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인터뷰]박주민 “책 추천 많이 받아… 요즘엔 장하성ㆍ정승일 책 읽어”
매체명 : 한국일보
보도일 : 2018.09.07
박주민 “책 추천 많이 받아… 요즘엔 장하성ㆍ정승일 책 읽어”
무슨 책 읽어? <17>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 “책 볼 시간이나 있으세요? 너무 피곤해 보이시네요. 눈을 너무 부비셔 가지고…”
박= “그래도 가방 속에 책을 꼭 넣어가지고는 다녀요. 근데 정말 읽을 시간이 없긴 하네요. 많이들 추천해 주세요. 제가 정치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책 필요할 것 같다면서 권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요. 일주일에 평균 다섯 권은 꼭 책이 의원실로 오는 것 같은데요.”
김= “빤한 소리라지만 정치하는 사람으로 사는 데 있어 책이 확실히 도움이긴 하지요?”
박= “그럼요. 내가 해야 할 고민을 치밀하고 풍부하게 앞서 해주신 내용들인 거잖아요. 내 모자람은 다 책에서 채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해요.”
김= “그러나저러나 어린 주민은 어떤 아이였을까요?”
박= “저는 유치원도 안 가고 남들 다 다니는 피아도 태권도 학원도 한번 안 다녀봤거든요. 제 이름 석 자도 못 쓰고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그 전날인가 엄마한테 1부터 10까지 숫자 그리는 방법 하나 배워서 들어갔는데, 뭐 만날 뛰어 놀기나 하고 그러니까 학교에 적응도 잘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다 2학년 때 옆 동네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그때 제 짝꿍이 제 눈에 굉장히 예뻤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똑똑한 애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공부에 맛을 들인 것 같아요. 뭐든지 엄청 읽는 아이가 되어버린 거예요.”
김= “뭘 그렇게 읽는 아이였나요?”
박= “동네에 경로당 같은 시설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부설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 있었어요. 수업 마치고 거길 매일 갔었어요. 책 보려고요. ‘서유기’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나고요. 그 무렵에 집에 있는 책들도 보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너 책 읽어야 하니 너 읽을 책 사줄게’ 그런 분들이 아니셔서 왜 어른이 보는 ‘삼국지’ 있잖아요. 한 권이 이만큼 두껍고 일곱 권인가로 되어 있는, 굉장히 자세하고 길고 한자가 마구 병기되어 있는 그 ‘삼국지’를 세 번 반인가 봤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러다 어려운 말이 나오면 백과사전을 찾아 가면서 봤어요. 고모가 사 뒀던 100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이 있어서 그거 몇 번이고 읽은 기억이 나고요. 그중에서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 ‘그리스 로마 신화’ ‘이솝 우화’ 이런 책들은 여러 번 읽었던 것 같아요. 재밌어서요.”
김= “참 많이도 읽는 아이였네요.”
박= “덕분에 한자를 일찌감치 되게 많이 알았던 것 같아요. 백과사전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그거 들고 학교에 간 적도 많아요. 동아백과사전 그런 거 말고 어른들이 보시던 건데, 왜 낡은 구닥다리 사전이요. 그런 거 모르시나, 하여간에 엄청 두꺼웠던 사전인데 찾으면서 의도치 않은 것까지 알게 되는 재미가 엄청나서 계속 찾고 또 찾고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백과사전이랑 놀 때도 있었으니까요. 잡다하게 읽었죠.”
김= “법대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셨나요?”
박= “아뇨. 고3 때 제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다가 오히려 병이 난 거예요. 아파서 입시 때 2교시부터 시험을 거의 못 봤어요. 그래서 재수를 했는데 경영학과를 가기에 점수가 너무 많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법대로 갔죠.”
김= “세상에나 점수가 남을 수도 있구나…”
박= “합격하고 나서 입학하기 전에 시간이 좀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 경험으로 선행 학습이 필요하겠구나, 법 관련한 책을 좀 읽어야겠다, 무턱대고 교보문고라는 데를 처음 가보게 된 거예요. 그전까지 어딜 나가본 적이 없어요. 재수할 때도 종로학원에 등록은 해놨지만 3분의 1도 안 나갔어요. 사람들하고 함께 있는 게 더 피곤하더라고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법을 몰랐던 거죠. 소극적이고 움츠러드는 생활을 했던 사람이니 어땠겠어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도 싫고 낯설기만 하니까 얼른 사서 집으로 가야지 싶어 하나는 제목에 법이 들어 간 책과 하나는 심리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 두 권을 사서 나온 거예요. 그게 ‘변증법적 유물론’ ‘프로이트 심리학 입문’이었어요.”
김= “책을 그렇게도 살 수 있는 거군요.”
박= “그 두 권이 제 머릿속을 아주 맑게 해주더라고요. 뭔가 내가 모르는 넓고 큰 영역이 있구나,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어쨌든 지금보다 좀 나은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거나 그 덕에 다시 독서하는 모드를 만들게 된 거죠.”
김= “그때부터 어떤 책들을 읽기 시작한 건가요?”
박= “주로 사회과학 쪽이나 철학책들, 경제에 관련한 책들이요. 그리고 뭔가 제 자신을 닦을 수 있는 수신서 같은 책들이랄까. 뭔가 저를 돌아보게 하는 책들이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든가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책들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고민하게 만들잖아요. 특히 신영복 선생님을 제가 너무 좋아해서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아요. 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이라든가 ‘공산당 선언’ 같은 철학책들도 열심히 읽었고요, 운동권들이 도서관 잘 안 가는데 저는 아침에 학교에 가면 무조건 2시간은 도서관에서 책 읽었어요.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꼬박꼬박 읽었던 것 같아요.”
김= “책은 보통 어떤 식으로 보시는 편인가요?”
박= “밑줄 긋고 메모하고 좋아하는 내용이 있으면 필사해요.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면 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제가 다시 제 글로 풀어보는 거죠. 남의 이야기를 풀어서 정리해서 남에게 전달을 하는 게 변호사라는 직업이기도 한 거잖아요. 언어를 설명할 수 없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책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책을 이해를 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김= “요즘엔 무슨 책 읽으세요?”
박= “경제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봅니다. 장하성 실장님이 쓰신 책은 거의 다 봤죠. ‘왜 분노해야 하는가’ 봤고요, 장 실장님을 저격하는 정승일 교수님의 책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는 지금 보고 있고요.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도 읽고 있어요.”
/ 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무슨 책 읽어? <17>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 “책 볼 시간이나 있으세요? 너무 피곤해 보이시네요. 눈을 너무 부비셔 가지고…”
박= “그래도 가방 속에 책을 꼭 넣어가지고는 다녀요. 근데 정말 읽을 시간이 없긴 하네요. 많이들 추천해 주세요. 제가 정치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책 필요할 것 같다면서 권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요. 일주일에 평균 다섯 권은 꼭 책이 의원실로 오는 것 같은데요.”
김= “빤한 소리라지만 정치하는 사람으로 사는 데 있어 책이 확실히 도움이긴 하지요?”
박= “그럼요. 내가 해야 할 고민을 치밀하고 풍부하게 앞서 해주신 내용들인 거잖아요. 내 모자람은 다 책에서 채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해요.”
김= “그러나저러나 어린 주민은 어떤 아이였을까요?”
박= “저는 유치원도 안 가고 남들 다 다니는 피아도 태권도 학원도 한번 안 다녀봤거든요. 제 이름 석 자도 못 쓰고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그 전날인가 엄마한테 1부터 10까지 숫자 그리는 방법 하나 배워서 들어갔는데, 뭐 만날 뛰어 놀기나 하고 그러니까 학교에 적응도 잘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다 2학년 때 옆 동네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그때 제 짝꿍이 제 눈에 굉장히 예뻤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똑똑한 애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그때부터 공부에 맛을 들인 것 같아요. 뭐든지 엄청 읽는 아이가 되어버린 거예요.”
김= “뭘 그렇게 읽는 아이였나요?”
박= “동네에 경로당 같은 시설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부설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 있었어요. 수업 마치고 거길 매일 갔었어요. 책 보려고요. ‘서유기’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나고요. 그 무렵에 집에 있는 책들도 보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너 책 읽어야 하니 너 읽을 책 사줄게’ 그런 분들이 아니셔서 왜 어른이 보는 ‘삼국지’ 있잖아요. 한 권이 이만큼 두껍고 일곱 권인가로 되어 있는, 굉장히 자세하고 길고 한자가 마구 병기되어 있는 그 ‘삼국지’를 세 번 반인가 봤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러다 어려운 말이 나오면 백과사전을 찾아 가면서 봤어요. 고모가 사 뒀던 100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이 있어서 그거 몇 번이고 읽은 기억이 나고요. 그중에서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 ‘그리스 로마 신화’ ‘이솝 우화’ 이런 책들은 여러 번 읽었던 것 같아요. 재밌어서요.”
김= “참 많이도 읽는 아이였네요.”
박= “덕분에 한자를 일찌감치 되게 많이 알았던 것 같아요. 백과사전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그거 들고 학교에 간 적도 많아요. 동아백과사전 그런 거 말고 어른들이 보시던 건데, 왜 낡은 구닥다리 사전이요. 그런 거 모르시나, 하여간에 엄청 두꺼웠던 사전인데 찾으면서 의도치 않은 것까지 알게 되는 재미가 엄청나서 계속 찾고 또 찾고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백과사전이랑 놀 때도 있었으니까요. 잡다하게 읽었죠.”
김= “법대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셨나요?”
박= “아뇨. 고3 때 제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다가 오히려 병이 난 거예요. 아파서 입시 때 2교시부터 시험을 거의 못 봤어요. 그래서 재수를 했는데 경영학과를 가기에 점수가 너무 많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법대로 갔죠.”
김= “세상에나 점수가 남을 수도 있구나…”
박= “합격하고 나서 입학하기 전에 시간이 좀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 경험으로 선행 학습이 필요하겠구나, 법 관련한 책을 좀 읽어야겠다, 무턱대고 교보문고라는 데를 처음 가보게 된 거예요. 그전까지 어딜 나가본 적이 없어요. 재수할 때도 종로학원에 등록은 해놨지만 3분의 1도 안 나갔어요. 사람들하고 함께 있는 게 더 피곤하더라고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법을 몰랐던 거죠. 소극적이고 움츠러드는 생활을 했던 사람이니 어땠겠어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도 싫고 낯설기만 하니까 얼른 사서 집으로 가야지 싶어 하나는 제목에 법이 들어 간 책과 하나는 심리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 두 권을 사서 나온 거예요. 그게 ‘변증법적 유물론’ ‘프로이트 심리학 입문’이었어요.”
김= “책을 그렇게도 살 수 있는 거군요.”
박= “그 두 권이 제 머릿속을 아주 맑게 해주더라고요. 뭔가 내가 모르는 넓고 큰 영역이 있구나,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어쨌든 지금보다 좀 나은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거나 그 덕에 다시 독서하는 모드를 만들게 된 거죠.”
김= “그때부터 어떤 책들을 읽기 시작한 건가요?”
박= “주로 사회과학 쪽이나 철학책들, 경제에 관련한 책들이요. 그리고 뭔가 제 자신을 닦을 수 있는 수신서 같은 책들이랄까. 뭔가 저를 돌아보게 하는 책들이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든가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책들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고민하게 만들잖아요. 특히 신영복 선생님을 제가 너무 좋아해서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아요. 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이라든가 ‘공산당 선언’ 같은 철학책들도 열심히 읽었고요, 운동권들이 도서관 잘 안 가는데 저는 아침에 학교에 가면 무조건 2시간은 도서관에서 책 읽었어요.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꼬박꼬박 읽었던 것 같아요.”
김= “책은 보통 어떤 식으로 보시는 편인가요?”
박= “밑줄 긋고 메모하고 좋아하는 내용이 있으면 필사해요.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면 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합니다. 제가 다시 제 글로 풀어보는 거죠. 남의 이야기를 풀어서 정리해서 남에게 전달을 하는 게 변호사라는 직업이기도 한 거잖아요. 언어를 설명할 수 없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책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책을 이해를 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김= “요즘엔 무슨 책 읽으세요?”
박= “경제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봅니다. 장하성 실장님이 쓰신 책은 거의 다 봤죠. ‘왜 분노해야 하는가’ 봤고요, 장 실장님을 저격하는 정승일 교수님의 책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는 지금 보고 있고요.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도 읽고 있어요.”
/ 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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