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 10선

10월에 읽을 만한 책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5.10.01 등록일 : 2015.10.07

201510월의 읽을 만한 책 10& 추천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_ 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문학예술 분야

강물 위로 떠내려 오는 복사꽃이 무릉도원을 가리키듯, 책의 표지는 독자가 다다르게 될 감동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상징이다. 그 상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여 독자의 시선을 이끄는 것이 북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는 책의 대문이며, 디자이너는 책의 안내자이다.

커버(Cover)는 미국 크노프 출판그룹의 디자이너인 피터 멘델선드가 북디자인에 대해 쓴 책이다. 그런데 북디자이너가 쓴 책, 하면 대개 안과 밖 모두 표지가 주인공인 포트폴리오를 떠올리게 되는데, 천만에, 결코 이 책은 단순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그의 인생과 철학과 독서 편력이 고스란히 스며든 인문서이며, 디자인의 과정과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실용서이며, 면면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채워진 예술서이기도 하다.

멘델선드는 30여 년간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살았다. 어느 분야든 1만 시간만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아웃 라이어의 가설도 있으니, 30년이란 세월은 한 인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는 가정을 책임져 주지 못하는 피아노를 떠나 디자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인맥과 행운이 징검다리가 되긴 했으나 그동안 청첩장과 음반재킷 디자인이 경험의 전부였던 그의 포트폴리오를 본 크노프의 수석 디자이너는산더미처럼 쌓인 원고더미 속에서 위대한 소설 한 편을 발견한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이 대목에서, 자신의 잠재 능력을 찾은 그가 독자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얼마든지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카프카, 사르트르, 도스토예프스키, 나브코프, 요 뵈스네, 제임스 글릭, 스티그 라르손, 데츠카 오사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는 그의 표지를 보면 정말로 그의 디자인이라면 있는 책도 다시 사고 싶어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에 대한 정보가 가득 담긴 작은 도서관이기도 하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문학예술 분야

우리의 몸속에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무언가에 주인공의 몸을 투입시키고, 그에게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를 부여한다. 이것이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장강명이 선택한 작가의 욕망 같은 것이다. 작가는 그 무언가를 우주 알로 설정한다. 우리 인간을 길들여진 패턴으로부터 벗 어나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우주 알을 끌어들이며 흥미로운 출발을 한다.

길들여진 패턴으로서의 소재는학교 폭력이다. 주인공인 남자는 고등학교 때 자신을 괴롭히는 동급생을 살해하고 9년을 교도소에서 살다 나온 인물이다. 이런 그를 죽은 아이의 엄마는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자신의 아들은 결코 살인자인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살인자라는 낙인이 줄곧 그를 괴롭힌 탓에 남자는 결국 그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자기가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에 의해 죽음을 선택하는 남자. ‘우주 알에 부여된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은 바로 이런 줄거리와 상통하고 있다. 이 둘 사이에 등장하는 여자는, 남자의 과거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으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세 사람의 대화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이 작품의 매력으로 읽힌다. , 죄와 속죄에 대한 문답,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슬픔을 치유하는 방식이 자못 진지하다. 또한 살인이라는 극단의 사건 하에서도애정연민은 이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꿈틀대고 있어 소설의 온기는 싸늘하지 않다.

이 소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진실이 아닌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관심 밖이다. 이 작품이 찾아가는 곳은 인간의 존재방식, 그 예정된 패턴에서 자유로운 지역이다.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시간만을 체험해야 하는 인간의 한계를 탈피하고 싶은 곳이다. 우리의 몸속에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꿈꾸어 보는 상상. 그 즐거운 일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인문학 분야

이 책은 서양인이 작성한 다양한 고지도에 한반도와 그 인근이 어떻게 표기되었는지 살피고, 그것을 통해 외부인의 눈에 비친 한반도의 의미를 천착한 연구서이다. 역사지리를 전공한 저자는 유럽 각지를 수차례 답사하며 직접 발굴한 새로운 지도들과 기존에 알려진 지도들을 한데 모아, 그것들을 시기별로 분류하고, 서양인이 인식한 동 아시아 지역이라는 틀 안에서 한반도를 통시적으로 조명한다. 학술서이지만 문장이 깔끔하고 명쾌하여 수준 높은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16~19세기에 유럽인들이 작성한 세계지도나 동아시아지도는 근대 이전에 한국이 국제무대에 어떻게 알려졌는지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이다. 지도란 단순히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그 지도에 포함된 모든 대상에 대한 작성자의 인식이 총체적으로 투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한반도가 표시된 다양한 고지도들을 시대별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유럽인들이 한반도를 어디에, , 어떻게 그려 넣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한다. 이뿐 아니라, 동시대 중국과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들과도 부단히 비교함으로써, 그런 지도들에 투영된 다양한 인식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쉽게 파악하고 객관적인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도 논쟁이 이어지는 동해의 공식 명칭 문제, 간도 문제, 북한과 중국 사의의 국경선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역사적 맥락에서 사실에 입각한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국내에서 다루는 고지도 관련 연구는 대개 조선인이 제작한 지도를 통해 조선인의 외부세계 인식을 살피는 것이 대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유럽인과 중국인, 그리고 조선인이 제작한 고지도 60여 점을 비교분석함으로써 세계사 차원에서 한반도를 설명한 이 책은 신선하고, 그 의미 또한 지대하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인문학 분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친구? 건강? 물론 이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인간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독이 꼭 있어야 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외로우면 안 되는가? 왜 외로운 게 싫은가? 외로움은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스스로 고독을 즐기는 생활을 5년간 지속하면서 고독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우리가 외로운 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세뇌 당했기 때문이다. 외로움에는 물론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외로움과 즐거움은 빛과 그림자처럼 늘 같이 있고, 파도처럼 반복되는 것이다. 외로움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철학자와 예술가를 만들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흔히 가난과 고독을 한 짝으로 생각하지만 부자와 권력자들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각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고독과 외로움이 부정적일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고독과 외로움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은 이미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해서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외로워서 죽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고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고독을 견딜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의존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을 버틸 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고독은 타인과의 공존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존을 모색하는 한 방법이다. 이제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나에게 어떤 것을 줄 것인가에 신경 쓰지 말자. 고독은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원래 혼자서 왔다가 혼자서 살며 다시 혼자 죽기 때문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인연의 비만 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한 인연의 비만을 줄이는 고독 다이어트이다. 너무 많은 관계와 인연에 치이는 사람들은 이제 이 책과 함께 고독을 즐기면서 정신건강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사회과학 분야

우리는 최근에 와서야 우리가 노령화 사회에 살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노령인구의 급진적인 증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실제 활동능력보다 훨씬 이전에 조기 은퇴를 함으로써 여분의 인생의 길이가 20년 내지 30년 이상 길어졌으며 젊은 노인의 시대가 왔다. 그러나 노후 및 은퇴 후에는 그 이전에 누렸던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은 더 이상 국가나 사회적으로 주어지지 않고 개인은 따라서 취미생활로 새로운 생활을 즐기거나 여전히 다른 직업을 찾아 고달픈 인생을 살거나 아니면 그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되어 불만스럽고 불행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에게 우리가 은퇴 후나 노후의 삶에 대한 연습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음을 깨우치게 하고 지금이라도 노후의 새로운 자기를 위한 준비와 연습과 학습을 할 것을 조언한다.

저자는 노후세계를 위한 사회학적 진단이나 사회복지정책을 논하는 대신에 각자가 어떻게 자신의 새로운 처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그 동안 치열하게 몰두하면서 살아오느라고 잊었거나 버렸던 또 다른 자신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시도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이 책은 이러한 시도들을 인류학과 심리학적인 각도에서 문화적 능력의 배양이라고 이름 짓는다. 몽테뉴의 잘 은퇴하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통찰적인 말로부터 시작하는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생각으로 엮은 이 책은 일과 여가, 더 인간적인 사회를 위하여, 노인의 운명, 2의 삶 혹은 제2의 이력, 수용에 대하여, 믿음 등의 6장으로 나누어 생생한 감각과 현실적인 말로써 성찰과 창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노후생활로 들어간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곧 노후로 들어갈 젊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새로운 미래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사회과학 분야

경영학을 흔히 경영자의 학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경영자는 기업 의사결정의 맨 윗선에 위치하는 최고경영자와 같은 사람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사실 경영자는 말 그대로 경영을 하는 사람이고, 경영은 그 본질적 속성상, 우리가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삶의 영역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 활동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우리의 선입관에 비해 훨씬 가까이 있는 대상이며, 심지어는 우리 자신도 어느 모습에서인가는 경영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먼 얘기, 남의 얘기와도 같은 경영학을 우리 곁에 데려다준다. 정확히는 우리에게 경영학적 관점을 수월하게 가르쳐준다. 이를 위해, 역사, 철학, 문학, 예술과 같은 인문학의 범주에서 경영학적인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문에 대한 관심과 경영에 대한 관심은 서로 이질적인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 책은 그 둘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인문 속 경영, 경영 속 인문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또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인문에서 발견한 경영학의 메시지를 다양한 일상과 실제 사례를 통해 뒷받침해나가는 전개는 단순한 아이디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레 실질적 적용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Part 1 일상의 경영학, 역사를 만나다’,‘Part 2 일상의 경영학, 철학을 만나다’, ‘Part 3 일상의 경영학, 문학을 만나다’, ‘Part 4 일상의 경영학, 예술을 만나다로 이어지는 각각의 구성 안에 담겨진 여러 이야기들은 언뜻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렇게 범상치 않고, 당연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그렇게 가볍지 않다. 인문학이든, 경영학이든 학문은 직·간접적으로 보편적인 인간 삶의 진보에 관심을 갖는다. 책은 그러한 본질적 관심을 풀어내는 창조적이고 유용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일상을 경영학적 관점으로 읽어내 보는 내 일상의 경영학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자연과학 분야

어느 해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여 어획을 전면 금지한다. 예전 같았으면 지역 어민들의 반발을 사기 마련이었겠지만, 남획으로 이미 어장이 황폐해진 상황에서 이 방안은 묘수임이 드러난다. 어획이 금지된 보호 구역 안에서 해양생물들이 다시 불어나고, 그들은 점점 서식 범위를 넓혀서 보호 구역 바깥으로 진출한다. 어민들은 그 주변에서만 어획을 해도, 어장이 황폐해졌던 시절보다 더 많은 해산물을 잡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회복시킴으로써 경제적인 혜택까지 볼 수 있는 사례들은 적긴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보호와 복원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숫자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갖느냐 여부를 떠나서, 자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자에서 국제자연보호협회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색다른 이력의 마크 터섹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바다, , 대기라는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인 용어로 환산할 수 있다면, 즉 수익률 최대화, 자산 투자, 위험 관리 같은 용어로 자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자연과 기업이 적대시하지 않고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역 주민과 정부, 기업이 자연 자본에 투자하여 혜택을 본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용이 들어갔고 혜택은 얼마나 보았는지를 제시한다. 자연 자본에 투자함으로 얻는 무형의 이익은 더 많다.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고 협동 정신이 강화되고 자기 지역의 자연에 자부심을 갖는 등의 변화도 일어난다. 당연히 투자한 지역 주민과 기업, 정부는 경제적인 혜택도 본다. 저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이런 협력이 결코 겉치레가 아님을 설파한다. 환경 운동 진영과 기업계 양쪽에서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저자는 자연 자본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임을 설파하고 있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실용일반 분야

행복은 많은 이의 꿈이다. 도달 루트는 다를지언정 공략지점은 행복 달성이다. 행복에 필수불가결한 게 경제, 곧 돈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꽤 행복하다.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손쉽게 가져서다. 인간 본연의 DNA인 소유욕의 발휘 결과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더 가졌는데도 행복은커녕 불행을 입에 담는다. 아이러니다. 이유가 뭘까. 책은 정리를 제안한다. 더 가지려는 플러스적인 과다욕구가 삶을 피폐시켰으니 덜어내는 마이너스의 정리감각으로 이 딜레마를 극복하자는 논리다. 사뮤엘슨(P.Samuelson)도 일찌감치 지적했듯 수단인 소유욕이 정작 주인인 사람의 시공간과 과로를 유발하니 소유/욕망의 분모를 줄여 행복공식을 완성하자는 취지다. 물건이 사람을 움직이고 종국에는 내쫓는 주종역전의 정상화 요구다. 행복 역설의 해법모색이다.

책은 잡동사니 다이어트를 제안한다. 길게는 행복한 인생을 거들어주는 물욕통제다. 물건을 밀어내고 내 인생의 당당한 주인이 되는 출발은 잠시 두면 언젠가 쓸 것 같은잡동사니의 제거로부터 비롯된다. 그 대부분은 오랫동안 방치된 채 결코 쓰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잡동사니를 체계화하면 다섯 가지다. 물질, 정신, 디지털, 시간, 감각 등의 잡동사니다. 표현이 낯설지만 틀리진 않다. 정신적 잡동사니란 우리를 지치게 하는 후회·걱정 등의 감정이다. 또 디지털은 온라인 잡동사니를 말한다. 잡동사니 정리기준은 명쾌하다. 모든 것을 잃을 상황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 그 반대순서다. 혹은 1년 이상 쓰지 않는 것들이다. 또 조금씩 털어내는 게 옳다. 적어도 뭔가 들어오면 뭔가 나가도록 하는 간단한 공식도 명쾌하다. 그럼에도 비워놓거나 내버리기란 힘든 일이다. 이때 유효한 행간의 공통대안이 사람이다.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결코 물건일 수 없어서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유아아동 분야

만원 지하철에서 밀려난 전일만. 그는 들고 다니던 가방에게 꿀꺽 삼켜져 납치당한다. 집안일 후다닥 마치고 허겁지겁 출근하는 나성실씨는 입고 있던 치마가 보쌈해서 납치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칠판 앞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던 그들의 딸 전진해는 머릿속의 숫자와 기호가 폭발하면서 그 기운에 날려간다. 이 가족이 이렇게 납치당해 도착한 곳은 아무도 없는 바닷가. 홀랑 벗고 신나게 놀던 세 식구는 가방이 잡아다 준 고기와 치마가 따다 준 과일로 배를 불린 뒤 쿨쿨 잠든다. ‘그래도 별일 없었다는 이야기.

스트레스와 피로 가득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나 산이나 초원에서 자유로운 한때를 만끽하고 싶다는 소망을 누군들 가져보지 않았을까.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이런 소망을 단칼에, 통쾌하게, 아주 감각적으로 이루어줄 수 있는 장르가 바로 그림책이다. 즉각적인 카타르시스와 허물없는 유희를 마음껏 즐긴 뒤 독자는 후련해진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그림책의 한 좋은 예를 보여주는 작품이 우리 가족 납치 사건이다.

내용은 이렇게 간단하고, 그림도 격을 맞춰 단순하면서 굵직굵직하다. 가방이 기차표를 끊고,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사고, 기차 안에서 그걸 까먹는 장면, 그걸 보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표정들에서는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놀이정신이 넘친다. 그러나 예를 들면 지하철 승강장 가득한 군상 장면이 보여주는 풍성한 디테일과 집중력, 세 사람의 바닷가 놀이 장면이 보여주는 세부 묘사의 점층적 발전 양상 등은 고도로 계산된 어른스러운 작업정신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놀이정신과 작업정신을 한껏 구사하면서 능청스러운 유머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이 그림책이 참 반갑다. 이런 납치라면 나는 날마다 당하고 싶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전담교수)


유아아동 분야

제목을 보고 구수한 쥐포를 굽는 냄새를 연상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쥐포는 G4(Gas 4)의 줄임말이다. 방귀와 인연이 깊은 네 명의 아이들이 지은 자신들의 별명이고 보니, 구린내와 관련된 흔한 우스갯소리이거니 하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방귀와 관련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냥 웃기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 같은 건 필요 없다는 열한 살의 아이, 이름에서도 구릿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구인내는 탐정 만화책을 즐겨 읽으며 미래의 탐정을 꿈꾸는 소년이다. 어느 날 교실에서 말굽자석 실험을 하던 중 진한 방귀 냄새를 찾아 엉덩이에 붙어버리는 돌연변이 말굽자석 사건을 해결하면서 친구를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책의 무덤에 스스로 빠져버린 나영재를 구해내기도 하고, 사극의 단역 배우인 봉소리가 처한 위기를 기발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를 향한 친구의 열정을 감동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또한 가짜 방귀를 만들어 우승을 노리는 양심불량 아저씨의 비밀을 밝혀내고 자유자재로 방귀를 뀔 줄 아는 친구 장대범이 방귀 정복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왜 방귀, , 코딱지 같은 원초적인 지저분함을 좋아할까? 그 이유는 아마도 그러한 소재들이 갖는 꾸밈없는 솔직함이 아이들의 마음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 따라하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의 몰개성은 자존감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그것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살려 나가는, 구김살 없이 당당한 아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든든하다. 이 동화를 읽고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해 본다. ‘방귀는 친한 친구 사이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서슴없이 방귀를 뀔 수 있는, 말 그대로 방귀를 트고 지내는 친구 네 명이 있는가? 그렇다면 여러분도 당당한 ‘G4 스타일이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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