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수유마을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 수유시장의 미래를 준비하는 랜드마크
수유마을 작은도서관
위치 : 서울 강북구 수유1동 50-77 2층
전화 : 02) 988-0304
개관 : 2010년 12월 개관
운영시간 : 월요일 ~ 금요일 오전 9:00 ~ 오후 06:00, 토요일 오전 09:00 ~ 오후 02:00 / 일요일 휴관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suyulibrary/
문전성시, 작은도서관이 시작되는 계기
리자 : 시장 안 작은도서관, 굉장히 이색적입니다. 수유마을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수유 : ‘문전성시’라는 마을문화 사업이 있었습니다. 한쪽 벽면에 선반을 걸어 시장 상인 분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프로젝트였죠. 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계셔서 서로 다 읽은 책을 돌려보다가 책을 더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죠. 제가 예전에 이랜드라는 기업에 근무할 때, 지식경영이라는 것이 화두였어요. 직원들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도 함께 성장했던 경험을 했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책을 통한 전문적인 지식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관장님도 책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그러한 저의 경험을 이야기하니 도서관을 만들자고 했고 그것이 시장 내 도서관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겁니다. 초기에 관장님께서 사비까지 들여서 수유시장 작은도서관을 세우는데 큰 힘이 되어주셨어요. 도서관 위원회가 열 분 정도 계셨지만, 대부분 본업이 있다 보니 거의 저와 관장님 둘이서 함께 운영했습니다. 그렇게 창고공간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수유마을 작은도서관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철학 강좌,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다
리자 : 시장은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인데, 도서관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운영하시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수유 : 저희 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이 ‘영어 멘토링’과 ‘민화 교실’인데, 1년째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요. 민화교실은 회원도 꾸준히 늘고 있죠.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프로그램을 연결해서 진행할 수 있었던 게 가장 보람 있었어요. 새로 이사 온 분들이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좋다’ 이런 얘기를 하시며 찾아오실 때 운영자로서 뿌듯합니다. 자연스럽게 수유재래시장에서 도서관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자부심도 느낍니다.
그리고 2013년과 2014년 진행했던 철학 강의를 통해 저와 함께 참여하신 분들도 많이 바뀐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철학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죠. 재미없고, 지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사실 2강까지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3강부터 그런 생각이 점차 바뀌더니 마지막에는 철학이야말로 가장 삶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더라구요. 철학을 공부하고 나서부터 책에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어떤 현상들을 볼 때 이전보다 정확하게 보는 힘이 생기고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같이 들었던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어요. 강의 후 철학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고 지금 생각해도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독서문화프로그램, 독서와 교육의 본질 사람을 생각한다
리자 : 철학 강좌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과 다른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수유 : 3개월 동안 12강으로 진행한 철학 강좌는 2013년 서울시의 공모사업을 통해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독서동아리가 있었는데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엔 한계가 있었죠. 그러다보니 “강의를 들으며 모임을 이어가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저희가 자주 읽는 책과 근접한 학문이 철학이다 보니 ‘서양철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김인권 교수님이 매주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저도 그렇고 참여한 모든 분들 모두 철학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2014년에는 동양철학 강좌를 개설하려고 했어요. 근데 안타깝게도 지원이 없어서 저희가 직접 십시일반하여 교수님을 초빙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하길 잘 했다 싶어요.
도서관 대표 프로그램의 하나인 ‘영어 멘토링’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고려대학교 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시장에서도 하면 참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어요.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도 공부지만 무엇보다 ‘왜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배우는데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보면 아이들이 쭉 나와 학원 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 아이들의 70%가 부모 손에 이끌려서 공부를 하러온 거겠죠.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시키고 돈을 들이는데 아이들은 꿈을 위해서가 아닌 시켜서 억지로 공부를 하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영어는 그저 도구일 뿐이에요. 세계의 각국에서 그 나라에서 가장 괜찮다고 하는 대학교의 재학생(외국인)을 초빙해 영어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도 배우고, 리더의 역할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배우는 것이 목적이죠.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체코 프라하에 있는 미국 대학교 학생이 왔어요. 겨울에는 아시아 쪽 친구들이 와서 수업을 해주고 있죠. 메가 MD의 유명한 강사님의 후원을 받고 있어서 학부모님들이 이 프로그램을 믿고 맡기는 부분도 있어요.(웃음)
행사도 다양하게 운영하는데 기억에 남는 걱 중에 하나는 아름다운 가게하고 진행한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2013년과 2014년 두 번 진행했는데, 시장의 상인들이 기증하는 물품을 모아 아름다운 가게에 전달하고 물품 판매 수익금으로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행사였어요. 13년엔 530만 원, 14년엔 6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렸어요. 2014년에는 도서관의 민화교실과 연계해 민화 작품들을 아름다운 가게 전시 공간에 전시, 판매를 했어요. 반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반은 도서관 운영비로 받아 부족한 운영비에 보탤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1석 2조였던 셈이죠.
수유마을 작은도서관, 미래의 사장을 이끌어갈 사람을 키우다
리자 : 아무래도 본업을 하시면서 작은도서관까지 관리하시기 쉽지 않으실 텐데, 어려운 점은 어떤 부분이 있나요?
수유 : 사서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의 부재와 홍보 인력의 부재가 가장 어려운 점이죠. 저나 관장님 모두 본업이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책 관리나 홍보부분에 취약해요. 그게 아쉬운 점이죠. 아르바이트 형태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얼마 전처럼 데이터가 모두 날라 갔을 땐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전문적인 사서의 지원이 확실히 필요합니다.
리자 : 시장안의 작은도서관,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수유 : 저는 책을 통해 많이 배웠거든요. 제가 하는 일에 막힘이 있으면 책이나 사람을 통해서 실마리를 찾아요. 그러기 때문에 책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뿐만 아니라 지역의 아이들, 주민들 그리고 상인 분들도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저희 도서관을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은도서관이 지역의 중심이 되면 파생이 되는 것이 많아요. 이곳을 통해서 아이들도 건전한 가치관과 꿈을 키우며 활동할 수 있고, 상인 분들은 다른 시장에 비해 경쟁력 있는 전문지식을 가질 수 있고, 지역민들은 지역민들끼리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죠.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겠죠. 수유마을 작은도서관이 시장의 랜드마크 즉, 시장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기를 희망합니다. 사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사가 잘되고 축제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이끌어갈 사람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5년, 10년이면 여기 있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겠죠? 도서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 우리지역에 다시 돌아와 좋은 리더가 되어 시장을 이끌어갔으면 좋겠어요.
글·편집 : 조예슬(행복한도서관재단)
교정 : 이용주(행복한도서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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