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옥재작은도서관

2016.11.22

고종의 서재에서 조선을 읽다

집옥재, 작은도서관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


100년 전, 비오는 날 오후 집옥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국정을 걱정했을 고종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집옥재를 찾았다. 왕의 서재에 앉아보니 마치 왕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집옥재가 작은도서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고궁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역사를 담은 책을 읽는 기분이 색달랐다.


지난 4월 27일 새 단장을 마치고 작은도서관으로 조성된 집옥재는 1891년에 건립된 이후 고종황제의 서재와 외국사신 접견소로 사용돼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협길당(協吉堂)과 팔우정(八隅亭)에 연결되어 있는 집옥재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업하여 집옥재를 작은도서관으로, 팔우정을 북카페로 조성했다. 집옥재 내·외부 시설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목재 서가와 열람대, 전시대를 제작하고 소장도서를 비치했다.   



고궁데이트를 즐기는게 꿈이었다던 현지민, 이동건 커플은 한복을 입고 궁을 즐겼다.


데이트를 즐기다 잠시 비를 피해 들어왔다는 현지민(22), 이동건(23) 커플은 예전부터 늘 꿈꾸던 한복데이트를 경복궁에서 즐기다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집옥재를 찾았다고 했다.

현지민 씨는 “페이스북에서 보고 꼭 한번 찾고 싶었다. 들어와 보니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외국어 서적까지 다양하게 구비돼있어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책이 많아 역사에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건 씨는 “다른 곳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곳은 궁의 일부이면서 쉽게 들어와 쉴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집옥재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련된 책들이 준비됐다.


집옥재 작은도서관은 조선시대 관련 책 1000여 권과 왕실자료의 영인본 
350여 권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우리 문학책의 번역본(영어·중국어·일본어) 230여 권을 비치했다.  

집옥재에서는 책말고도 다양한 사료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장원답안지는 가장 인기있는 사료다.


책 뿐 아니라 이 곳엔 고종의 어진, 
1904년경 왕실의 사무를 맡은 궁내부(宮內府)에서 집옥재의 도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목록집, 과거 답안지인 시권, 고종과 황태자 초상화 제작 과정을 기록한 어진도사도감의궤, 보인소의궤도 등도 볼 수 있다.

특히 조선후기의 학자인 박세당(1629~1703)이 1660년 11월 현종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시행된 중광문과 전시에서 장원으로 합격한 답안지가 눈에 띈다. 당시 유려한 필체, 오탈자의 수정, 수험관의 검열 표시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족들과 서울로 슬로우시티 여행을 왔다는 지민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경복궁에서 슬로우시티투어를 계획했다는 윤지민(초등 4학년)학생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역사를 좋아해 다른 나라의 역사 유적지를 주로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정작 우리나라 여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연휴를 맞아 아이들이 직접 짠 계획대로 서울에서 슬로우시티투어를 즐기고 있다.”며 “아이들이 집옥재에서 좋아하는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더불어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과거시험지나 의궤 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뜻깊다.”며 즐거워했다.

인문학의 도시였던 조선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집옥재에서는 장서각의 고문헌을 활용한 왕실문화 대중강좌 ‘궁궐에서 만나는 왕실문화’도 개설할 예정이다. 

집옥재와 팔우정의 모습. 안전을 위해 한번에 70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책 향기 가득한 집옥재 밖으로 나와 팔우정에 들어서니 커피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고종은 역사상 처음으로 커피를 즐겼던 왕으로 유명하다.

을미사변 이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은 그 곳에서 손탁 여사에 의해 처음으로 커피를 마주한다. 양탕국 혹은 가배다라 불리던 그 시절의 커피는 지금과는 다르게 끓여졌다. 뚝배기 같은 그릇에 커피가루를 넣고 끓여 체에 거르거나 가루를 가라앉힌 후 위에 뜬 커피만 떠서 마셨다고 한다.  

팔우정에서는 커피 대신 ‘가배다’를 판다. 조선시대의 커피는 아니지만 마치 그 시대의 가배다를 먹는 기분이 든다.


고종의 마음을 위로하던 따뜻한 가배다 한잔을 팔우정에서 즐겼다. 북카페로 변한 팔우정에서는 궁중다과와 외국에서 인기 있는 우리 문학책의 번역본을 판매, 외국인들에게 경복궁의 아름다움과 함께 휴식 및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물론 고종이 즐겼던 방식의 커피는 아니지만 고궁에 앉아 향원정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더 쓰고 깊었다. 아마도 흔들리는 나라와 힘없던 자신의 모습을 쓴 커피향으로 애써 달래던 고종의 슬픔이 담겨서이지 않을까.

창 밖으로 경복궁을 바라보며 마시는 가배다는 조금 더 쓸쓸했다.


오늘 나는 궁에 앉아 백 년 전쯤 궁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우리의 고궁이 단순히 보호해야 할 문화재가 아닌 우리의 삶터로써의 기능을 함께하길 바라본다.

 

 기사 참고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기사 원문 :  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81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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