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웰컴 투 메타버스 라이브러리] 하이드리브 운영으로 독서교육 서비스를!
웰컴 투 메타버스 라이브러리
하이드리브 운영으로 독서교육 서비스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다시 오피스로 불러들이기 위해 사무 공간을 리노베이션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따르면 ‘긱 워커(초단기 근로자)’, 혹은 ‘노마드 워커(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 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학교는 어떤가? 팬데믹 이후 대면 수업을 하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게임을 하고 패들렛를 활용해서 직접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각자의 개성을 파악한다. 코로나로 인해 경험한 것이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이는 것은 직장이든 학교이든 비슷한 듯하다. 이에 학교도서관의 변화 방향 중 하나로 팬데믹 시기에 많이 언급되었던 ‘메타버스와 도서관의 동행’을 제안한다.
메타버스 도서관을 왜 기획했냐면
때는 2022년으로, 코로나가 조금 완화되어 전체 회식을 하던 중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 “학교도서관 책이 많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씀하셨다. 필자는 다양한 탐색을 위해 학교도서관에는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견이 대립했다. “김 선생님, 고집이 좀 있네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여태 생생하다.
교과선생님들로부터 교과 연계 도서에 대한 협조를 장기간 받지 못해 직접 교과 연계 도서 목록을 제작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렇게 자료 보충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 중에 들은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내 노력이 쓸모없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변했고, 이후의 도서관 운영 변화로 이어졌다. 자료 보충을 강조하다가 스스로 오히려 1만 9천 권의 소장 도서 중 5천 500권을 폐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도서 폐기 후에는 오히려 이용할 수 있는 도서가 수만 권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었다.
필자는 국어 교과서 뒤 참고 자료를 모으면서 교과 연계 도서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주무관님께 연락을 드려 전자책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도서관 자료 보충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연락을 주고받던 주무관님께서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서비스 시작 전에 연락을 주셨다. 이 일로 내가 작성한 교과 연계 도서는 쓸모가 없어졌지만(교보문고 전자책을 동일하게 이용하기에 교과 연계 목록에 있는 도서 구매가 소용없게 되었음), 뜻하지 않게 ‘도서관 자료 보충’이란 기존의 목적 이상을 달성했다. 그리고 전자 도서관에 가입하도록 학생들에게 홍보하던 시기, 국경 없는 의사회의 후원자 온라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모임에 참석하면서 메타버스에 구성된 사진 전시를 책표지 전시로 바꾸고 전자책을 검색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출처: https://zep.us/play/DKRjpO)
메타버스 공간에 입장하니 국경 없는 의사회 관련 홍보 영상이 재생되었다.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이후에 메타버스 공간 강당에 모였을 때, 실제 활동을 하는 의사와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 후원자 온라인 모임에서 ‘메타버스 도서관’이란 방향성을 찾았다.
새로운 환경을 위한 온라인 환경 준비
후원자 모임 참석 후 막연하게 메타버스 도서관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 ‘도서관에 책이 많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씀하신 교장선생님의 의견이 떠올랐다. 교장선생님께서 주신 아이디어에 맞춰서 서가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일정한 선택의 폭을 주고 고르게 하자는 게 나의 인식 변화였다. 이에 기존의 서가 중 일부를 전면 서가로 바꿨다. 한 칸에 책을 4, 5권을 꽂을 수 있는데, 덕분에 이용자들은 책을 좀더 집중해서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전면 서가를 들이려면 공간이 많이 필요했다. 출판된 지 10년 이상 된 책을 2학기 내내 5,500권 폐기했다.
다음으로는 추상적인 내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범용 메타버스 도서관을 제작했다. 활용할 후보군은 제페토와 ZEP(https://zep.us/home/spaces)이었다. 네이버에서 만든 제페토는 메타버스 관련 뉴스나 영상 자료에서 종종 소개되고, 여러 기업과 협업하여 아이템을 만들고 판매하기에 관심이 갔다. 하지만 직접 실행해 보니 제작의 난도가 있었다. 그래서 활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페토를 직접 활용해 보는 과정에서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초등 6학년 학생과 간단하게 이야기도 함께 창작해 보고, 이야기에 맞춰 학생이 그려 준 그림도 받고 선물도 교환하는 등 나이에 상관없이 교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션 역할 놀이(아바타에서 제시된 춤추는 기능을 연결해 보여 주면 심사위원 역할자가 거기에 대해 논평하는 방식)’를 체험하면서 ‘익명의 의견 나누기 공간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구상하려는 공간은, 필자가 퇴근해도 존재하는 도서관이었기에, 이는 ZEP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였다. 교보문고 전자책 도서관에 있는 책의 표지와 요약본을 만들어 게시하고, 관련 책 소개 영상도 찾고 구글 ‘아트 앤 컬쳐’와 같은 기존 도서관에서 확장된 영역도 준비하며 시범용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개인이 혼자서 제작하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실험용 공간을 만드는 중에 두 부장님께 각각 불려갈 일이 생겼다. 학생의 진로 탐색을 위해 책을 읽고 발표하는 진로 독서와 같은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에 대한 축소 문의와 독서 본래의 활동에 초점을 맞춰 달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교육 경력이 짧았음에도 그동안 ‘발상이 창의적이다’, ‘활동적이다’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예를 들면 초등에서 근무할 때는 학교 텃밭에 있는 목화솜으로 열쇠고리 만들기, 해바라기를 수확해 크리스마스 수제 초콜릿 만들기와 공정무역 수업하기 등 활동을 실천했다. 중등에서는 비경쟁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나름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만 받다가 활동을 축소해 달라는 권유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현재 도서관 운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피는 한편, 메타버스 도서관 시범 공간을 제작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학교의 요구에 맞는 도서관의 운영 방식이란 무엇일까?’
필자가 구축한 메타버스(ZEP) 도서관 캡처. 간략한 책 소개와 영상을 제공한다.
고교 학점제 시대, 도서관은 변화가 필요해
그러던 중에 여름 방학이 되었고 1정 사서교사 연수를 받았다. 연수 강사들의 우수 사례를 보는데 필자가 운영하는 독서프로그램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학생들을 모집하고 책을 읽고 발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적인 독서활동이었다. 그렇게 고민의 시간을 보내다 1정 연수 기간 중에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고교 학점제 도입으로 교육환경이 변화하면 도서관도 변화가 필요하다.’
내가 하는 활동은 일정하고, 숙련도는 더 높아졌는데 활동 축소 요청을 받은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차후 교과 시간에 강의식 수업이 아닌 도서관에서 해 오던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기에 도서관과 역할이 중복된다. 학생들이 학습할 시간을 활동에 쓰도록 한다. 그리고 생활기록부에 자율활동 기록이 축소되는 상황과 맞물린다.’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두 부장님과 나눈 이야기 중에는 2학기 메타버스 활동을 마지막으로 하는 협의 내용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바심이 생겼고, 1정 연수 기간 중 메타버스를 주제로 하는 수업에서 시범용으로 만든 공간의 링크를 공유하고 함께하실 분을 구하고자 필자의 구상을 알렸다. 하지만 비대면 연수이고 자격증 취득이란 목적이 분명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소극적인 홍보 때문이었는지 지금까지도 함께하겠다는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안성 지역 사서교사 연수에서 공개 발언할 기회를 얻어서 나의 생각을 전했지만, 아직 공감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시범 공간을 만들었지만, 함께하실 분을 학교 안팎에서 구하지 못해 학생들을 모집했다. 2022년 9월 기준 30명이 넘는 학생들을 모집했고 시범 공간을 시연했다. 이후 학생들은 21명으로 줄었다. 학생들에게 시도했으면 좋을 만한 방향도 제공하고 회식도 제공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그 성과는 미지수인 상태다. 빅데이터를 배우는 학생들은 학교 대출 현황을 받아 키워드를 검색하면 추천도서가 연관 검색되도록 하는 구상안을 제시했다.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팀, 자신이 그린 작품을 메타버스 도서관에 전시하는 팀, 창작한 이야기를 더욱 잘 즐길 수 있도록 인물들과 배경을 활용한 공간을 만드는 팀 등 주제가 다양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한 상황이다. 함께하실 분을 구한다면 이 상황을 개선하고 활동을 구현해 보고자 한다.
학생들에게 개별 활동을 부여한 후 나름대로 메타버스 공간을 채워 나갈 내용을 준비해 갔다.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교과와 연계된 도서 추천 목록을 부탁드렸다. 부탁 끝에 미술선생님과 인문학 선생님의 도서 추천 목록을 받을 수 있었다. 목록에 포함된 책은 전면 서가에 전시되고 요약본과 관련 영상은 메타버스 도서관에 전시될 것이다. 전시 방법은 종이책에 QR코드를 입력해서 요약본이나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학생이 원할 때 메타버스 공간에서 책 소개글이나 요약본을 보고 이후 원문이 필요할 때, 전자도서(또는 논문)나 종이책 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련의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 공간을 다수가 함께 지속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일회적 이벤트로 끝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교육청 주무관님께 함께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해서 독서 지도나 기타 연구 사례를 축적하실 선생님을 구한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함께하실 분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메타버스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실 선생님이 나타난다면 공동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책을 활용한 학생 발표와 정보 공유 그리고 학생 활동사례 수집과 연구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점진적 변화를 위한 오프라인 환경 준비
변화하는 메타버스 도서관 환경에 발맞춰 오프라인에서도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해야 했다. 전자책이 있어도 종이책을 선호하고 작은 화면으로 책을 보는 게 불편한 경우도 있다. 오디오북을 소개해도 직접 읽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경우 등 다양한 이용자들의 요구 상황이 메타버스 도서관을 통해 전자책 이용률을 높이는 기간에 발생했다. 전자자료(메타버스 도서관) 중심으로 변화할 수도, 지금 현상을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점에 요청해서 ‘바로 대출’ 방식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바로 대출’이란 학교의 주거래 서점에서 원하는 책이 있으면 먼저 가져다 읽고 학교도서관에 반납하면 사서교사가 이후에 도서 정비를 하는 방식이었다. 시범 운영하는 1년 동안 이용 사례는 7건이었고, 서점에서 별도 구매 관리 영역을 만들어 지원해서 2023년에는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는 종이책만 바로 대출 방식이나 수시 구매 방식으로 도서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방식은 메타버스 도서관의 이용에서 소외될 수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도서관은 전자책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원하는 종이책을 직접 선택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이 연재 글을 보셨다면, 메타버스 도서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보시기보다는 메타버스 도서관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로 인한 변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 링크 하나만으로 접속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학생들은 도서 정보, 논문 정보, 유용한 사이트 정보,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에 대한 정보로 학습 활동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 책 읽기가 싫을 때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교양 쌓기, 좋아하는 노래 영상을 번갈아 가면서 교환해 학교 내 문화 형성하기 등 다양한 응용이 새로운 공간에서 가능하다. 이 도서관은 사서교사가 퇴근해도 계속 열려 있을 것이다.
한편, 디지털 원주민이 아닌 경우에 대해서도 도서관은 정보 탐색 및 활용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이는 현재 도서관들이 대활자본을 비치하거나 책을 줄이고 오히려 열람 공간을 늘리는 등 이용자 요구에 맞춰 대응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로서는 어떻게 메타버스 도서관을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은 접근법이 아닐까? 이후에는 메타버스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제안해 보고자 한다. 관심 있는 선생님들께서는 운영과 제작에 함께하길 독려한다. 메타버스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싶으신 동료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학교도서관저널, 김연성 경기 가온고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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