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3인의 추천도서

2016년 인생 리셋-책에 길을 묻다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6.01.01 등록일 : 2016.01.05

★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3인이 새해를 맞아 추천하는 결심의 시즌에 도움이 되는 책들 입니다.

원문_http://www.hankookilbo.com/v/e0027eef19d24af784414a6e597c5b7e

2016년 인생 리셋 - 책에 길을 묻다 _2015.12.31 18:26 / 오미환, 황수현, 김혜영 기자



결심의 시즌이다. 어차피 작심삼일이 될 거라면 인생을 통째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도 나쁘지 않다.


다른 몸, 다른 성격, 다른 습관, 다른 관계, 다른 취미, 다른 집…. ‘인생 리셋(reset) 프로젝트’를 도와줄 책들을 골라 5개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새해엔 좀더 작고 소박하게, 고독하게, 그리고 경박하게.

단순하게 소박하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ㆍ276쪽ㆍ1만3,800원

▦작은 집, 다른 삶 / 황수현 지음 / 안그라픽스ㆍ280쪽ㆍ1만6,000원

▦심플하게 산다 /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ㆍ240쪽ㆍ1만2,000원

▦정리하는 뇌 /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ㆍ636쪽ㆍ2만2,000원

2016년의 인생공식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채우고 가져오기보단 덜어내고 비운 이들이 매료된 환희를 읽고 있노라면 이 명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소유물을 최소한으로 줄인 후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본 출판편집자의 ‘미니멀 라이프’ 안내서다. 책장과 함께 산 책, 혼자 살면서도 꽉꽉 채워두었던 커다란 그릇 장식장, 먼지투성이의 일렉트릭 기타와 앰프 등으로 집을 가득 채우고도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는 그는 미니멀 라이프의 구체 노하우, 효과 등을 담백하게 전한다.

‘작은 집, 다른 삶’은 삶과 집에 관한 세속적 통념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집 9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가구, 옷가지, 그릇 등 상당 한 짐을 포기해야 했지만 햇볕의 길이, 서로의 얼굴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늘었다는 부부의 ‘몽당주택’에서부터 옛 마을 공동체를 재현한듯한 협동조합형 주택까지. 빽빽한 아파트 숲을 역행해 진짜 욕망을 찾아간 사람들의 집 짓기 여정은 “불편함은 부족이 아닌 과잉에서 왔다”는 잊혀진 진리를 돌아보게 한다.

올해는 중간에 때려 치울 값 비싼 운동기구, 언제일지는 몰라도 시간이 나면 통독할 예정인 회화교재 따위를 사고 우쭐하거나 흡족하지 말자. 대신 지난 1년 간 쓰지 않은 물건, 뇌를 가득 메운 가짜 욕망 등을 내다버리는 것을 새 송구영신 의식으로 삼자. 당장 버릴 욕망을 택하라. 여전히 “그래도 이건 있어야 해”가 맴돈다고? 버릴 수 없다는 생각부터 버리라니까!

고독의 무한한 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지음ㆍ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발행ㆍ216쪽ㆍ1만2,800원

▦외톨이 선언 / 애널리 루퍼스 지음ㆍ김정희 옮김 / 마디 발행ㆍ364쪽ㆍ1만4,500원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발행ㆍ344쪽ㆍ1만8,000원

▦혼자가 편한 사람들 / 도리스 메르틴 지음ㆍ강희진 옮김 / 비전코리아 발행ㆍ336쪽ㆍ1만6,500원

“친구 없다”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사회에서는 불행히도 혼자가 되는 일이 녹록지 않다. 10대일 때는 ‘따’, 성인이 된 후에는 ‘부적응자’란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 원치 않는 관계에 휩쓸려 다니는 동안 ‘내면의 나’는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지고 말 것이다.

일본 메이지대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자기계발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고독을 제안한다. 혼자 음악을 듣거나 인터넷을 하는 수동적 고독이 아니라, 책 속 저자들(동시대인이 아니면 더 효과적이다)과 교신하는 적극적 고독을 통해 삶이라는 외로운 등반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애널리 루퍼스의‘외톨이 선언’은 외톨이는 ‘교정 대상’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그에 따르면 “왜 혼자 있어”란 질문은 “어쩌다 게이가 됐어”란 질문과 다를 바가 없으며, 외톨이는 환자가 아닌 어떤 부류, 다만 모이지 못해 자신들의 유구한 당위를 증명하지 못한 특정 집단을 의미한다. 인용된 릴케의 말은 역으로 ‘비외톨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몇 시간 동안 내면의 길을 걸으며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이게 바로 당신이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어린아이처럼 혼자라고 느끼는 것. 어른들이 무언가 중대한 일로 몹시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아이는 그들이 무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듯이.”

적당히 나쁜 인간으로 살기

▦나는 나이 들었다고 참아가며 살기 싫다 /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ㆍ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발행ㆍ240쪽ㆍ1만3,000원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지음ㆍ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발행ㆍ256쪽ㆍ1만2,000원

▦죽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지음ㆍ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발행ㆍ200쪽ㆍ1만2,000원

▦신경 쓰지 않는 연습 / 나토리 호겐 지음ㆍ이정환 옮김 / 세종서적 발행ㆍ376쪽ㆍ1만5,000원

▦미움 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ㆍ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 발행ㆍ336쪽ㆍ1만4,900원

지난해 신드롬에 가까웠던 ‘미움 받을 용기’의 인기 요인은 아무래도 ‘신산스런 이 세상, 남 눈 신경 쓰지 말고 속 편하게 살자’는 메시지에 있다. 비슷한 말을 더 원색적으로, 더 맛깔 나게 하는 일본 노인들의 책이 줄을 잇는다. 신년에 92세를 맞은 일본의 영문학자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는 “화내라! 우쭐대라! 참으면 병 난다!”고 외친다. ‘나는 나이 들었다고 참아가며 살기 싫다’에서 그는 사람을 늙게 만드는 것은 자기 세계를 축소시키는 자신이라며, 체면 때문에 망설이고 참았던 일을 지체 없이 행하라고 주문한다. 울고 싶으면 울고, 땀도 자주 흘리고, 수다도 잔뜩 떨 것. 우쭐대고 싶을 땐 한 번쯤 그렇게 하자. 아는 게 많은 걸 어쩌란 말인가.

2010년 작고한 동화작가 사노 요코 여사는 일본에서 보기 드문 ‘비치(bitchㆍ온순하지 않은 여자를 일컫는 속어)’ 캐릭터의 원조다. 암이 재발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에서 죽기 2년 전까지의 생활을 낱낱이 기록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를 녹색 재규어로 바꾸고 쇼핑에 돈을 탕진하며 수도국 직원과의 한판 승부에 열의를 불태우는 그는 삶의 막바지에서 어느 때보다 뜨겁게 욕망하고 분노하고 자학한다. 죽을 때까지 어른이 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 아니, 건강하다. 이승의 진흙탕에서 부끄럼 없이 뒹굴라.

사표, 던질까 말까

▦사표의 이유/이영롱 지음/서해문집ㆍ368쪽ㆍ1만4,500원

▦나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모리 겐 지음ㆍ김온누리 옮김/에이지21ㆍ296쪽ㆍ1만3,000원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면서 후회한 12가지/와다 이치로 지음ㆍ김현화 옮김/한빛비즈ㆍ231쪽ㆍ1만2,000원

‘사표의 이유’는 고민하는 당신에게 왜 버티고 있냐고 묻는다. 무책임하다고? 그렇진 않다. 한국 사회 노동의 민낯을 드러내는 고민과 제안이 묵직하다. 저자가 서문에 쓴 대로 “궤도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혹은 궤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생의 이야기는 넘쳐흐른다. 이제 이로부터 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오직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을 위해서.” 30~40대 직장인으로서 10년 안팎 직장을 다니다가 자발적으로 그만둔 뒤 인생 경로를 바꿨거나 변경 중인 11명을 인터뷰했다. 귀농ㆍ귀촌,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대안학교, 대학원 진학, 제주 이민 등 그들의 선택은 ‘더 좋은 삶’일까, 아니면 ‘밖은 더한 지옥’일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능력과 경쟁력이 아닌 협동과 만남에서 다르게 살 용기와 가능성을 확인했다.

‘나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고? 그럴 수 있을까. 회사를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본 청년 13명을 소개한다. 염색이나 신발 장인으로, 섬이나 고향에서, 농부로, 비영리단체 일꾼으로 인생 항로를 바꿨다. 먹고 살 수 있겠느냐는 불안을 떨치고 나서게 한 힘은 ‘나답게’ 살려는 의지다. 성공담만은 아니다. 전직 전후에 벌어진 벌어진 돌발 상황과 홀로서기까지 스스로 짊어져야 할 위험도 이야기한다.

“회사 그만둔 데 대해 미련은 없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틀렸다.”‘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면서 후회한 12가지’의 일본인 저자는 직장 생활을 잘못했다고 고백한다. ‘회사의 색깔에 물들었어야 했다’ ‘창의적이기보다 건실했어야 했다’같은, 패배자의 항복선언처럼 보이는 그의 조언을, 사표 던지기 전에 한 번 곱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탈주-다른 삶은 가능하다

▦내 인생이다/김희경 지음/푸른숲ㆍ258쪽ㆍ1만3,000원

▦낭만자립청년/이정화 지음/페이퍼쉽ㆍ225쪽ㆍ1만4,000원

▦적당히 벌고 잘 살기/김진선 지음/슬로비ㆍ281쪽ㆍ1만5,000원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이토 히로시 지음ㆍ지비원 옮김/메멘토ㆍ216쪽ㆍ1만2,000원

너무 늦지 않았을까. ‘내 인생이다’가 소개하는 15명의 사례에서 용기를 얻어보자. 신문기자에서 의사로, 공인회계사에서 요가 지도자로,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다른 삶을 택한 사람들이다. ‘그건 잘난 사람들 얘기지, 내가 어떻게?’라고 반발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일단 읽는다. 한두 명을 빼곤 유명인이 아니다. 나이 마흔에 직장 때려치우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미래를 택한 이도 있다. 그들 중 인생 전환 후 수입이 확실이 늘어난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무엇이 그들을 다른 길로 가게 했을까.

‘낭만자립청년’은 남다르게 먹고사는 청춘 11명의 고군분투 자립기다. 자립은 혹독하다. 그런데, 낭만? 장사나 돈벌이가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내기 위해 자립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들은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도전과 안정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적당히 벌고 잘 살기’는 새로운 일하기 실험을 제안한다. 고도의 전문기술이 아니라 적당기술로, 삶의 출구를 찾아 공부를 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애쓰지 않으면서 잘 살기 위해 제도권 밖에서 일을 찾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공부, 우정, 가치, 자립으로 버티고 있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는 아주 구체적이다. 창업을 하려면 목돈과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통념을 거부해 더 솔깃하다. 작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의 게릴라식 자영업인 생업을 하면서 그럭저럭 즐겁게 먹고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부제는 ‘인생을 도둑맞지 않고 사는 법.’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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