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희망마을 작은도서관

2020.06.30


마을의 자유로운 상상플랫폼
희망마을 작은도서관



희망마을작은도서관은 '대전의 여유'인 유성온천을 품고 있는 봉명동이라는 동네 한 골목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봉명동은 예부터 우거진 마을 숲속 부엉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한 부엉이가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었다고 해 '부엉이가 우는 마을', 봉명동으로 불렸다고 하지요. 이 부엉이 마을에 2013년 5월 희망마을도서관이 둥지를 틀게 됩니다. 녹색 대문 사이로 보이는 어르신, 골목길 빼꼼히 얼굴 내민 아이들, 지하철과 버스 정거장 사이로 오고 가는 청년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 품과 곁으로 마을도서관이 다가갑니다.

어느 날은 공연장이 되고, 어느 날은 마을학교가 되고, 어느 날은 수다방이 되고, 어느 날은 무더위 쉼터가 되고, 어느 날은 놀이터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한 날 빨갛고 노란 빛깔의 책들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파 도서관으로 날아듭니다. 희망마을도서관은 그런 곳입니다. 어느덧 다섯 해를 넘기며 많은 분이 꽃이 되고 새가 되어 삶의 향기를 마을 곳곳에 옮기고 있습니다.



마을과 함께한 지난 다섯 해를 돌아보면, 2013년 첫 만남 해에는 마을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문화 바탕을 그려 보았습니다. 2014년, 2015년 호기심의 해에는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보았고요. 2016년, 2017년 자람의 해엔 마을과 사람이 함께하는 관계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뜀의 해인 올해엔 마을과 사람이 함께 존재함의 가치를 만들어 가며 '책의 도시 유성'을 넘어 '책의 마을 봉명'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들의 꿈과 발걸음을 잠시 보여드릴까요?

부엉이 마을, 책이 되다

우리 마을 한 곳 한 곳이 책이 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이 될 수 있을까? 마을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을 부르면서 문화와 삶이 가까워지길 바랐듯이, 우리의 삶과 책이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은 마을 책으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경험을 마을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이성적으로 학습한 단어들을 삶을 꿰뚫는 '가치사전'으로 만들어 주셨고요. 청년들은 마을 곳곳의 숨겨진 공간들을 이야기와 시로 살아나게 해주었습니다. 또, 청소년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마을과 사람들은 책이 되고,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위안이 되며 다시 마을을 만나고 있습니다.

부엉이 마을의자, 다리를 펴고 이야길 나눠요

우리 마을에는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어르신이 많이 살고 계시지요. 특히나 충청 최고의 장인 유성 오일장 때는 집집마다 이른 아침 나오신 어르신들이 도로 경계석에 앉아 쉬시는 모습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래서 도서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유쾌한 작당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의 다리쉬임 터!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이 뭉쳤습니다. 마을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는 의자들을 모아 고치고 색칠하고 멋진 글도 썼지요. 그러면서 우리 마을을 좀 더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지, 어디에 많이 모이는지, 그리고 어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지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 말이에요. 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말이에요.

그렇게 한 개 두 개 만들어진 의자들은 저마다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침마다 교통정리하시는 박 씨 어르신의 무릎으로, 아침 출근길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그리고 저녁 바람맞이 나오시는 김 씨 할머니 대문 앞으로 조용히 다가갔습니다. 다리쉬임 자리에서는 다리만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해지는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답게 프로젝트 - 나답게, 놀이터답게

우리에게 '답게'란 아름답게, 사람답게, 나답게처럼 본연의 모습을 말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십여 개의 놀이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십여 개의 놀이터에는 아쉽게도 십여 명의 아이들도 모여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말합니다. 놀고 싶다고. 그래서 이번에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였습니다.



마을 놀이터를 놀이터답게,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다운 아이들을 만나보자고요. 그래서 아이와 어른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계획하고 놀아보았습니다. 홍보 포스터도 만들고 놀이도 짜고, 재미없는 놀이는 걷어내며 물과 흙, 종이와 나무, 그리고 몸으로 놀 방법들을 궁리해 보았지요.

여름에는 동네 놀이터를 워터파크로, 가을에는 동시 도미노로, 겨울에는 맨몸으로 땀나게 놀았답니다. 당황스럽던 이야기 하나로 종이놀이를 하는데 아이들 중 딱지를 접을 줄 아는 아이는 둘. 그러나 그 아이들도 딱지치기를 해 본 적이 없다더군요. 이상하죠! 딱지를 치지 않을 거면 왜 만들었지? 답은 금방 나왔지요. 미술시간에 공예 활동으로 배웠다더군요. 아 그렇구나! 이렇게 분리되어 가는 일상 속 문화 현상에 우리가 해야 할 활동을 금세 알게 되었답니다.

도서관, 소통 통해 꿈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

이제 우리는 '린이와 른이'라는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린이는 어린이를, 른이는 어른을 뜻합니다. 구분은 필요하지만 구분이 차별로 이어지면 안 되겠지요. 이렇듯 서로를 제한하지 않는 움직임을 추구하는 린이와 른이는 아이와 어른이 평등하게 소통하며, 차별 없이 함께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린이와 른이는 재미난 상상을 하나 하게 됩니다. 바로 마을숲책발전소!

책 한 권이 생산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 전력, 물 등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특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은 0.2867㎏CO2(200페이지 기준, '녹색성장을 위한 전자책 활성화방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0. 11.)입니다. 이를 우리나라 도서출판 총량으로 산정해보면 57,340,000㎏CO2(우리나라에서 2015년 1년 동안 출판한 도서 양은 2억 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 ABC협회, 교육부)에 이릅니다.

이 양은 30년생 5,734,000 그루의 나무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CO2양이며, 소형승용차 27,304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입니다. (1년 주행거리 10,000㎞ 기준)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제지산업에 대하여 많은 단체가 지속가능한 자원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린이와 른이는 이러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들은 바로 빙하, 북극곰, 온난화, 쓰레기, 절약 등등의 단어들을 떠올렸으며, 이야기는 공유로 모아지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이야말로 최고의 책 공유 공간 아닐까? 우리 집 책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마을이 책 공유마을이 될 수 있을까? 책 공유마을이 되려면 처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 활동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책 공유에 대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책 공유 영상을 마을 언니와 아이들이 함게 만들어 상영하고, 마을 청소년들과 '먼지사진전'을 개최했고, 마을 책 공간을 찾아 마을 숲 책 지도를 발간했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공유북통도 함께 하였지요. 공유북통은 헌옷수거함처럼 주민 입장에서 조금 더 편하게 책을 모을 수 있는 헌 책 수거함입니다. 이 북통을 통해 작년 2개월 동안 2,000여 권의 책을 모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올해엔 어린 친구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책으로 오두막을 짓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책 공유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책을 공유하게 되면 책 공유량만큼 마일리지가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마일리지는 다른 탄소 포인트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마일리지는 동네 서점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독서량의 증가, 이산화탄소 감소, 무분별한 벌목량의 축소로 인한 생태계의 다양성 보전, 도서시장 활성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재원은 정부, 도서 관련 업체, 제지업체가 되어야 한다고 보며, 생산과 유통, 소비 영역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산업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러한 꿈을 꾸며 아침 문을 열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지런히 서재를 정리합니다. 저도 이렇게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해봅니다.

희망마을작은도서관은 마을 안에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이 함께 호흡하는 마을의 상상플랫폼이 되려고 합니다. 희망마을작은도서관은 책 속 이야기가 꾸는 꿈들이 사람들 속에서 미래의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는 과정에 품과 곁을 나누려고 합니다. 희망마을작은도서관은 당신의 삶을, 이야기를, 미래를 응원합니다.


■ 희망마을 작은도서관
운영 화~토 10:00~17:00 (일, 월 휴관)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대로680번길 126(봉명희망마을 만들기) 2층 도서관
문의 070-8861-7279
http://cafe.daum.net/hopevillage2013


/ 출처 (월간)국회도서관 10월호
김경언 희망마을작은도서관 명예관장 shinegrow@hanmail.net
https://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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