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넝쿨 작은도서관

2013.04.10

평생토록 책과 즐기는 공간,
광명넝쿨 작은도서관

최미자 넝쿨 어린이 도서관장

_ story 01 하늘아래 첫 도서관 '넝쿨 어린이 작은 도서관'

넝쿨 어린이 작은 도서관은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에 있습니다. 1970년대 말, 산을 깎아 만든 동네로 지금도 도시 속에 시골마을의 정서를 안고 사는 산동네입니다. 넝쿨은 우리 동네 지천에 깔린 식물입니다. 도서관 옆 새마을 부녀 회장댁은 페인트 대신 담쟁이로 벽화를 그렸고, 고추 할아버지가 늦은 봄 한나절 돌 골라 만든 손바닥만 한 밭고랑에는 호박넝쿨이 대추나무를 타고 갈 데까지 올라갑니다.

넝쿨 도서관도 벽을 휘감고 있는 담쟁이의 무수한 푸른 잎들로 둘러 싸여 있어 넝쿨 어린이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값을 합니다. ‘...그 한 뼘 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라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시처럼 넝쿨 도서관은 우리 동네 넝쿨 식물처럼, 담쟁이처럼 마을과 함께하는, 함께 사는 ‘마을 속의 작은 도서관’을 지향하며 2003년 7월 23일 문을 열어 아이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책 속의 위인이 아니라 실제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오신 '동네 위인'들이 많습니다. 결국 물질의 가치 기준이 아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말이지요. 그런 분들이 그림책을 읽어 주시면 그림책 속의 인물들이 펄펄 살아 움직일 것이라 생각 되었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할머니가 추운 겨울날 화로에 손볕 쬐며 옛날 이야기를 해주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났던 것처럼 넝쿨 아이들에게 겨울방학 동안 그런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기 정체성에 벽돌 한 장을 올리지 않을까 합니다. 마을에 대해, 어른들에 대해, 내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에서 일박 이일 캠프를 하며 형, 누나, 친구들과 '우리 동네 골목길에서 나는 소리'를 모아 사진을 찍어 책으로 만드는 시간은 우리들만이 가진 색깔을 드러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독서 문화를 중점으로 올 겨울방학에 힘주어 했던 프로그램은 크게 '인물 도서관'과 '넝쿨 겨울 캠프'입니다.
'인물도서관'은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하여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진행하였습니다.

_ story 02 떡볶이 이야기

'떡볶이 이야기'는 그 분이 직접 일하시는 가게에서 프로그램을 하였습니다. 가게에서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아줌마께서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사정도 있었지만 아이들 눈 앞에서 아줌마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 온 얘기를 들으면 더 생생하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오전이라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간혹 떡볶이를 사러 온 손님들도 즉석에서 같이 해주셨습니다. 떡볶이 아줌마께서 읽어 주는 책을 같이 듣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작은 축제를 열었습니다. 별도로 포장을 하여 이웃에 돌리기도 하였지요.

_ story 03 바느질 할머니의 뜨개질 이야기

'바느질 할머니의 뜨개질 이야기'의 주인공 할머니는 재활용을 수거하며 사시는 할머니이신데 얼마나 부지런하시고 재능이 있으신지 지금도 바느질하여 옷을 해입을 정도로 솜씨가 빼어나십니다.

도토리를 주워서 묵을 하여 동네에 돌리실 정도로 버리는 것이 없으십니다. 우리가 본받을 게 많으신 할머님이십니다. '겨울 할머니'라는 책을 읽어 주셨는데 아이들이 겨울할머니를 보듯 하였습니다.

_ story 04 아파트에 사시는 이모의 집 이야기

'아파트에 사시는 이모의 집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오래 된 우리 동네 골목길과 아파트의 널따란 길을 오가며 이것저것 비교하는 말들이 오갔지만 아파트 이모가 읽어주는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나의 사직동'을 읽어 줄 땐 ‘우리 동네 미자아줌마를 닮았다’하며 낄낄 웃었습니다.

_ story 05 동 자문위원님의 세상 이야기

'동 자문위원님의 세상 이야기'는 평소에 가기 힘든 자치센터 회의실에서 자문위원님의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소득이지만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꼼꼼히 준비해 오신 자료에 넝쿨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감동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_ story 06 멋쟁이 할머니의 스파게티

'멋쟁이 할머니의 스파게티'속의 멋쟁이 할머니는 옷을 세련되게 입으시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요리를 손쉽고 맛나게 잘하십니다.

손녀 여원이가 아토피가 있어 집에서 만들다 보니 신식할머니가 되셨다네요.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요리 선생님을 맡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아 주는 할머니 선생님이십니다.

_ story 07 흰티프엉 이모의 베트남 이야기

'흰티프엉 이모의 베트남 이야기'는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이모를 대했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의성어가 우리나라와 비슷하여 아이들이 따라 읽으며 좋아하였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온 과자와 사탕에서 우리네 보통 이모들이 조카를 대하는 듯한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_ story 08 넝쿨 겨울 캠프

'멋쟁이 할머니의 스파게티'속의 멋쟁이 할머니는 옷을 세련되게 입으시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요리를 손쉽고 맛나게 잘하십니다.

손녀 여원이가 아토피가 있어 집에서 만들다 보니 신식할머니가 되셨다네요.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요리 선생님을 맡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아 주는 할머니 선생님이십니다.

마무리하며

겨울방학 시작과 함께 한 프로그램이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갈무리 되었습니다. 한해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추수를 끝낸 빈터에서 풍성해진 낟알보다는 여름날 땡볕아래 흘린 구슬땀 흔적을 먼저 본다고 하듯, 짧은 한달동안 책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애쓴 넝쿨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노고가 먼저 보입니다.

한 프로그램을 성사시키기 위해 몇 번이고 발품을 팔아 사람들을 만나고, 준비물이 빠질세라 시장을 몇 바퀴 돌고, 손이 얼어붙은 추운 겨울날 한 명의 아이라도 만나기 위해 담벼락에 홍보물을 테이프로 다닥다닥 붙였고, 아이들 반응 하나하나를 살피어 평가하고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선생님들의 헌신성이 책과 만나는 마을을 만들어 나간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이 토대 위에 바느질 할머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시다가 당신이 좋아하여 집에서 그림책을 몇 번이나 읽어 보셨다고 하셔서 일주일에 두 권씩 할머니 집에 갖다 드릴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날 좋은날 도서관에 할머니를 모셔 살림에 대한 강의(?)를 들어 보는 것은 어떤지, 동자문위원님과 흰티프엉씨가 아이들 만나는 자세를 보고 우리도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이번 넝쿨 프로그램에서 보았듯이 책은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특히 잘못된 기준으로 사회에서 열외된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때 책은 생명력을 얻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진실한 삶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용이 할아버지께서 반쪽이를 읽으시면서 본능적으로 나온 추임새가 그러하고, 바느질 할머니께서 그림책 '겨울 할머니'에 공감하시는 것도, 아이들이 그림책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에서 “우리 동네 한아름 수퍼 아니야”라고 동시에 외칠 수 있는 것도 책이 지닌 정확한 표현과 건강한 진실성 때문에 그렇게 반응을 하였다고 봅니다. 헌신성과 책임성은 이제는 조금만 내려 놓고 ‘우리가 도서관을 왜 하는 지’ , ‘ 이 활동이 도서관과 마을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 지’ 아주 중요한 ‘책은 왜 읽어야 하는 지’ 등등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의문을 길게, 깊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도 얻은 수확 중에 하나였습니다.

올 한해는 많은 일들보다는 작은 거 하나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 기획부터 마을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 참여하여 만들어 내는 그래서 우리 모두의 것으로 가고자 하는 바램이 커졌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주인 되는 삶이 무엇인지 느끼는 거,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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