배경 설명
우선 상담교사의 전문적 설명을 더했던 주제는 ‘학습된 무기력’, ‘애착손상’, ‘정서적 재경험’이었다. 앞선 표에서 기본 4번 문항의 ‘학습된 무기력’은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어떠한 시도도 할 수 없게 되는 무력감을 일컫는다. 가정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주인공 은재이 이를 상황을 잘 나타내며, 상담교사는 동물 실험의 예시 영상을 통해 부연 설명하였다.
기본 5번 문항의 ‘애착손상’에 관해 다룰 땐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동물실험 연구 영상을 통해 생물학적 욕구보다 더 강한 애착본능(접촉 위안)을 알려 주었다. 참여한 학생들은 실험 영상 속 아기 원숭이가 헝겊을 덮은 인형에게 안기려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 은재가 다른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이유와 자신의 겉모습을 ‘싸가지’로 무장했던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지막 문항의 ‘정서적 재경험’ 토론 문항을 통해 애착손상 및 학습된 무기력을 가진 주인공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축구부 컨테이너, 부원들과 감독의 애정을 통해 주인공이 마주하는 정서적 재경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상담교사의 전문적인 설명은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와 행동에 대한 이해에 깊이를 더해 주었다. 학생들이 책을 더 깊게 읽고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먹이를 주지만 철사로 만들어 딱딱한 엄마 모형, 먹이를 주지 않지만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든 엄마 모형을 두고 어디에 더 집착하는지 알기 위해 원숭이 애착 실험을 했던 해리 할로우. ⓒbrainpickings.org
사서교사의 역할: 책 내용+사회적 배경 이해 이끌기
상담교사가 인물들의 심리와 관련지어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책의 내용을 함께 파악하는 시간에 넣어 수업을 운영했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의 전체 흐름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사서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느낀 소감과 주요 책 내용과 관련된 의견을 묻는 것은 물론,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둬야 할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함께 알려 주었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에는 가정폭력, 우정과 사랑, 진로 등 다양한 청소년의 고민이 담겨 있는데, 이 중 심화 1번 문항(“이 책에는 학대를 받는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학대라는 이름 앞에서 주인공이 처 한 상황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을 다룰 때에는 사회적 배경 설명이 필요했다.
정서적 학대를 받는 우영의 경우 그 환경적 요인을 가정 바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우영 엄마(여성)는 결혼 후 자신의 직업 경력이 단절되어 자녀의 학업적 성공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녀와 본인을 동일시하여 학대를 애착이라 착각하는 현상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원인이 제공된 결과이다.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경력보유여성과 양육 집착에 관한 신문기사 및 ‘헬리콥터 맘’과 같은 신조어 함께 찾아보기,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69화(채널A, 2021.10.15. 방영) 편집 영상 함께 보기와 같은 활동을 더했다. 부모로부터 받는 정서적 학대에 사회적 요인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기 위함이었다.
교과연계 독서토론은 사서교사가 책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 교과교사의 전문적인 교과 지식을 연계하여 운영할 때 효과적이다. 효과를 보여 주는 예로, 상담교사와 함께한 독서토론을 마친 후 학생들이 보낸 후기 중 하나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을 했다. 그 내용을 사서선생님께서 정리해 주셨고 상담선생님께서는 상담 용어로 설명해 주셔서 매우 유익하였다.”
/학교도서관저널, 김보란 인천남중 사서교사
http://slj.co.kr/bbs/board.php?bo_table=education&wr_id=496
#도서관프로그램 #청소년프로그램 #토론 #상담 #문화프로그램 #도서문화프로그램 #도서관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