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구별작은도서관

2023.08.29

단단한 연대를 만드는 우리 동네 숨은 영웅

지구별작은도서관


‘위기에 영웅인 탄생한다’는 말이 있지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을 숨은 영웅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용인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시민, 지구별작은도서관 김영욱 관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김영욱 관장(53세)은 처인구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에 개관한 이곳은 아파트 1층에 있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복합문화공간이자,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조용한 마을에 도서관을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요? 김영욱 관장이 용인에 이사온지는 15년이 넘었는데 실제로 활동한지는 4년 차입니다. 그 이유는 성남에서 일을 했기 때문인데요. 직장이 성남이다 보니 그곳 시민단체에 있다가, ‘앞으로 내가 살아갈 곳은 여기인데…’ 하는 마음에 동네로 장소를 옮기게 됐다는군요.


“도서관을 왜하는지 물어보면 ‘남다른 노후계획이다’라고 말해요. 노후 생활에 대한 계획이란 꼭 경제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살고 싶다는 것도 있거든요. 내가 할일도 필요하고 어떤 사람이랑 이야기 나누며 재밌게 살까 고민해봤어요. 그러면 내가 도서관을 운영해서 마을 사람과 친해지고 그들이 동료 또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공간을 통해 교류도 할 수 있다면 그게 노후계획이지 않을까? 그래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사립도서관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김영욱 관장은 여럿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보니, 자연스럽게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고민도 했다는군요. 갈수록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혼자 살면서 매끼 건강한 식사를 챙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인근 주민들을 위해 <경기도마을공동체 공동부엌 사업>에 지원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지구별 시민’이라는 모임입니다. 도서관에서는 2021년 5월부터 1인 가구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열고 있는데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오후에 모여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1인가구 공동체 공동부엌 지원사업


김영욱 관장은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현재 남편과 둘이 지내고 있는데 장을 보면 그 돈이나 모임 있을 때 재료비를 다 내는 거나 비슷한 거에요. 그렇다면 공동부엌에서 같이 반찬을 만들고, 남은 건 각자 집에 가져가서 먹으면 건강도 챙길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종종 모이게 되면서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혼자 보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하면 이야기 나눌 거리가 생기고, 이런 모임이 아니라면 젊은 사람을 만나기 힘든데 마을이 재밌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군요.

김영욱 관장은 다른 지역으로 강의를 다니기도 하는데 70·80대 어르신들은 친구나 친척이 있어도 자주 만나기는 어렵다고 해요. 그럴 땐 가까이 있는 마을 사람들이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 서로 돌봄을 하게 되는 것이죠. 


“공통의 관심사와 공동의 할 일, 일거리와 놀거리가 필요합니다. 도서관이 그런 공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집을 오픈해서 누굴 들이는 건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여기 공동의 공간에서는 가능하더라고요. 지자체 도서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곳인데.. 무리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신기한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잘 되는 게 저도 참 신기해요.”

도서관 이용객들이 간식이나 커피를 가져다 놓기도 하고, 텃밭하는 분들은 상추나 감자를 문 앞에 놓고 가기도 합니다.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은 처음에는 관장님 댁에 있는 걸 가져왔고, 그 후로 동네분들이 기부하셔서 지금처럼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와서 읽거나 빌려 갈 수 있고 전집으로 그냥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대의 힘을 느꼈달까요? 사람이 나누는 사랑의 힘이란 정말 놀랍네요. 


“책이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는데 곳곳에서 주셨어요. 빌려서 읽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필요한 가정에서 그냥 가져가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책이라고 하면 아이들도 맘껏 읽고 놀 수 있잖아요. 도서관 바로 뒤에는 놀이터가 있어요. 아이들이 놀다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물 마시고 싶을 때 들어와요. 문이 잠겨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친구들이랑 보드게임 하고 책도 읽고 하는 거죠.”

도서관 이용객은 대부분 마을 사람이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면 다른 지역에서 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경기 꿈의 학교 ‘놀이 크리에이터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이들이 보드게임으로 놀고 난 뒤에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서 만들어보는 겁니다.


계란판에 색깔을 다르게 칠해서 점수를 얻는 게임, 휴지심으로 만든 윷놀이판, 주사위 보드게임 등 놀이판부터 설명서까지 직접 다 만드는 수업입니다. 꿈의 학교는 도서관이 생기기 전부터 운영되었어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성남에서 일을 할 때, 수학 가르치는 입시 학원에 있었어요. 고아원에 있는 고3 친구들 수학 공부를 봐주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방송통신대학에서 청소년교육과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거기 모인 분들과 <오늘도 행복한 청소년>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게 되었고, 지역 아동센터에서 인권 교육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는데 나중에는 마을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청소년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눠야했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도 얘기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게 마을의 일이 되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나는 무얼하고 있지?’ 하고 돌아보니까 여긴 조금 다르더군요. 성남은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되어 있길래 용인에도 만들고 싶었어요. 포곡에 ‘CLC희망학교’라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지역센터가 있는데 그곳과 연계해서 마을 사람들을 불러 인문학 교육을 했어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영욱 관장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책도 냈습니다. 도서관 아래가 바로 ‘경안천’인데 동네 사람들에게 경안천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간입니다. 천을 따라 산책이나 운동을 하기도 하고 학교 갈 때, 전철역 갈 때도 건너가야 해요. 경안천과 관련된 책, <우리마을 산책길 생태지도>를 만들어서 배포하면 관계가 친밀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는군요.


아이들과 만든 책은 <하천과 함께한 이야기>입니다. 용인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마을에 있는 경안천에서 생태수업을 하게 되었고 인체유해식물인 단풍돼지풀을 제거하는 수업도 연계했습니다. 

“동네에 도서관이 생겼을 때, 처음에는 무료 시설이라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혜택 받는 것도 받아 버릇해야 하는데… 익숙치가 않았던 거죠. 저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와서 같이 하는 거다, 이렇게 설명을 해드려도 나중에는 무슨 물건을 팔건지 궁금해하셨어요. 인원이 많은 프로그램 보다는 독서, 영어, 요리 모임 등으로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지구별작은도서관은 문 닫는 시간 5시 이후에는 무료로 대여해드리고 있습니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누구나 가능하다는 사실! 동네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간이 있으니까 내어준다는 김영욱 관장은 “앞으로도 이렇게 연대하다 보면 사람의 힘이 합쳐지면 살기 좋은 마을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 마을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독립서점이나 북 카페 운영 등 우리 마을의 것을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돈있는 사람만 하는 문화생활이 아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일상생활을 하면서 같이 나눌 수 있는 걸 하면 좋겠어요.

세 번째,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 아이들에게 생태감수성을 높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경안천에 자주 데리고 나가요. 환경과 친해져야 환경을 지키고 싶어지거든요. 깨끗하게 만들려면 덜 버리고 덜 쓰는 거죠. 어릴 때부터 자연과 같이 크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욱 관장을 숨은 영웅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이처럼 단단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인시민이나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공간! 지구별작은 도서관은 책 읽는 것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저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노후 계획이라는 관장님을 응원하며 저도 함께 동참하고 싶습니다. 


 지구별작은도서관

유형 립 개인 및 단체 작은도서관

운영 화목금토 11:00~17:00, 수 11:00~20:00, 월일 휴관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문로29번길 17, (유방동, 성웅아파트) 103동 106호


/출처 : 경기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yeonggi_gov/22287029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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