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 5선

그림책에서 만난 ‘할머니’

지은이 : 어린이도서연구회 출판사 : 어린이도서연구회 발행일 : 2015.07.06 등록일 : 2015.08.31

그림책에서 만난 ‘할머니’

_어린이 도서연구회 _ 내가 만든책 꾸러미 _ 송필종 파주지회 [원문보기]


- 이야기 재미에 쏙 빠진 할머니 -

《훨훨 간다》 - (권정생 글, 김용철 그림, 국민서관)

이야기라고는 하나도 할 줄 몰랐던 할아버지가 정성껏 짜 두었던 무명 한 필과 바꾼 이야기 한 자락은 무명이 아까우리만큼 짧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날 밤, 때마침 할아버지 집 담을 넘은 도둑의 행동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딱딱 맞아떨어진다. 도둑은 할아버지가 자기 행동을 보지 않고도 알아챈다고 생각하고는 겁을 먹고 줄행랑을 친다.

이 책은 “훨훨 온다.” “성큼성큼 걷는다.” “기웃기웃 살핀다.” “콕 집어 먹는다.” “예끼 이놈” “훨훨 간다.”와 같은 살아 있는 입말과 리듬감, 반복이 주는 재미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되는 옛날이야기 그림책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야기에 쏙 빠져 세상의 그 어떤 걱정, 근심도 저절로 잊게 된다. 이야기 한 자락을 듣기 위해 하루 종일 눈이 빠지게 할아버지를 기다렸을 할머니는 이야기가 지닌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할머니 -

《꽃할머니》 - (권윤덕 글·그림, 사계절)

열세 살 꽃다운 나이에 언니와 함께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 소녀는 언니와도 이별하고, 자신이 일본인 위안부로 끌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긴 전쟁이 끝나고 전쟁터에 버려진 소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세상과 만난다.

그림책 첫 장과 마지막 장에는 꽃할머니가 가진 두 가지 얼굴이 있다. 하나는 시무룩한 표정, 서글픈 눈매, 세월을 간직한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 만든 얼굴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행복한 표정으로 빨간 댕기를 훌훌 날려 보내는 얼굴이다.

빨간 댕기를 손에 꼭 쥔 채, 행복과 아픔이 함께 있는 열세 살의 기억을 놓지 않았던 꽃할머니는 이제 용기를 내어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아닐까.


- 아름다운 여자, 할머니 -

《고릴라 할머니》 (윤진현 글·그림, 웅진주니어)

어느 날 복숭아꽃처럼 곱디고운 새 각시가 연지곤지 찍고 가마 타고 시집을 왔다. 가족을 위해 한 해 한 해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곱디고운 새 각시는 집안일로, 아이 키우는 일로 거뭇거뭇, 쪼글쪼글 주름이 늘어 가지만 자연이 주는 풍요와 열매 앞에서 감사와 겸손함으로 또 하루를 이겨 낸다. 일 바지 벗어던지고 예쁜 옷, 뾰족구두 신고 나들이 나선 고릴라 할머니의 모습은 봄꽃처럼 아름답다. 고된 시집살이와 집안일로 어느새 고릴라 할머니가 되었지만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살아온 당신은 영원한 새 각시다.


- 나를 찾아 나선 할머니 -

《엄마의 초상화》 (유지연 글·그림, 이야기꽃)

엄마의 초상화를 그리기로 결심한 딸은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처음에는 엄마의 겉모습만 보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뒷모습에 감추어진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알아 간다. 딸이 완성한 초상화는 엄마의 얼굴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초상화를 받아 든 엄마는 그림 속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엄마는 자신을 가두던 삶의 액자 밖으로 나와 마음속으로 꿈꾸던 여행을 떠난다. 이제 방에는 두 개의 초상화가 있다. 가족을 위해 살아왔던 엄마의 초상화와 꿈을 위해 한 발짝 나선 미영 씨의 초상화다. 두 사람은 다른 듯 보이지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 미영 씨다. 잊고 있던 이름과 꿈을 위해 한 발짝 나선 미영 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할머니 -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 글·그림, 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어릴 적, 저녁마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머나먼 세상 이야기를 들었던 미스 럼피우스는 ‘네가 하고 싶은 일 외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젊은 시절 넓은 세상을 구경하던 미스 럼피우스는 늙고 병든 할머니가 되었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창 너머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루핀 꽃을 보며 내년에는 더 많이 피길 바란다. 힘들었던 겨울을 보내고 오랫동안 가 보지 못했던 마을 언덕에 올라가 언덕 너머에 한가득 피어 있는 루핀 꽃을 보고 근사한 생각을 떠올린다. 루핀 씨앗을 뿌려 온 마을을 루핀 꽃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섬세하게 그려진 인물과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스 럼피우스와 함께 먼 여행을 다녀 온 느낌이 든다. 무릎을 꿇고 루핀 꽃과 마주한 미스 럼피우스의 겸손한 모습과, 동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먼 나라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미스 럼피우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과 아름다운 꽃향기를 이웃과 함께 나눈 미스 럼피우스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향기로운 꽃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나와 남을 다 같이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원문출처_어린이도서연구회_http://www.childbook.org/new3/netc.html?html=&Table=ins_bbs178&mode=view&uid=73&page=1&cate_code=

댓글 0건
작은도서관 회원 및 SNS계정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자 / 14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