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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곡성 길작은도서관

2017.01.23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46) 관장에게 지난해는 의미있는 해였다.


한마디로 문화에 흠뻑 빠져 산 시간이었다. 김 관장 자신을 위해서보다 주변의 ‘소외된’ 이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도서관 관장이라는 직업 자체가 문화와 밀접하기도 하지만 문화를 매개로 의미있는 결실을 맺기에는 분명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 관장은 작년에 두 가지 ‘큰 일’을 해냈다. 하나는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아름다운 시집을 엮어낸 것과 또 하나는 아이들의 시와 그림을 모아 시화집을 펴낸 것이 그것이다.

전자는 ‘시집살이 詩집살이’(북극곰)이며, 후자는 ‘잘 보이고 싶은 날’(북극곰)이다. 모두 곡성 지역에 거주하는 할머니들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일반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저자들이다.

김 관장은 지역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니,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암 출신인 김 관장이 곡성에 온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곡성교육청순회 사서로 일을 하면서다.

“환경이 열악해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좋은 책을 접하지 못하는 현실이 많이 안타까웠어요. 무엇보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책을 많이 구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1. 할머니들 문해수업을 하다가 시집 발간
김 관장이 길작은도서관을 열고 지역 문화 교육과 봉사에 뜻을 두게 된 이유다. 무엇보다 지난해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시집까지 출간해 적잖은 보람을 느꼈다. “할머니들이 며느리로 살아온 ‘시집살이’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작한 ‘詩집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눈이 사뿐사뿐 오네/||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사뿐사뿐 걸어오네.”
- 눈(김점순 할머니)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 눈(윤금순 할머니)

‘저 사람은 저렇게 빤듯이/
걸어가니 좋겄다/
나는 언제 저 사람처럼/
잘 걸어 갈끄나’
(양양금 ‘좋겠다’ 중에서),

‘달이 훤허드냐고?/
벌로(건성으로) 봤지’
(박점례 ‘추석2’)

물론 할머니들이 시집을 내기까지에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작은도서관을 개관한 뒤로 할머니들이 자주 놀러오셨어요. 더러 책 정리를 도와주었는데 자꾸 거꾸로 꽂는 것을 보고 한글 교실을 열어야겠다 생각습니다.

그렇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지난 2015년에 곡성 군민을 대상으로 한 곡성문학상에서 네 분이나 장려상을 받았다. 김 관장은 용기를 내서 할머니들을 위한 시집을 내기로 결심한다. 9명의 늦깎이 시인들이 쓴 124편의 시는 때론 담담하게, 때론 애절하게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렇게 길작은도서관은 지역의 ‘문화사랑방’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기에 이른다.

김 관장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할머니들 시집이 출간되고 얼마 후 ‘다문화독서동아리’를 시작했다.


2. 초등학생 동시집 발간

김 관장은 “곡성교육지원청 지원사업에 프로젝트가 선정돼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43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옥과초등생들과 입면 초등생들이 글을 쓰고, 중앙초등생들이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생각만큼 프로젝트는 순탄치 않았다. 아이들이 집중을 못해 수업인지 놀이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때도 적지 않았다.

“독서에 습관이 붙지 않은 아이들은 독서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으레 부담을 갖게 마련입니다. 한 해 동안 매주 2시간씩 만나 독서 동아리를 꾸렸어요. 문제는 한참 호기심이 강하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때라 의자에 엉덩이가 붙어 있지 않는다는 거죠.

김 관장은 나름의 노하우를 현장에 적용했다. 아이들이 표현에 익숙지 않았지만 어떤 것도 칭찬을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책놀이 위주로 진행했다. 여기에 그림책 읽어주는 강사를 섭외해 직접 책도 읽어주고 그림책 만들기 강의도 곁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잘 보이고 싶은 날’이 지난해 12월에 세상에 나왔을 때 김 관장은 인생에 있어 가장 뜻깊은 경험을 했다고 회고한다.

“어린이들이 쓴 시는 대부분 거칠고 투박합니다. 그러나 행간을 들여다보면 시를 쓰는 즐거움과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역시 서툴지요. 하지만 선과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진지한 태도와 열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같은 두 번의 에디션 작업을 계기로 김 관장은 올해도 문화를 매개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다문화아이들을 위한 책 읽어주는 사업, 성인 대상 문학교실, 시창작 강습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관장이 이런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인생은 잘 살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사는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지역민들이나 아이들이 문화를 매개로 긍정적이며 활기차게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너무 낡은/

찢어진/

빈집에서//

거미는/

사람이 오나 오나/

망본다//

거미는 밤에/

사람들 몰래/

집을 꼬매고 있다.'

(3학년 김영희 어린이의 '거미줄' 전문)

'매미는/

여름과 맞짱을 뜨자고/

맴맴맴//

누가 이기나/

맴맴맴//

여름이 끝나고/

힘없이/

맴맴맴'

(4학년 김대한 어린이의 '매미' 전문)



' 보이고 싶은 ' 전남 곡성교육지원청 순회사서이자 길작은도서관 관장인 김선자 관장과 곡성초등학교 채명옥 선생님의 지도로 곡성초 아이들이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을 묶은 시화집이다.


아이들이 시들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삶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기사 참고 :

광주 일보 [2017 문화로 물들다 ]②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48354200059468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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