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2015.04.01


책 속에서 뒹굴며 자연을 닮아가요
작은도서관 사례 강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숲, 쉼, 여유, 그림책이 있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굽이굽이 논과 밭을 지나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도서관지기가 직접 만든 빨간 우체통과 작은 텃밭을 발견하게 됩니다. 동화에 나오는 숲속 나무집 같은 도서관은 찾아오는 동안 ‘여기에 도서관이 있기나 할까?’라고 걱정했던 마음들을 밀어내고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른 풍경을 펼쳐 보여줍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만 약 2,500권(그림책 외에도 일반 책들과 지식·인문 책들도 약 500권 있음)을 보유한 그림책 전문 도서관으로 2014년 2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동심을 잃어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그림책과 자연을 통해 내면의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소망에서 소박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아직도 조금씩 조금씩 채워가는 중인 살아 숨 쉬는 도서관으로 곳곳의 소품들 하나하나에서 도서관지기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답니다.
도서관 내부도 다른 도서관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분류법대로 책을 정리하지 않고 도서관 전체 벽면에 여러 종류의 그림책들을 한 권 한 권 펼쳐 놓고 수시로 바꿔주며 다양한 그림책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단 한 권이라도 감동을 주는, 그래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 아래에 위치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야외 데크에는 ‘숲속도서관’이라는 팻말이 걸려있고 자연과 생태 관련 책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책을 한 권 뽑아들고 바람을 느끼며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쉼과 여유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보다도 일상에 지친 어른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습니다. 도서관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깨우고 마음까지 쉴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바람숲 자연학교에서 놀자
어느 날 마을 아이가 도서관에 놀러왔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빈 논에 있는 올챙이를 보러 나갔는데, 그 아이는 농촌에서 사는데도 올챙이를 그날 처음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을 곁에 두고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고 ‘바람숲 자연학교에서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매달 곤충, 식물 등 주제를 정해 함께 그림책을 보고 직접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곤충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무엇이 무엇이 필요할까』를 함께 읽었습니다. 나무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가 필요하고, 나무를 얻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하고 씨앗을 얻기 위해서는 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그림책인데요. 그렇다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벌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뒤 벌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려봅니다. 이렇게 바람숲 자연학교에서는 그림책을 보고, 자연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자연에 다가갑니다.

내 손으로 만드는 ‘들풀 종이 책’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 오면 누구나 그림책 작가가 됩니다. 먼저 책을 만들기에 앞서 지푸라기를 삶아서 직접 찧고 빻고 틀로 떠내고 말리는 긴 과정을 거쳐 들풀 종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종이로 작은 책을 만들어 봅니다. 제목과 주제를 정하고 작가 이름란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적고 내용을 하나하나 채워갑니다. 어떤 친구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한 장 한 장 채웠더니,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담긴 소중한 책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다보면 아이들의 생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이 편견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조금 더 자연스럽게 자기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바람을 느끼고 별을 보며 도서관에서 하룻밤!
책 속에서 마음껏 뒹굴고 자연환경을 즐기며 도서관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많아지면서 도서관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숙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마음 한 켠에서는 도서관 운영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주택을 도서관으로 만들었기에 하룻밤 묵는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도서관이 문 닫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문 여는 시간까지(오전 10시) 도서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산 아래에 위치한 작은 나무집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조용히 머물며 바람을 느끼고 별을 보면서 자연 속에서 책과 친구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싶습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 꿈꾸는 도서관?
처음에는 낯선 강화로 와 도서관을 만들면서 ‘내가 왜 이렇게 척박한 곳에 들어와서 도서관을 시작 했을까’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겪었고 또 ‘이 마을 사람들이 도서관에 찾아오기는 할까’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하고 이곳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하고 더 많은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빌딩숲에 사는 아이들까지도 이곳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함께 그림책을 보고 그림책을 통해 자연에 가깝게 다가가 자연으로부터 초록빛 향기를 닮아가는 건강한 어린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 움직이는데 힘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미스 럼피우스』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속 주인공이 자기 주변에 꽃을 심기 시작했던 것처럼 이 도서관을 따뜻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온 사람들이 재충전을 하고, 자기 안에 잠자는 감수성을 깨워 자연을 닮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개관 : 2014년 2월 6일
주소 :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덕진로 159번길 66-34번지
전화 : 070-4109-6280
홈페이지 : blog.naver.com/baramsupai
여는날 : 수·목·금·토·일 10:00 ~ 17:00 (월·화는 도서관 쉬는 날)


신안나_강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팀장 / 2014-07-01 08:41

이 기사는 (사)행복한아침독서 '작은도서관신문'에 소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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