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행복한아침독서] 생각과 경험 나누는 책 대화 수업

행복한아침독서

생각과 경험 나누는 책 대화 수업


에세이집 『책, 이게 뭐라고』에서 장강명 작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을 함께 읽고 자기 생각을 나누는 사회를 꿈꾼다고 말한다. 이유는 이렇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다가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뭐 잘못 먹었어?’라는 대꾸를 듣기 십상이지만,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를 읽고서는 인생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책이 중요하고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되어준 것이다.

책 읽고 대화하기는 모둠별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눈 다음, 대화 과정을 점검하고 성찰하는 수업 방법이다. ‘책읽기-대화하기-대화 기록 점검하여 보고서 쓰기’의 과정을 거친다.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대화’가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다. 여기서 대화는 책 내용을 이해하는 대화, 책에 담긴 가치판단과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대화, 책 내용과 세상일을 연관 지으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대화, 책과 관련된 자기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과 세상을 성찰하는 대화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송승훈 외 5인 지음 참고)

같은 책을 읽은 친구들과 이러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혼자서 읽을 때보다 생각을 확장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책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게 된다.

책 읽고 대화하기 수업 활동은 ‘1차시 : 모둠 구성과 책 선정-2~7차시 : 책 읽고 독서 일지 쓰기, 질문 만들기-7~9차시 : 대화하기-10~11차시 : 대화 내용 점검하여 보고서 쓰기’ 단계로 진행된다.


모둠 구성과 책 선정하기

책을 함께 읽을 모둠을 네 명으로 구성한 후에 각자 맡을 역할을 정한다. 역할을 분명하게 정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사람은 일이 너무 많고 어떤 사람은 무임승차하는 일이 생긴다. 책 대화 후 대화 기록을 정리한 ‘대화 보고서’를 결과물로 요구할 경우, ‘기록’ ‘워드’ ‘최종 편집’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다. 먼저 기록은 책 대화를 나눌 때 대화 내용을 음성으로 기록하고 이를 텍스트 문서로 변환하는 일을 한다. ‘클로바노트’ 같은 음성-텍스트 전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다. 정리는 문서화된 대화 기록을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로 다듬어 정리한다. 감탄사 같은 군더더기는 지우고 비문을 바르게 고치고 입말투 문장을 다듬는다. 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서 두 명이 맡아서 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편집은 정리를 맡은 학생들이 작업한 글을 취합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구성하고 글의 완결성을 높여서 좋은 글로 만든다. 이 역할은 역량이 가장 뛰어난 학생이 맡아야 한다.

모둠 구성과 역할 배분이 끝났다면 책을 선정한다. 교사가 책 목록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목록은 이야기 나눌 거리가 충분한 책, 학생들의 관심사나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된 책이 적합하다.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의 취향과 수준을 반영할 수 있고 스스로 선택한 책이기 때문에 더 애착을 갖는다.


책읽기와 질문 만들기

수업 시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서 책을 읽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한 권의 책을 읽으려면 최소 4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 50분 중 40분은 책을 읽고 10분 동안에는 독서 일지를 쓴다. 일지에는 인상적인 내용이나 새롭게 알게 된 점, 궁금한 점 등을 쓴다. 책을 읽는 중에 메모를 하거나 플래그를 붙여두는 방법을 안내하면 일지 쓰기가 더 수월하다.

책 대화하기의 좋은 점은 같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모둠원끼리 서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드시 모둠별로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읽으면서 궁금한 점을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서로 얼마나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모두 읽은 학생은 책 대화를 위한 질문을 만든다. 여기서 질문은 정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되어줄 질문이다. 학생들에게 궁금한 점이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만한 내용을 질문 형태로 쓰게 한다. 풍부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열린 질문,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안내하면 좋다. 책 대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짧은 단편소설이나 그림책으로 질문 만들기와 대화를 연습하는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은 더 좋은 질문을 만든다.

모둠에서 개별적으로 만든 질문을 모으고 그중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모둠 질문을 8~10개 정도 고른다. 그리고 대화 흐름을 고려해 먼저 이야기할 질문의 순서를 정하면 책 대화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책 대화하기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무작정 대화하라고 하면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 방법을 세심하게 안내해야 한다. 먼저 모둠에서 선정한 질문에 대해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다. 그래야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진행자 역할을 맡을 학생을 정해도 좋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이나 인상 깊었던 내용에 대해 가볍게 나눈 후, 미리 정한 질문 순서에 따라 대화를 진행한다.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 이때 말하는 내용이 책의 어느 부분과 관련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도록 지도한다. 그러면 책이 중심을 잡아주어 대화가 겉돌지 않는다.

꼬리 물기 대화법을 알려주면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가 한 말을 들으니 나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같은 예시를 들어준다. 또 “왜 그렇게 생각했어?” “가 ~라고 말했는데 반대되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처럼 궁금한 점이나 애매한 부분을 질문하는 방법도 좋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경청하는 태도를 강조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듣는 사람은 호응과 인정의 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특정 학생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게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하게 조정한다.


대화 기록 보며 점검하기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학생들은 만족스러워한다. 머리를 맞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맛보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뿌듯함을 느낀다. 이처럼 대화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대화 후에 내용을 글로 정리하고 이를 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대화 보고서’ 형태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음성으로 기록한 대화를 압축하고 명료하게 요약해서 글로 정리한 것이다. 학생들은 모둠에서 나눈 대화 기록을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글로 재구성해야 한다. 입말을 완성도 있는 글로 바꾸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성실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화 내용을 곱씹으면서 모둠에서 오갔던 이야기를 완전히 내면화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의사소통 과정을 성찰하면서 학생들은 더 성장한다.

대화 보고서는 제목, 들어가는 말, 본문, 나오는 말로 구성한다. 들어가는 말은 독자의 관심을 잡아끌 수 있어야 하고, 본문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매끄러운 대화 형태의 글이어야 한다. 나오는 말에는 대화를 나눈 후 깨달은 점이나 화두를 던지는 고민을 포함하면 여운이 남는다. 대화 보고서 작성 후에 교사, 친구들과 피드백 과정을 거치고 이를 바탕으로 고쳐 쓰도록 지도하여 최종 보고서를 완성한다.

수업 환경이나 학생 수준에 따라 독서 후 활동으로 대화 보고서를 요구하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대화 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생각이 바뀐 점을 묻는 ‘대화 일지’를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모둠 질문으로 교사가 질문을 던지고 학생이 답변하는 독서 구술평가를 하면 학생들은 대화 기록을 점검하며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많은 학생이 가장 좋았던 수업으로 책 대화 수업을 꼽았다.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의미 있는 경험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지적 성장을 체험하고 머리를 맞댄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3/05/01/2023050109005214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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