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광주] 책문화 공간 봄
작은도서관,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마을의 미래
광주 책문화 공간 봄
위치 : 광주광역시 남구 효우로 77번길 9 (노대동 845번지 카페 디 마레 2층)
전화 : 062-681-5432
개관 : 2013년
운영시간 : 월요일 ~ 일요일, 10:00 ~ 22:00 / 휴관일 : 설날, 추석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booksbom
공간 봄, 독서와 휴식을 즐기는 만남의 광장
리자 : 공간봄은 위치가 굉장히 독특해요! 공간봄이 만들어진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봄 : 봄은 아래층 카페 사장님께서 공간을 후원해 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아래층엔 카페, 위층에는 도서관, 잘 어울리는 구성이죠. 물론 외부 계단으로 이어진 별도의 공간이에요. 그렇지만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도서관에 오셔서 책을 읽으실 수는 있어요.
원래는 학원자리이었는데, 학원이 나가고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 사람을 찾고 있었데요. 마침 동네에서 제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고, 서로 뜻이 맞는 5명이 모여 공간 봄을 만든 거죠. 관장은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임기제로 맡고 있습니다. 옆 건물에 헬스장과 찜질방이 있는데 이곳을 찾아오시는 고객들도 저희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세요. 목욕 후 가족들이 만나는 장소로 활용하는 거죠. 아무래도 남자들이 목욕을 빨리 끝내는 편이라 주로 아빠들이 이곳에서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시죠. 헬스장을 방문한 엄마들이 운동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기도 하죠.
나눔 책장, 공간 봄의 소통 창구가 되다
리자 : 봄을 이곳저곳 살펴보니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봄 : 봄은 지역주민이 만들고,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에 필요한 물품을 칠판에 붙여 놓으면 알아서 가져다주십니다. 예를 들어 복사지가 없으면 복사지가 필요하다고 써놓습니다. 그러면 가져다주세요. 대개 자주 이용 하시는 분들이 도움을 주시죠. 주로 물품 후원을 받다보니 이용자분들도 더 편하게 방문 해주시는 것 같아요.
책도 독특한 형태로 기증을 받습니다. 도서관 내에 설치한 나눔책꽂이 ‘문화텃밭’에 이용자분들이 직접 책을 채워주시는 방식입니다. 원래는 집에서 안 읽는 책을 기증받으려는 취지였는데 이상하게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책이 모이더라고요.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한 학생이 고양이와 관련한 도서를 채워 주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특정 주제와 관련한 도서들을 기증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나눔책장이 마치 주제전문 도서 책장이 된 느낌이었어요. (웃음) 종종 그분들 중 한 분에게 왜 이런 주제와 관련된 책을 기증해 주셨는지 묻고, 그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처음엔 난감해 하셨지만, 아무래도 그 주제와 관련된 책을 갖고 있었던 만큼 관심이 있는 분이라 이야기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공간봄은 다른 작은도서관과는 달리 운영시간이 길어요. 아침 열시부터 밤 열시까지 운영을 하죠. 저 혼자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카페에서 봐주시기도 하고, 저녁 시간에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돌아가며 관리해주시기도 합니다. 운동 끝나시고 오셔서 잠깐씩 들러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이용자들도 많아요. 시간에 다라 다르지만 많을 땐 이 공간이 꽉 차요. 보통 하루에 40-50명 정도가 이용합니다. 이용자의 연령대에 따라 도서관에 찾아오는 시간이 다른 점도 참 재밌더라고요. 요새는 청소년들도 많이 찾아와요. 특히 시험 끝나는 날은 아이들이 정말 많이 와요.
공간 봄, “이곳에서 힐링 하고 가요~”
리자 : 공간의 특성 때문에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봄 : 항상 오는 초등학생아이가 있어요. 매일 와서 책을 읽고 독서록을 써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그렇게 해요. 엄마는 직장 다니시고, 동생이 유치원을 마치는 시간에 잠깐 와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씁니다. 저녁땐 엄마와 함께 와서 감사인사를 하고 가시는데 그게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또 기억이 남는 분은 직장을 잃은 싱글 맘인데, 딱히 갈 곳이 없으셨나봐요. 그날도 면접을 보고 오신 것 같은데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시는 눈치였어요. 여기에 한참 앉아 있다가 가셨는데, 가시면서 “여기서 정말 힘 받고 가요”하고 나가시는데 그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어요. 무엇보다 “이곳에서 힐링 하고 가요~” 하는 말을 들었을 때가 제일 좋아요.
한 번은 왕따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이 도서관에 온 적이 있어요. 처음엔 와서 책만 보다가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청년이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본인이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을 건네지를 않던 거죠. 제가 종종 도서관에 온 학생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어 말을 하게 된 거라며 덕분에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고 했어요. 올해 3월부터 다시 학교에 간다고 하는데 봄에서의 경험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가 있으셨어요. 그 분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되셨어요. 프로그램은 매주 한 번 화요일에 진행했는데 그 분이 정말 좋아 하셨어요. 3월에 시작해서 7월까지 이어졌는데, 어느 날 이젠 우울증 약이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사이다, 청소년과 함께 꿈꾸는 미래
리자 : 인권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문화 프로그램 이야기도 좀 들려주세요.
봄 : 저희는 프로그램 공모에 많이 참가하는 편입니다. 작년에 가장 대규모로 진행한 프로그램은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었어요. ‘책과 예술을 어떻게 접목시키는가’에 대해 공부하는 게기가 되었죠. 동화책 캐릭터 인형을 직접 손바느질해서 만들어보기도 하고, 동화책 표지나 장면을 크게 만들어 포토 존으로 설치하기도 했어요. 정성훈 작가의 ‘사과가 작아졌어’라는 큰 그림책을 다같이 만들어서 작가 선생님과 이야기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어요.
가장 감동적이었던 프로그램은 ‘인권마을 만들기’였어요. 왜냐면 마을과 인권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동아리 ‘사이다’와 함께 했는데, 뜻밖에 고등학생이 4명이나 와서 놀랬어요. 사이다는 ‘나를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다]함께 꿈꾸는 세상’의 약자에요. 이름 정말 멋지지 않나요. (웃음) 이후에 북페스티벌 때도 사이다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우리 마을의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어요.
인권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어요. ‘리빙 라이브러리’라는 프로그램인데, 저자나 지역 인사를 초청해 학생들과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죠. 광주 교육감을 초청해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욤비 교수님을 초청해 난민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올해는 이름을 ‘휴먼 라이브러리’로 바꾸어 확장해 가려고 해요. 엄마들이 집에 있으면 아이들밖에 모르고 세상 속으로 나오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요리를 잘하는 분, 재봉틀을 잘하는 분 등 정말 재능 있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분들의 재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책 도서관을 만들려고 해요. 내가 만약 재봉틀을 배우고 싶다면 재봉틀을 잘하는 엄마에게 배우는 방식이죠. 처음에는 일대다 강의로 시작해 일대일로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영해볼 계획입니다. 한 엄마는 요리학원 원장이었는데, 셋째를 낳고 집에만 계셨어요. 휴먼 라이브러리를 통해 엄마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다가 현재는 아이들 요리까지 가르치고 계시죠. 재주 좋은 엄마들이 많은데 그냥 집에만 묵혀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해봤어요.
독서동아리도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청년독서 동아리인 ‘나온라래’가 있고, 엄마들의 독서모임인 ‘책과 콩나물’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죠. 그리고 봄에서 운영하는 독서동아리 ‘봄봄’도 있는데, 이 동아리는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이외에 ‘큰 그림책 동아리’와 들꽃자수 동아리도 활동이 활발한 편입니다. 제가 작년에 ‘녹사문화방문’활동을 하며 우리 마을을 들꽃 자수로 놓아보자, 우리 마을에 피는 꽃을 자수를 놓고 지도로 만들어보자 했는데, 참여도 활발하고 결과물도 정말 예뻐서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문학이죠. 저의 봄에서 운영하는 ‘영화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은 자발적인 프로그램인데, 동네 분 중에 영화를 너무 좋아하시는 남성분이 여기저기 영화를 보고 서평을 많이 쓰시나 봐요. 그래서 그 분께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자고 제안해서 월 1회 진행되고 있어요.
작년에 처음 북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저희 예상보다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특히 저희가 진행하는 캐릭터 인형 만들기,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 입어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했던 ‘엄마의 다락방’이라는 프로그램은 엄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어요. 보통 엄마들이 북페스티벌에 오면 애들을 데리고 다니며 아이들 프로그램에만 참여하죠, 그런데 엄마의 다락방은 아이들은 잠시 저희가 맡고 엄마만 들어올 수 있게 했어요. 엄마의 감성을 자극하는 만화책부터 엄마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올해는 저희 도서관이 취약한 부분인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뉴실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어요. ‘뉴실버’ 프로그램은 노인 분들을 작가로 만들어 드리는 게 목표예요. 강사로 작가님이 함께해 주시고, 책을 출판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해요. 책을 내려면 사진과 삽화도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어요. 내년 하반기에는 그분들이 책을 쓰시고 다함께 출판기념회까지 열고 싶어요.
작은도서관 네트워크, 따로 또 같이 만들어가는 가치
리자 : 지역에 있는 작은도서관들과 교류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봄 : 저희는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광주 지부예요. 현재 책문화 공간 봄에서는 지역의 작은도서관 두 곳을 위탁 운영하고 있어요. 동네 작은도서관과 함께 교류하고 프로그램도 같이 협력해 운영합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기본적인 기획은 같이 모여서해요. 기본 기획을 바탕으로 작은도서관들이 어떻게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의논합니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한쪽에서 도서관 운영자교육을 했으면, 다른 곳에서는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저희 봄은 어린이프로그램보다 성인프로그램이 더 잘 운영되는 장점이 있고, 아파트 단지의 작은도서관은 성인프로그램보다 어린이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됩니다. 그리고 지역의 다른 작은도서관은 책 읽는 프로그램이 잘 되죠. 이렇게 같은 마을 안에 있지만 도서관마다 성격이 서로 달라요. 이런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구축해 함께 만들어 가는 거죠.
공간 봄, 책 읽고 실천하며 마을의 내일을 만든다
리자 : 공간 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봄 : 저희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과 인권프로그램은 3년을 계획하고 받은 사업입니다. 길다면 길수도 있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을 수도 있지만 저희의 바람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3년 동안 여기서 작가가 탄생했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각자 ‘나만의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시도의 하나로 올해는 옴니버스 이야기로 책을 만들려고 해요. 내년에는 만든 책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어 연극무대에 올릴 생각입니다. 3년 가운데 이제 1년 정도 지났는데 이렇게 계획을 해서 운영하다보면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성과들이 나올 거라고 믿어요.
인권 프로그램은 이제 마을과 연결해서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어요.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아이들이 책을 읽고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을 실천을 하는 것과 아무것도 없이 실천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들은 마을 모두가 책을 읽고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려고 해요. 봄에서 인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사고가 기점이 된 것 같아요. 세월호 이후로 학원이나 도서관에 아이들이 오질 않았어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충격적인 일들을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그것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서관 엄마학교’라는 이름으로 도서관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엄마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어요. 지금당장 학원에서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도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한 모임에 참여한 엄마들이 동아리는 물론 인권활동도 함께해요. 물론 지금도 바뀐 것은 크게 없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실천을 위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해요. 거창한 실천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인데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번이나 분기별로 아파트 단지 내에 차 없는 도로를 만들어보는 일, 유치원 차량이 정차할 때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이곳은 유치원 차량이 머무는 곳입니다’라는 표지판을 세우는 일 등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바꾸어가려고 해요. 올해 안 되면 내년, 내년에도 안 되면 내후년까지 도전해 꼭 이루고 싶어요.
글·편집 : 조예슬(행복한도서관재단)
교정 : 이용주(행복한도서관재단)
번호 | 제목 | 등록일 |
---|---|---|
71 | [서울] 고맙습니다 성산글마루 작은도서관 | 2015.04.20 |
70 | [대전] 중촌마을 어린이도서관 짜장 | 2015.04.10 |
69 | [인천] 푸른마을 함박도서관 | 2015.04.10 |
68 | [인천] 강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 2015.04.01 |
67 | [서울] 늘씨네 / SF&판타지도서관 | 2015.03.31 |
66 |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도서관 | 2015.03.27 |
65 | [대전] 모퉁이 어린이도서관 | 2015.03.08 |
64 | [대구] 동촌역사 작은도서관 | 2015.03.08 |
63 | [서울] 꿈마루 어린이도서관 | 2015.03.05 |
62 | [서울] 은행정 책마당 | 2015.03.05 |
61 | [서울] 수유마을 작은도서관 | 2015.03.05 |
60 | [익산] 동산작은도서관 | 2015.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