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책나눔위원회 7개 분야별 추천도서
책나눔위원회
7개 분야별 3월의 추천도서
책나눔위원회는 문학/인문예술/자연과학/사회과학/실용일반/그림책+동화/청소년 등 7개의 분야별로 이달의 추천도서를 매달 추천합니다. 3월 7가지 분야별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고 운영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림책·동화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강혜숙 지음, 강혜숙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옛이야기 속 호랑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서다
호랑이는 우리 영토에서 가장 무서운 짐승으로, 때로는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동물로 옛 조상들과 함께해 왔습니다. 조상들은 액운을 피하려 호랑이 그림을 그려 집안에 두기도 하고, 매년 정월 초하루에는 호랑이 그림을 문에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에서 1년 중 반은 사람이 호랑이를 잡고, 나머지 반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는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고,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호환(虎患)을 막기 위해 조정에서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잡는 군사인 착호갑사를 조직할 정도로 호랑이는 우리 역사와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었습니다.
강혜숙 작가는 각종 사료와 민화, 민담 속 호랑이를 새로 엮어 생동감과 개성 넘치는 호랑이 형제를 탄생시켰습니다. 각기 다른 민담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한배에서 나고 자라 한날한시에 태어난 호랑이 형제로 재구성해, 생일잔치에 모여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는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만들어 냈지요.
『호랑이 생일날이렷다』는 표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두 눈을 부릅뜬 호랑이 한 마리가 커다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 있고, 아래로는 작달막한 선물을 짊어진 산속 동물들이 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산중 호걸 호랑이의 생일잔치에 가는 동물들 위에서 발톱을 세우고 있는 호랑이의 표정은 언뜻 즐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선물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혹은 잔치에 온 동물들을 잡아먹을 생각에 설레기도 하는 것 같지요.
표지를 넘기면 부적처럼 범 호(虎) 자를 빼곡하게 채운 면지와 계속 굽이굽이 고개를 넘는 동물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깊은 동굴로 들어가듯 커다랗게 벌린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면 생일잔치의 주인공인 호랑이 형제의 사연이 펼쳐집니다. 기존의 전래동화 이야기가 새롭게 재창조되는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알리고 있는 듯한 구성이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민담부터 생소한 이야기까지 아홉 편의 짤막한 이야기를 호랑이의 시점에서 새롭게 엮은 이 책은, 옛이야기를 다시 보는 재미를 줍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호랑이 형제 사연의 근간인 옛이야기 아홉 편을 수록하여 작품의 이해를 돕지요.
그와 더불어 작은 요소 하나하나 해학과 재치를 숨겨 놓아 찾아보는 재미를 담은 그림은 독특한 매력으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강혜숙 작가의 그림은 강하고 거침없지만 디테일마다 의미를 섬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색채에 화려한 형광색과 작가의 개성을 가득 담은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에게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소장 가치와 더불어 그림책 읽는 즐거움을 선물처럼 안겨 줄 것입니다. 또한, 옛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감상하는 재미와 유익함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
『사춘기 철학 여행: 10대를 위한 철학 이야기』
유성오 지음 | 초록서재 | 2022년
인생을 가치 있게 하는 철학!
청소년 시기는 신체활동이 왕성해지는 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이 많아지는 때입니다. “왜 공부해야 할까?” “왜 인간은 정직해야 할까?” “왜 살아야 할까?” 같이,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수많은 질문을 가슴에 품고 지냅니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쳐온 저자는 바로 이런 질문에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질문을 포기한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이렇게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바로 철학하는 인간의 모습이고 순간순간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삶에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는 몸부림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생을 가치 있게 하는 근거이지요. 철학은 단순히 지식이 아닙니다. 암기해야 하는 정보가 아닙니다. 철학은 하는 것입니다. 철학자 칸트의 말처럼 말이지요. 어려운 말을 떠벌리며 유식한 척하는 유희가 아니라 살아가는 ‘삶 자체’입니다. 그 삶의 진짜 의미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과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한, 인간은 누구나 철학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토아 철학의 대표 철학자 제논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불행은 원인은 바로 욕구야. 그러니 욕구를 없애버리면 괴로울 일도 없어. 왜 내가 키가 작은지, 왜 우리 집은 친구 네 집처럼 부자가 아닌지 괴로워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는 거야. 이를 테면 자신을 연극배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저 그것은 나에게 부여된 역할 중의 일부였다고 여기면 훨씬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해.”
『사춘기 철학 여행』은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철학적 질문을 뽑아내고 그에 대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청소년 눈높이에서 설명한 책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은 철학이란 무엇인지, 철학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문학
『#젠더_소설』
김지은,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한국 사회를 읽는 문학 필독서 [해시태그 문학선]
한국 사회의 격렬하고 문제적인 주제어 #젠더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로운 시리즈 [해시태그 문학선]은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주제어를 선정해, 이와 연관된 문학작품들을 선별하여 묶은 앤솔러지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 4권은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로 #젠더와 #생태를 선정하고 각 주제어별로 #시와 #소설 편을 엮어 펴냈다. 해시태그(#)는 소셜 네트워크상의 검색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호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일상의 관심사에서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아우르는 유력한 주제어를 띄워 올려 대중들을 광장으로 끌어내는 문화 현상으로 진화했다. [해시태그 문학선]은 문학작품이라는 ‘기호hash’를 ‘묶는다tag’라는 어원 그대로, 시간과 지면을 달리하여 각기 흩어져 있던 문학작품들을 하나의 주제어로 묶어낸다. 수록 작품들의 목록은 문학의 언어가 얼마나 내밀하게 동시대의 뜨거운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무대가 된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젠더’는 한국 사회의 격렬하고 문제적인 주제어가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스스로 돈을 벌며 성차별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혐오 세력들과 부딪힌다. 세상은 변했지만,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성차별적 요소는 견고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여전히 젠더 문제 한가운데에서 투쟁 중이다. 이 젠더 의제는 우리 시대 문학의 지형 또한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해시태그 문학선_#젠더]는 여성적인 글쓰기를 수행해온 문제적 작품들을 묶어서 그것을 우리 시대의 질문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다. 『#젠더_소설』은 한국문학사에서 지금 기억되고 다시 읽어야 할 백신애, 오정희, 박완서, 최윤, 한강, 배수아, 김애란의 단편소설 7편을 선정했다. “이름을 갖지 못한,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에 주목”하고 “어떤 지워짐의 시도 속에서도 살아 있는 여성들의 존재를 입증”하면서 “여성이 바라보는 삶의 가치와 지향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여전한 불안과 위험 속에서도 원하는 것을 찾아 터널을 걷고 있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예언 같은 응원이다.
인문예술
『똥의 인문학: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김성원, 박정수, 소준철, 오영진, 전혜진, 차민정, 최진석, 한만수 지음 | 역사비평사 | 2021년
‘비료’에서 ‘오염물질’로…
똥오줌이 제도적 하수화가 되는 과정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이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각 가정, 학교, 사무실에는 이른바 재래식 화장실이 더 많았고 일반적이었다. 오늘날 분뇨는 수세식 화장실과 연결된 하수관을 통해 흘러나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되고 있는데, 하수도 보급률이 높지 않았던 30~40년 전에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정부는 1960년대부터 인분비료를 적극 금지하는 정책으로 돌아선다. 이제 똥오줌 처리는 인분비료 생산의 문제가 아닌 도시위생의 문제이자 ‘과학의식’에 입각한 ‘문화민족’의 일이 되었다. 마침 화학비료공장도 많이 세워져서 비료 효용가치로서 똥의 쓸모가 점차 사라졌다. 이는 굳이 똥오줌을 수거해 비료로 만들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똥오줌을 수거해가서 하천에 무단방류하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도시에서 배출된 똥오줌이 한강으로 직집 방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설치가 급선무였다. 인분비료 방책은 소용이 없고 ‘물’에 의한 화학적 정화를 통해서 똥오줌을 처리하는 방책이 설계되고 진행되었다. 이 글은 똥오줌의 사회적 지위가 변한 건 국가가 인분비료의 위험성을 공중에 알리며 제도적으로 금지한 데서부터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이자, 과학과 생태의 결합을 통해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똥과 인간의 관계를 단지 위생학적 관점이 아닌, 정신분석·정치경제·미생물학·예술·인류세·도시공학·변기공학 등의 다양한 영역의 관점에서 똥을 바라본다.
근대 르네상스기 민중문학에 보이는 똥에 대한 유쾌한 풍자 이야기, 해방 직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서울의 똥오줌이 처리되었던 방식, 한국문학 속에 나타난 ‘똥’에 대한 인식 변화(양가적 → 이분법적 인식),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는 쾌락과 억압으로서의 ‘똥’, 세계 각국의 화장실·변기 기술 및 똥을 활용한 작품이나 생활도구 이야기,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의 큐레이터가 전하는 ‘똥’에 대한 아이들의 열광적인 관심, 그리고 행성적 차원의 물질대사 측면에서 바라본 똥에 대한 생각. 눈에서 보이지 않게 치워버려야만 하는 배설물이 아니라 생태 순환의 한 고리로서 똥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지구는, 우리의 자연은 기후위기나 팬데믹 같은 위험스러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사회과학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지음 | 동녘 | 2021년
군대는 어쩌다 젠더 갈등의 블랙홀이 되었나
오찬호, 손희정, 김현미 추천!
젠더 이슈에 관한 논쟁에서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말이 있다. “그럼 여자도 군대에 가든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 징병 청원 글이 20만 명 넘는 동의를 얻으며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이러한 글은 청원 게시판이 생겨난 2017년 이후 해마다 올라왔다. 1999년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 이래로 20년 넘게 반복된 주장이기도 하고, ‘군대 가지 않는 여성’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가 짧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실 ‘여성’과 ‘군대’가 만나는 대부분의 이슈에서 한국 사회는 제대로 합의에 이른 적도, 논의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한 적도 없다. 이를테면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하느냐,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싸우는 군인이 될 수 있는가, ‘여성성’은 군 복무를 하는 데 장점인가 등의 질문에서 그렇다. 공통점이 있다면 군대보다는 ‘여자’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사실뿐. 그리고 이는 여성혐오 발언을 정당화하는 ‘최후의 근거’로 꾸준히 출몰한다. 2015년 ‘○○녀’ 발언들이 확산될 때도, 2020년 한 기업의 면접 질문 속에도 ‘군대 가지 않는 이기적인 여성들’의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럼 여성징병제를 도입하기만 하면 지긋지긋한 갈등이 해결될까? 여성징병제는 성평등을 위한 지름길인가? 이 기나긴 논쟁에서 우리가 곧잘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군대에 간 여성들, 즉 여성 군인들이다. 1950년 한국전쟁 이래로 이 ‘초남성 공간’에서 분투한 이들은 남성중심적인 군 문화에 맞서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순응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이 책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로부터 여성징병제라는 ‘미래’를 역추적한다. 물론 여군은 남군과 달리 지원제로 선출되어 장교와 부사관으로 시작하지만, 그 자체로 군대 속 여성의 위치를 드러낸다.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군대와 안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 군인들을 분야별로 인터뷰하고, 군 안팎의 각종 문헌과 영상 자료를 분석해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부침이 심했던 여군제도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각 시대마다 어떻게 군인이 되어갔는지, ‘군인’이 되고자 했던 그들에게 ‘여성성’은 어떤 의미였는지,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쟁체제가 여군과 남군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는지 펼쳐 보이며, 납작해진 여성 징집 논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자연과학
『빛이 매혹이 될 때』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 | 2022년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 서민아 교수가
물리학자의 눈과 화가의 마음으로 본 빛과 예술에 관한 지적 탐험!
인류의 눈부신 도약의 순간에 언제나 ‘빛’이 있었다. 고대로부터 자연과학의 중심이었던 광학은 현대물리학의 두 축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탄생시켰고, 이로써 빛을 새롭게 인식한 화가들에 의해 예술은 새 시대를 열었다. 빛을 탐구해온 여정은 곧 물리학과 미술의 역사이며, 우리를 둘러싼 지금의 세계를 만든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서민아 교수는 《빛이 매혹이 될 때》에서 물리학과 미술의 발전의 기폭제가 된 빛의 본질에 대한 여섯 가지 질문을 던지고, 과학에서의 빛과 미술에서의 빛을 함께 탐구해나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자 고려대학교 융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는 한편, 휴일이면 붓을 드는 ‘일요일의 화가’이기도 한 그는 광학에서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에 이르는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터너와 모네, 피카소 등 빛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현하고자 한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다루며, 과학과 예술이 빛으로 교차되고 시너지를 만들어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빛을 탐구하는 과학의 시선과 미술의 시선이 맞닿는 그 지점에서 우리가 보는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서민아 교수는 실험실에서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실험실 밖에서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일요일의 화가’이기도 하다. 연구를 위해 네덜란드 델프트를 비롯한 유럽 곳곳을 오가며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고흐 등 ‘빛의 화가들’에 매료되었고, ‘매혹의 땅’ 뉴멕시코주의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사막과 협곡을 누비며 빛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실험물리학자로서 집요하게 질문하고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물리학자의 눈과 화가의 마음으로 빛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그의 주요 연구 주제이자 부드러운 투과력을 지녀 ‘꿈의 주파수’로 불리는 ‘테라헤르츠파’처럼, 서민아 교수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섬세한 시선과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빛의 세계로 안내한다.
실용일반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최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사 | 2021년
“게임은 질병이다” vs “게임은 문화다” …그래서 대체 게임은 뭘까?
사회학자 최태섭,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에 답하다
오늘날 게임은 세계적으로 29억 5,900만 명이 즐기고 200조가 넘는 시장규모를 가진, 그야말로 대중적인 매체이자 놀이문화다. 하지만 그 영향력에 비해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 수준은 낮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정부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게임을 규제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 게이머를 잠재적 강력범죄자나 중독자로 보는 부정적 시각에 맞서 게이머들은 “게임은 문화다!”를 외치지만, 한편에서는 게임업계 내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대체 게임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게임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
이 책은 이처럼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엇갈리는, 그래서 혼란스럽기만 한 게임에 대한 담론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한국, 남자》로 유명한 사회학자 최태섭은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라는 제목에 걸맞게 게임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이고 게이머는 누구인지,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그래서 대체 게임은 무엇인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면 게임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속성을 띠고 있다. 게임은 문화이자 산업이고, 예술이자 매체다. 무엇보다도 게임은 현실에서 누리기 어려운 재미를 안겨주는 ‘놀이’다. “게임은 우리에게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즐거움과,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을 준다. 예기치 못한 인연과, 작은 승리들의 기쁨도 준다.”
하지만 게임이 ‘놀이’로 남아 있으려면 재미를 내세워, 혹은 유저 핑계를 대면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착취해서는 안 된다. 게임이 페미니즘 교육용 소프트웨어일 필요는 없지만 현실의 여성혐오를 게으르게 재현해서는 안 되고, 게임사가 한국 사회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할 의무는 없지만 게임 제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게임이 게임으로 남아 있을 때만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평등하게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놀이’로서 우리에게 ‘부질없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https://www.kpipa.or.kr/info/recommBookShareView.do?board_id=170&article_id=1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