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학교도서관저널] 거리 두기를 마주한 사서샘의 스마트한 대처법
[학교도서관저널]
거리 두기를 마주한 사서샘의 스마트한 대처법
사회적 거리 두고, 소통의 연결고리 두기
류다혜 평택여중 사서교사
“코로나 좀 잠잠해지면 그때 얼굴 보자!”라는 인사가 유독 씁쓸하게 다가오는 독서의 계절이다. 매년 가을이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으로 북적였던 도서관이 한산해졌다.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던 사서선생님들은 다시 한번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계기를 맞이한 듯하다. 수북한 낙엽만큼 쌓여가고 있을 사서선생님의 고충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고, 고충에 대한 나름의 대처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진 도서관, 우울했던 날들
커뮤니티 센터, 협력 수업의 장, 자원 기반 학습이 가능한 공간. 학부생 때부터 줄곧 배워왔던 학교도서관의 역할이다. 사서교사가 된 이후 내가 줄곧 그리던 이상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이상향의 전제 조건이던 ‘모임’이 금지되면서 한동안은 무력감에 시달렸다. 더 이상 도서관으로 학생들을 많이 유인하는 식의 행사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교내에서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다 보니, 학생이나 선생님들과 친해질 때 가교 역할을 하던 간식을 위험물마냥 조심스레 취급하게 되었다. 안전을 이유로 폐가제와 휴관까지 병행하고 나니 고독한 성의 라푼젤이 따로 없었다. 올해 학교를 옮기다 보니 학생들도 나를 모르고 나도 학생들을 잘 모르는 슬픈 사연까지 생기고 말았다. 이제 좀 사서교사의 적당한 고독함에 적응한 줄 알았는데, 다시금 쓸쓸함을 느꼈다.
수업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꿈꾸고 실천하던 수업이 모두 ‘오프라인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수업이었기에 어려움이 컸다. 재밌고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저 증발한 것 같았다. 서로의 책을 골라 주고 토론하던 책놀이도, 함께 책을 돌려 읽으면서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던 독서토론도, 서로 허물없이 몰려와서 다양한 자료를 비교하며 재밌게 진행되던 협력수업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이후 다루기 어렵기만 한 프로그램과 기기와 까다로운 저작권법이 함께하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찾아왔다. 비대면 수업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만큼 일제식 강의에서 가장 큰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그런데 사서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은 일정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도구 교과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길러 주는 수업이다 보니, 수업에 대한 고민이 더욱커졌다. 이후 비대면으로 실시간 수업을 꾸려서 소통을 지향했지만 학생들이 서로 어색해하며 답을 잘하지 않았고, 나는 원맨쇼 하듯 자문자답을 하게 되어 회의감이 불쑥 올라오기도 했다.
도서관, 사서교사,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담아 해결책을 찾자!
모임은 금지됐지만 소통은 금지되지 않았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프라인의 장이 폐쇄되었지만 인터페이스와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바꾸어 ‘학생들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의 이용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사서교사의 일 아니겠는가. 설문조사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고충부터 하나씩 차례대로 살펴보고, 그에 견주어 내가 경험했던 대처법을 나눠보고자 한다.
사서샘들의 고민 1 새로운 행사·수업 콘텐츠의 구안
학교도서관은 1인 체제로 운영되므로 의사결정의 자율성이 높고 운영자의 강점에 맞추어 폭넓게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다. 평소 운영자인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취미가 있다면 그것을 도서관 운영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게임을 좋아하는 선생님은 게임 레벨업 방식을 차용해서 집콕 독서 마일리지를 운영하고, 손으로 무언가 만들길 좋아하는 선생님은 집에 있는 헌책을 이용해서 북아트 수업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먹을 것을 좋아해서 음식점의 마케팅 방식이나 콘셉트을 차용해서 ‘책 피자’라는 행사를 계획했다. ‘책 피자’는 코로나로 도서관을 찾아오지 못하는 학생들의 꿈, 고민, 관심사를 구글 폼을 통해 들은 후 맞춤형 책과 피자 맛 간식, 독후활동지 세트를 피자 박스에 넣어서 선물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를 통해 도서관에 잘 오지 못하는 학생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서 학생들과 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새로운 시도 후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많이 공유하고 공유 받자. 이런 공유는 내 경험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사서교사 단톡방, 지역 카페 자료방, <학교도서관저널> 등을 통해서 다양하고 신박한 운영 사례들을 많이 참고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업무참고용’ 계정이나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업무에 관련된 참고 사례들만 모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네 책방이나 다른 도서관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어서 좋다. 많은 사례를 모았다면 각각의 사례가 가진 장점을 보고 필요한 요소는 참고하되, 나와 학교의 성향에 맞는 부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과감히 빼자. 그러면 무리 없는 행사를 계획할 수 있다.
◆ 해결책 ◆ 내 취미와 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SNS를 활용하여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자!
사서샘들의 고민 2 학생, 선생님과의 관계 형성
학생들을 기꺼이 도우려는 진심을 비대면으로 표현하자. 폐가제로 학생들을 마주 보며 대출하기 어려워졌을 때, 나는 학생들에게 대출해 주는 책에 받는 사람, 반납일,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재밌게 보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포스트잇 편지를 썼다. 편지에 담긴 애정을 느낀 것인지, 친구의 쪽지 자랑에 덩달아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과 매일 책을 빌리러 오는 학생들이 생겼다. 부분 개방을 할 때에는 이용자가 적게 오는 만큼 만나는 이용자에게 소소한 질문을 해서 그 사람의 필요와 책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열심히 협조했다. 또한 요즘 힘들다는 선생님을 만나면 어떤 일로 힘든지 들어 보고 가벼운 에세이가 좋은지, 몰입도가 좋은 스릴러 책이 좋은지 소소하게 질문했다. 지쳐 보이는 선생님이 오면 조용히 혼자 머물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도서관에 찾아오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알아차리고 더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교내에 개설된 교사 원예 동아리에 가입했다. 꽃꽂이를 하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수다를 통해 교과 선생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듣고, 도서관 운영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 있어서 좋은 소통의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 해결책 ◆ 대출 책에 포스트잇 편지 써 주기, 동아리 참여로 교과 선생님과 고리 두기!
사서샘들의 고민 3 사서교사의 역할+신문물 사용
올해 봄, 동료 사서선생님 두 분과 화상회의를 통해 ‘사서쌤의 분야별 유튜브 추천목록 100’을 만들어서 교과 선생님들께 추천도서목록과 함께 배포했다. 카톡으로 목록 선정 기준과 넣을 분야, 할당량을 정하고 각자가 추린 목록들을 공유, 화상회의로 적절성과 유익성을 검토한 결과였다. 열심히 만들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온라인 수업에 유튜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선생님들이 분야별로 추려준 유튜브 목록을 잘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꼭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온라인의 유익한 정보를 추려서 선생님들께 제시하고 선생님들을 미디어 교육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사서교사로서의 전문성도 지키고 뿌듯함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또, 확대된 온라인 수업을 수행하기에 나는 너무 ‘컴맹’이었는데, 이럴 때마다 비교적 쉬운 작동법으로 나를 구원해 준 몇 가지 어플을 소개한다. 고립이 일상화된 시기에도 학생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힘쓰고 계실 모든 사서선생님들께 이 글을 바친다.
◆ 해결책 ◆ 웹 자료 추천목록 만들기, 어플 활용하여 동영상 쉽게 만들기!
TIP : 영상 제작이 어렵다면 이 어플을 사용해 보세요!
블로(VLLO) 브이로그 영상 제작 어플. 스티커, 배경, BGM을 다양하게 고르고 쉽게 편집할 수 있다.
멸치 유튜브 인트로 제작 어플. 폰트와 사진 이미지만 달리해서 나만의 인트로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
파워 디렉터(Power Director) 영상 편집 어플. 어도비의‘ 프리미어프로’와 같은 전문 편집 툴보다 조작이 훨씬 쉽다.
코로나19, 사서교사를 변화시키다
- 담쟁이는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박미진 대구동중 사서교사
사서교사라는 타이틀로 불리운 지 올해로 18년째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나는 다시 ‘신규’가 되었다. 대면해서 하던 모든 활동들이 사실상 제한되거나 불가능하게 되었다. 사서교사는 이대로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지만 너무 막막했다. 사서교사는 어떤 포지션에서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추진해야 할까?
대면 수업의 대안으로 온라인 학습이 거론되면서, 수업을 맡은 교과 선생님들은 e학습터, 구글 클래스룸, EBS 온라인클래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이제 수업은 학교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자유학기 수업을 2학기에 배정받은 나는 교육활동에서 다소 소외되는 느낌이었다.
이 와중에 학교도서관은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게 되었다. 겨울방학을 거의 반납하다시피해서 만든 학교도서관이다. 그런데 이 좋은 시설에 학생들이 올 수 없다. 나만 학교도서관으로 출근해서 근무하는 3월의 어느 날, 평소 연구회를 함께하던 동료 사서교사들과 지금의 상황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학교도서관 독서 행사와 활용수업 그리고 독서교육은 어떻게 하지? 함께 고민하는 나날이었다.
함께 걷는 길은 외롭지 않다!
그러던 중 전국사서교사 단톡방에서 온라인 정보원을 정리한 자료를 만나게 되었다. 아 그래!! 학생과 교사 모두 디지털 정보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다운받은 자료를 동료 사서교사들과 보완·수정하고 정리했다. 이를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하고, 선생님들에게는 수업 보조 자료로 활용하라고 안내도 했다. 작은 것이었지만, 사서교사로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기뻤다.
온라인으로 기획한‘ 세계 책의 날 기념 행사’
4월에는 온라인 행사를 함께 기획했다. 매년 ‘세계 책의 날’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교내 행사를 개최했지만 이제는 할 수 없다. 그래서 평소 잘 사용해 보지 않았던 구글 설문지 작성 방법을 익혀서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퀴즈를 마련했다. 당시 학교에서 실시한 첫 번째 독서 행사였다. 2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이제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온라인으로 구현한 독서 자료 개발
매년 학급으로 인쇄물 형태의 독서 자료를 발행했다. 대부분 주제를 가지고 책을 소개하는 형태였다. 학급 게시판에 붙어 있었으나,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읽고 정보로 취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제 그 게시판을 읽어 줄 학생들이 없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매일 온라인 학습에 매진하는 나날이었다. 아날로그 형태의 독서 활동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조금씩 커져갔다.
그래서 평소 소개하고 싶은 좋은 책들을 온라인으로 구현하기로 했다. 구글 사이트 도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처음 제작한 자료는 『노인과 바다』였다. 구글 사이트 도구의 장점을 활용하여, 이미지 자료, 텍스트 자료, 동영상 자료를 포함했다. 마지막에는 구글 설문지를 덧붙여 퀴즈를 제시했다. 책 속에서 들려주고 싶은 부분을 발췌하여 수록하고, 거기에 내가 생각하는 읽기 포인트를 조금씩 덧붙였다. 읽고 독서퀴즈에 참여하는 기간을 2주로 설정하고, 학생들에게 구글 주소를 문자로 전송했다(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도 활용함). 학생들이 읽고 보내온 소감글은 설문지를 제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단숨에 날려줄 정도로 힘이 되었다. 이렇게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자료를 제작하고 발송했다. 이때도 자료를 함께 개발했던 동료 사서교사들이 있어서 바쁜 와중에도 집중하여 제작할 수 있었다.
다음 사진은 최근 발송한 제6호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소개한 자료이다.
학생들 손에 책을 들려주자! 독서 챌린지
앞서 제작한 온라인 독서자료는 독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자료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책을 찾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아예 책을 선물로 주는 행사를 기획했다. 이름하여 ‘독서 챌린지’다. 학교도서관 행사비로 도서를 구입할 수 있었고, 올해에 3번의 ‘독서 챌린지’를 실시했다.
5월초에는 한 학교 한 책 읽기(One School One Book)의 개념으로 1권의 책을 신청 학생 모두가 함께 읽는 활동을 했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기 도서로 선정했다. 조건은 매일 15분 독서활동을 하면서 이 책을 완독하는 것이다. 기간은 방학 전까지. 그리고 매주 1회 네이버 밴드에 독서활동 상황을 인증(사진 또는 글)하는 것이다. 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책이 재미있어서 3일만에 다 읽었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선정 도서를 다 읽은 이후에는 집에 있는 다른 책을 읽고 인증글을 총 6회 작성하도록 했다.
두 번째 독서 챌린지는 ‘여름방학 Book캉스’이다. 5종의 책을 제시하고 이 중 자신이 신청한 도서를 선물로 준다. 약 65명의 학생들이 신청했다. 2주간의 방학 동안 읽고 밴드에 인증글을 올리는 형태였다.
세 번째는 ‘가을엔 독서 챌린지 플러스’로 4종의 책에서 희망 도서를 선택하는 것인데 현재 진행 중이다. 각자 책을 읽은 후에 다른 친구에게 책을 전달해서, 책을 전달받은 친구도 완독을 하면 함께 선물을 줄 계획이다. 이에 더해서 ‘Zoom’ 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학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기존의 독서 챌린지에서 추가된 것이 있어서 ‘플러스’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도서관활용수업
1학기 온라인 수업 와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중1 사회과, 국어과 교사와 협의를 하게 되었다. 국어과 교사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대구에서는 DLS 아이디를 활용하여 대구전자도서관을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었다. 그래서 대구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자료를 제작해서 e학습터에 업로드했다. 안내 자료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녹음 방식을 활용한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파워포인트에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사회과 교사는 ‘현대 사회의 변동’이라는 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부분을 수업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많은 책들 중에서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의 일부분을 발췌하고 구글 사이트 도구를 활용해서 독서 자료를 제작했다. 이 자료에는 동영상과 텍스트 자료가 포함되며, 마지막에는 글의 내용을 확인하는 구글 설문이 포함되어 있다. 사서교사인 내가 책의 본문과 함께 대략적인 퀴즈를 만들면, 사회교사가 사회교과에 맞게 질문 문구를 변경하여 최종 작성했다. 1학년 전체 400명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설문을 받았는데, 대부분 좋게 평가를 해서 사회교사와 함께 매우 뿌듯해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학교 연합 인문학 북토크 공동 진행
학교 간 연합 활동으로 예산을 배정해 두었는데, 학생들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실시간 스트리밍) 형태로 저자 초청 특강을 구상했다. ‘유튜브 시대 책 읽기’를 주제로 엄기호, 김성우(『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저자), 강양구(『과학의 품격』 저자) 작가님이 진행하는 북토크 형태로 진행했다.(2회에 걸쳐 토요일에 실시함). 함께 구상한 선생님들과 역할을 분담하여 행사를 진행했다. 약 20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신청을 했고, 유튜브 채팅창을 통해 학생들끼리 활발하게 참여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가본 길이었지만,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
함께하면 멀리까지 갈 수 있다
돌아보면 올해 처음 시도한 것들이 참 많다. 모르는 것이 많아서 배워야 할 게 날마다 생기는 기분이다. 학생들이 쓴 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패들릿도 공부해야 하고, 내가 만든 활동지에 학생들이 그대로 작성할 수 있다는 라이브 워크시트도 익히고 싶다. 나 혼자 하려면 힘에 부치고 버겁지만 함께 연구하는 동료 사서교사들이 있으니 어느 때보다 든든하다. 넓게 보면 전국의 사서교사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있다. 어느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처럼, 우리는 기어코 지금 우리 앞의 벽을 오를 것임을 믿는다.
혼자지만 괜찮아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사서선생님의 분투기
ys911 사서교사
첫 번째 상황 “ 반납 받은 책을… 어떻게 하라고?”
3월 개학이 늦춰지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원격수업 혹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5월쯤에 학교도서관 운영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다. 폐가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사전 온라인 대출 예약을 받고 책을 빌려준 후에 반납을 받는다. 종이 위에 바이러스가 48시간동안 살아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책 소독을 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온 후, 많은 사서선생님들이 책 소독기를 급하게 알아봤다. 50만 원 하던 기계가 90만 원으로 오르고, 300만 원 하던 기계는 450만 원까지 상승했다. 다행히도 지금의 학교도서관에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책 소독기가 비치되어 있다. 한 권씩 넣을 수 있고 30초간 소독하는 기계인데, 기계에서 나오는 바람과 불빛에 살균 효과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기계가 언제 도서관에 비치되었고, 작동에 필요한 소독액이 언제 교환되었는지 모르지만, 책소독기 존재만으로 관리자, 학생, 학부모 들의 걱정은 사라졌다.
+ [책 소독 30초] 사서교사의 업무가 추가되었습니다.
두 번째 상황 “ 출근해서 뭐해?”
교사를 포함한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들은 이야기다.
“학생들이 학교에 없는데 교사는 출근해서 뭐해? 아니다. 너는 도서관에서 뭐해?”
난감하다. 억울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출근 시간부터 퇴근 때까지 내 뒤를 따라다녀 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면수업이 정상적일 때, 무지한 사람들에게서 종종 들었던 말이지만, 지금 이 시기에 들으니 더욱 마음 아프고 힘이 빠졌다. 학교도서관에 이용자가 없는 기간이 흔치 않다. 이 시기에 사서교사는 장서 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나는 지금의 학교를 발령받았고, 먼저 장서점검을 진행했다. 갑자기 시작한 장서점검이라서 대출된 자료를 모두 반납 받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시기였기에(학생들이 금방 등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작업이었다. 무선 바코드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조금 원시적인 방법으로 점검했다.
도서원부를 모두 인쇄하여 서가에 꽂힌 책과 한 권씩 비교하는 방법으로 장서점검을 진행했다. 그렇게 30일 동안 2만여 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방법 덕분에 서가 정배열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고, 새로운 도서관의 장서들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장서점검이 마무리된 후에는 불용자료 제적 및 폐기 처리를 진행했다. 도중에 학교 창고에 쌓여 있는 1,000권의 책들이 생각났다. 정신줄을 간신히 잡았다. 다시 15일동안 그 책들의 상태를 정리했다. 중간중간 온라인 도서관 운영에 대해 소개를 하고 신간도서 구입도 함께했다. 학생들의 부분 대면 등교가 가능해진 시기에는 소소한 도서관 행사를 진행했다. 다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지금은 타 교과처럼 사서교사의 온라인 독서수업을 준비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누구보다 힘쓰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퍼트리고 싶다!
+ [손목 통증] 사서교사의 병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겨내는 방법 첫 번째 티 나게 일하기
학교도서관이 폐가제 운영으로 변경되면서 특별실에 홀로 있는 사서교사의 움직임이 더욱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사서교사도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라고 강력하게 보일 수 있는 변신기술이 있다. 바로, 마스크+손목 보호대+팔 토시+목장갑+앞치마 장착! 나는 장서점검을 할 때 도서관 문을 꼭꼭 걸어 닫고 하지 않았다. 창문과 출입문을 활짝 열어 놓고 라
디오 혹은 음악을 편안할 정도로 틀어 놓고, 변신 풀세트를 장착하고 두 달 동안 움직였다. 도서관을 순찰하는 관리자들과 책을 반납하려는 동료 교사들이 종종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갖춰진 사서교사의 모습을 보고 다들 눈이 커진다. 그럴 때 나는 목장갑을 벗으면서 그들을 반긴다. “어서 오세요.” 특별실에 혼자 앉아서 시간만 때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한다.
이겨내는 방법 두 번째 온라인에 적응하기
많은 사서선생님들이 도서관 운영을 180도 변경해서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각 학급의 교실 게시판과 도서관 게시판을 활용해서 도서관의 많은 것을 진행했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학생들의 집이 교실이 되었고, 도서관 문 옆에 있는 게시판을 보는 사람은 없다. 나는 도서관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탐색했다. 그리고 가상공간에 학교도서관 게시판을 만들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카카오톡 채널이다.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 제작(sites.google.com): 담당자가 원하는 기능의 게시판을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개설: 인스타그램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들에게 불편할 수 있다.
-블로그 개설: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게시글을 읽을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이 좋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활용: 학교 웹사이트에 따라 로그인을 해야 게시물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회원가입 및 로그
인 절차가 불편하다면 이용률이 저조할 것이다.
-카카오톡 채널 개설(center-pf.kakao.com):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한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채널의 담당자를 사서교사로 할 수 있고, 도서부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정할 수 있다. 나는 학교도서관의 이름으로 채널을 개설했다.
가상의 학교도서관 게시판을 개설한 후에 뿔뿔이 흩어진 이용자들을 모았다. 우선 도서관의 채널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학교 홈페이지, 온라인 가정통신문, 교내 메신저, 교직원 단체 채팅방에 홍보한다. 채널 가입자가 조금씩 늘어났다면 학교도서관의 소식을 올려야 한다. 사전 온라인 대출 예약 방법, 도서 검색 방법, 사서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게시글을 올린다.
가장 중요한 게시글은 신간도서와 추천도서 안내다. 이때 담당자가 편하자고 도서의 책 제목만 표로 만들어서 올리면 최악이다. 들어온 모든 책의 표지 이미지를 저장한 후, 한글 문서 표 안에 넣어서 게시글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작업해야 도서관에 어떤 책이 들어왔는지 이용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도서 대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추천도서 게시글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추천도서를 소개하고 나열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용자는 한번 쓰윽 살펴보고 끝이다. 어떻게 생긴 책인지 이미지와 함께 보여 주어야 한다. 추가로 책마다 한 줄 평을 더한다면 으뜸이다.
나는 틈틈이 도서관 행사 홍보 게시물을 작업하여 올린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용하는 미리캔버스(miricanvas.com)를 사용한다. 9월 독서의 달 행사로 ‘책 선물보따리’를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이용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 예약제로 운영해서, 학생이 도서관 방문을 예약하면 책 대출과 함께 원하는 선물을 골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선물은 손소독제, 마스크, 독서기록장, 책갈피 등 지금 상황과 어울리고 필요한 물품들로 준비했다. 점차 게시글이 늘어나고 채널을 추가한 학생들이 늘어날수록 뿌듯함이 가득해진다.
혼자지만 괜찮아
이 상황은 모두가 다 처음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교육부의 ‘네이버 공문’에 익숙해졌다.(학교의 운영 방법 및 안내 등을 온라인 속보로 접하게 되면서, 동료 교사들과 만든 단어이다.) 의견 수렴 및 인식 조사 등의 과정 없이 다짜고짜 학교도서관 운영 금지 혹은 폐가제 전환에 대해 발표한 것도 이제 그러려니 하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주는 고민과 어려움이 각자 다를 것이다. 내 마음속에만 눌러 담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냈으면 좋겠다. 알고 보니 모두의 고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유익하고 다양한 도서관 행사들을 기획하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상상했지만, 그것들이 모두 무산되었을 때의 그 허무함은… 그런 감정이 생길 때 자주 연락하는 도서관 동료들이 있다. 이들은 내가 느꼈던 감정을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동료들이다. 우리는 도서관에 각자 혼자 앉아 있지만, 같이 있다.
/ 학교도서관저널, 202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