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숙제도 놀이도 파티도… 도서관은 또 다른 학교

매체명 : 베이비뉴스 보도일 : 201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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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도 놀이도 파티도… 도서관은 또 다른 학교

[어영부영 육아인류학] 아이와 함께하는 미국 도서관 탐방기②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큰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요일은 수요일이었다. 지역 도서관에서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STEM 활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 과학, 기술, 공학, 그리고 수학 관련 교육과 활동) 무료 수업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늘 바쁜 흉내를 내는 엄마, 아빠 탓에 그 시절 아들은 오전반 유치원에 다녀오고 나면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노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슬프게도 지금 역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수요일에 하는 도서관 행사 덕분에 아빠나 엄마 중에 시간이 되는 사람이 아이를 도서관에 데려다주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서 조그마한 로켓 모형도 만들어보고 부글부글 끓는 괴물 액체도 만들어보곤 했다.

아이를 도서관 안에 마련된 교실(이라고는 하지만 책걸상도 없이 그냥 매트가 깔려 있는 공간.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 실험하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그저 우탕탕 까르르 장난을 치곤 했다.)에 들여보내고, 나는 바로 근처에서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됐다. 아이는 아이대로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나 역시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전문 선생님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지역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과학관이나 박물관, 혹은 뜻이 있는 관련 교육학과 대학생들이나 퇴직 선생님들의 참여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이 가능한 듯싶다. 도서관에는 아이가 더 자라면 들을 수 있는 초등 수학 관련 교과 활동과 컴퓨터 관련 활동 수업도 마련돼 있었다.

관련 안내서를 읽어보니, 더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듣는 수업도 책상에 앉아서 지도를 따라서 하는 전달식 방식이 아니라, 여럿이 팀을 이루어서 같이 이야기해보고 직접 도형을 잘라보고 블럭을 쌓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는 방식의 활동이었다.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소도시인데다 도서관 관련 예산도 충분하고, 더구나 기꺼이 봉사활동을 하려는 지역 주민들의 힘이 보태져서 가능한 일이었다.

◇ 영아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책 읽어주는 도서관

최근에 이사한 도시에는 큰아이가 좋아하는 'STEM 수요일'은 없지만, 대신에 지금까지 산 도시 모두에 있었던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 시간이 있다. 연령과 요일별로 돌도 되기 전의 아기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도서관의 담당 사서나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노래를 들려주고 손가락 놀이를 하고 관련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다.

휴일에는 온 가족을 위한 스토리 타임도 있어서 연령대에 상관없이 아이가 있는 가족들 모두가 참여 가능하다. 어릴 때부터 아이와 부모가 함께 매트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 하고, 또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다보면 아이들은 도서관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장소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조금 더 큰 취학연령 아이들은 도서관 선생님이나 자원봉사자, 혹은 십 대 형, 누나로 구성된 튜터들이 학교 숙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친구들과 모여서 도서관에서 수업 관련 자료도 찾고, 모르는 것은 프로그램 담당 튜터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은 도서관을 특별한 일이 있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방과 후 자연스럽게 들러서 숙제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서 함께 노는 장소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미국 도서관에서 개인과외를 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족한 과목이 있거나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시험이 있는 경우,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개인 선생님과 만나서 수업을 받는다.

개인과외지만 학생의 집이나 선생님의 집보다는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가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곳으로 선호된다. 도서관은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장소이자 방과 후 시간을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인지되는 듯싶다.

◇ 할로윈 파티 장소로 변신하는 도서관 강당

뿐만 아니라 할로윈이나 추수감사절 같은 특별한 시기에는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할로윈, 큰아이는 멋진 기사로 변신해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할로윈 파티에 갔다. 재미있기도 하고 으스스하기도 한 음악이 틀어져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미리 준비된 풍선과 할로윈 장식들, 그리고 사탕과 연필 같은 선물도 있었다.

기어다니는 아가부터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게 될 아이들까지 아이들은 각자만의 춤사위를 선보였고, 지켜보고 있던 다른 부모들도 어깨를 들썩들썩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서 때때로 회의실이나 토론회실로 쓰였던 강당은 모두를 위한 파티 장소로 멋지게 변신했었다.

여러 가지 좋은 경험들 덕분에 비가 오거나 또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주말에 외출하고 싶을 때면,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생각하게 된다. 매주 도서관에서는 크고 작은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이고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또 교육적이기까지 하니 믿고 찾아갈 수 있다.

이번 주에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도서관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올빼미 밤(Owl Nights)'이라는 저녁 행사가 있다. 온 가족이 저녁에 모여 함께 여러 문화에 대한 책을 읽고 다문화 관련 작은 공연과 여러 나라에서 온 음식 맛보기 체험도 있다고 하니, 이번주 스케줄은 벌써 정해졌다.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 아이와 함께 독서욕구도 식욕도 알차게 채우고 와야겠다.

/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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