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우포자연도서관

2016.01.11

마을창고 도서관에서 습지복원 큰 꿈 꿔요

작은도서관 사례 - 우포자연도서관

★원문_작은도서관신문 2016.1월호_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6/01/01/201601010913001615.html

글_이인식_우포자연학교 교장, 환경운동가 / 2016-01-01 09:13


기러기와 고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우포자연도서관이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국내 최대 내륙습지이자 최고의 원시 자연 늪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 우포늪 일대에서 보전운동과 자연 생태수업을 해온 우포자연학교가 창녕군 본초리 대대마을(과거 늪지)에 ‘우포자연도서관’으로 자리한 것이다. 우포늪은 1억4000만 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내륙 습지다. 일제강점기에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둑을 쌓고 매립을 하는 바람에 현재는 면적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연결되어 있던 늪도 둑으로 단절되어 소벌, 나무벌, 모래벌, 쪽지벌 네 개의 늪으로 나뉘어 있다. 늪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524호, 생태계특별보호구역, 람사르협약 보전습지,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에 시골 농업 창고를 개조해 꾸민 우포자연도서관은 600제곱미터 규모다. 24년 전부터 우포늪 습지운동가로 활동해온 필자와 지인들이 전국에서 탐방객이 몰리는 우포늪에 의미 있는 쉼터를 만들자고 뜻을 모아 도서관 조성이 추진됐다. 2011년부터 도서관 지원조직인 도서관친구들과 젊은 건축가 등의 후원과 재능기부로 마침내 문을 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어린이들을 비롯한 방문객들을 위해 작은 서재 같은 도서관을 먼저 개관한 셈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 관련 서적과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서적 등이 일부 구비되어 있어, 탐방객들은 우포늪을 살펴본 뒤 도서관에서 잠시 쉬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천 권 정도의 책과 우포늪 사진, 국내외 습지관련 포스터, 식물 표본 등 우포늪과 관련된 것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늘 개방되어 있다.

신나는 자연놀이터 도서관
이곳에서 아이들은 텐트를 치고 캠프를 한다. 자연 관찰을 하기 전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포늪의 생명들과 친해진다. 넓은 들이 보이는 창고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논 학교가 열리고, 11월 하순부터는 독수리 먹이 주기 체험도 하며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을 느끼며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현장이다. 또한 방문객들은 필자가 아침저녁으로 하는 늪 관찰에 함께 참여하면서 늪의 소리, 향기, 야생동물의 움직임들을 보고 자연과 친구가 된다. 이것이 우포자연도서관과 자연학교의 핵심프로그램이다. 자연과 만난 후 도서관에서 야생의 세계와 관련된 책을 본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러다가 마음이 움직여 도서관 후원친구가 되기도 한다.

“유어면 대대리에 위치한 대형 창고 안은 어느 도서관과도 다르다. 600제곱미터 면적의 널찍한 실내 한쪽에 사과 상자 같은 책꽂이를 여럿 쌓아 올리고, 바닥에 나무판을 겹겹이 깔아 책상 겸 의자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 전부. 창고의 층고와 면적을 생각하면 상당히 소박하고 자유로운 형태지만, 이 공간이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앞으로 건물 한쪽에는 책을 읽다가도 드러누울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고, 우포를 찾은 방문객은 물론, 현지인을 위한 다목적회관 겸 마을 학교의 역할도 할 계획이다. 비영리 시민 단체 ‘도서관친구들’과 강예린, 이치훈 등 젊은 건축가들을 비롯해 많은 이가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이인식 선생은 도서관을 혼자 힘으로 뚝딱 짓기보다 여러 사람의 노력이 모여 천천히 완성하기를 바란다.” (표영소_『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기자)

자연과 하나 되는 도서관
일제강점기 때 전쟁용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전국의 늪과 갯벌을 메워 논을 많이 만들었다. 이제는 정부와 주민들을 설득하여 그 논을 습지로 되돌리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 이 땅에서 사라진 따오기를 복원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전된 자연습지가 되어 지역경제도 살리고 자연환경을 영원히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향후 10년 이상의 미래 계획을 세워 정부의 환경, 농업 관계 부서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도서관이 지어진 ‘관동영농회 농산물 간이집하장’이라는 이름을 단 창고는 위치상 과거 늪을 바라보는 그 중심에 있다. 이 건물은 김영삼 정부가 농업 시장 개방을 추진하면서 농민 반발을 무마하고자 각 마을에 지은 마을 창고 중 하나이다. 오랫동안 농기구와 비료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오다가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것을 다시 구입해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마을창고를 도서관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아이들이 늪의 자연사와 생태전문 도서를 읽고 자연을 잘 보호하기를 기대하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앞으로 더 넓은 우포자연습지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자연디자이너가 꿈꾸는 다목적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앞으로 생태 배움을 나누는 공간이 되려면 많은 환경 관련 서적이 필요하다.



도농 문화교류의 장이 되는 도서관
습지로 복원하고자 하는 도서관 앞 들판은 우포자연학교의 중요한 교육 현장이다. 들판 위 제방에 올라서면 책으로 만난 미운 오리 새끼들이 살고 있는 백조의 호수가 보인다. 인간의 세상이 아닌 야생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곳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새들의 날갯짓과 울음소리를 듣고, 망원경으로 그들의 눈을 마주하며 탄성을 지른다.



대부분의 도시 아이들은 게임을 즐기고, 고양이나 강아지와 놀고, 자전거나 자가용을 타고 근처 마트로 물건을 사러가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농촌마을과 야생의 세계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다. 마을에 이웃이 있고 정이 남아 있다. 마을의 생산품과 자연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여 도시사람들과 교류하면 지역 경제도 살리고 자연도 보전하는 생태 관광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공유하고, 오랫동안 농사와 농업문화에서 터득한 지혜를 미래 세대들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도농의 문화교류와 더불어 마을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우포자연도서관의 역할도 기대한다. 이곳에서 자연을 잘 보전하고 농업을 변화시켜 분야별로 젊은이들이 마을로 들어와서 함께 미래가치를 행동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필자가 살아 있을 때 가능하면 제일 좋고, 안 되면 다음 세대에게 맡기는 징검다리라도 놓는 심정으로 이 공간을 마련했다. 아직 사서와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하니 여유 있는 분들이 우포를 다녀갈 때 힘을 보태주면 참 좋겠다.


ㅣ우포자연도서관ㅣ
· 개관 : 2015년 8월 29일
· 주소 :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효정길 66-8
· 홈페이지 : www.facebook.com/woop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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