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브루클린 북페스티벌

2017.11.06

이 글은 뉴스페이지의 남유연 칼럼니스트가 쓴 기사입니다.
기사 인용 : 뉴스페이퍼 http://m.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46


[해외사례]브루클린 북페스티벌 들여다보기


브루클린북페스티벌 소개

브루클린 책 축제는 미국의 최고의 책 축제중의 하나이며 뉴욕시에서 열리는 자유 문학 행사 중 하나입니다.
국내외 문학의 스타와 신흥 작가를 소개하는이 책에는 뉴욕시 전역에 걸쳐 1 주간의 북 엔드 이벤트, 생동감 넘치는 어린이데이 , 활기찬 문학 시장에서 300 명이 넘는 작가와 200 명의 서점이 참여하는 책관련 축하 축제의 날입니다.

국내북페스티벌이 체험과 전시 위주로 축제가 운영된다면 미국 브루클린 북페스티벌은 300명이 넘는 작가와 독자의 만남, 책을 매개로하는 마켓플레이스로 위주로 운영되어 차이점이 있습니다.

▶ 브루클린 북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www.brooklynbookfestival.org



북 페스티벌이 열리는 광장으로 들어섰다. 헌 책을 늘어놓고 파는 중고책 가판대들이 먼저 보였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두꺼운 하드커버의 오래된 책들이 가판대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책을 한두 권씩 손에 쥐고 돌아다녔다. 오래된 종이의 편안한 냄새에 홀려 괜히 책을 한 번 뒤적여 봤다. 작고 고운 글씨들이 나란히 정렬해 있었다. 가판대에 널린 책들은 소설책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미술책, 수필, 시집, 역사책, 과학책, 심지어 요리책까지 있었다. 더 광장 중심으로 들어가 보니, 출판사별로 부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출판사 부스들은 책의 가격을 할인해주고 독자들과 대화하며 피드백을 받는 등 활발하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홍보를 위해 무료로 책을 손에 들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뉴욕 브루클린에서 지속되었던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의 정점인 마지막 날, 9월 17일에 필자는 북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사진=브루클린 북 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된 사진. 이런 식으로 여러 출판사들이 부스를 만들고 독자들과 만난다.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매해 9월마다 일주일동안 열리는 대규모 도서 축제로, 뉴욕의 가장 큰 축제들 중 하나이다. 수백 명의 작가들이 워크숍, 토크, 사인회에 나와 독자들과 만나고, 온갖 출판사들에서 홍보를 나온다. 아빠 등에 업힌 아기들부터 노인들까지, 현지인들부터 관광객들까지, 남녀노소가 모여들었다. 그냥 길거리를 지나던 사람들도 이게 뭔가 싶어 기웃거리다가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출판사 부스들에서는 종종 출판된 책의 작가가 직접 나와서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시인들이 직접 나와 시를 낭송하는 부스도 있었고, 구독 신청을 받는 잡지사 부스도 있었다.

소위 ‘굿즈’를 파는 부스도 있었다. 시의 구절이 적힌 티셔츠나 파우치, 출판사의 로고가 적힌 물품들, 책의 표지 디자인이 박힌 엽서와 머그컵들이 주가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특정 출판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 굿즈들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스들도 있었다. 어떤 부스에서는 한 화가가



사진은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페스티벌 풍경의 일부일 뿐으로, 필자는 광장에서 빠져나오는데 15분 이상 줄을 섰다.
광장 중앙에 있는 지하철 역 입구에서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북 페스티벌의 규모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

자신의 그림을 팔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 화가는 화가일 뿐 아니라 책도 출판한 작가로, 책과 동시에 자신의 그림들도 홍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브루클린에서 출판업자들과 작가들, 그리고 독자들은 언뜻 보기에 딱딱하고 다가가기 힘든 ‘책’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최대한을 꺼내어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책들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중고 책 가판대에서 뿐 아니라 출판사의 부스들에서는 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었다. 예술 서적, 건축 서적, 요리 서적, 여행 서적, 종교 서적, 과학 서적, 판타지 소설, 시집, 소설책, 수필집, 사진 도록, 동화책, 사전 등등 책의 모든 종류가 펼쳐져 있는 듯했다. 보통 부스들은 새로 찍어낸 책들을 홍보하고 있었고, 책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였다. 출판사별로 특징적인 표지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책 표지의 디자인은 책의 첫 인상과 같은 것이어서, 책의 표지로 인해 독자들이 책에 다가갈 수도, 다가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출판사들은 디자인을 부각하기 위해 책을 놓은 책장, 책의 배치 등에도 심혈을 기울인 듯했다.


책으로 출판된 형태 뿐 아니라 월마다 출판되는 잡지들도 구독자들을 모으기 위해 나와 있었다. 예술 전문 잡지들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놀랐다. 문학이라는 예술 장르뿐 아니라 미술, 음악, 연극 등에 대한 내용도 함께 실려 있는 잡지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여성 잡지, 성소수자 잡지 등 다양한 종류의 잡지들이 있었다.특히 눈여겨 본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 부스들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어린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이 동화책 부스에서 출판사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필자가 북 페스티벌에 간 날 바로 하루 전, 9월 16일이 미국의 어린이날이었기 때문인지, 많은 부스들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동화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출판사 직원이 아이들에게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동시에 동화책 속 그림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 아이들이 직접 그 자리에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들으며 동화책 속 그림을 보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여서 그런지, 책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커스튬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한국에서의 촛불 집회와 같은 시위를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제작한 악세사리들을 팔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_ Borough Hall

출판사 부스들을 둘러보던 필자가 걸음을 옮긴 곳은 보로우 홀(Borough Hall)로, 정부 건물이었다. 광장을 에워싸고 있는 건물들 중 하나였다. 해외 작가로서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 초청된 김영하 작가가 다른 해외 작가들과 함께 등장하는 토크를 보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김영하 작가, 스위스의 파스칼 크래머(Pascale Kramer) 작가, 캐나다의 안드레 엘렉시스(André Alexis) 작가, 세 분의 작가들이 등장할 예정이었다. (한국 작가는 김영하 작가와 이민진 작가, 두 분이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토크가 이루어질 건물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두 개의 긴 줄을 이루고 서 있었다. 하나의 줄은 이전에 토크쇼에 참여했던 또 다른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었고, 한 줄은 곧 있을 토크를 위한 줄이었다. 건물의 로비에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이 성공적인 북 페스티벌의 증거인 듯했다. 해외 작가들의 토크를 보기 위해 건물의 복도를 메울 정도의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시에 평소에 보기 힘든 해외 작가들을 초청한 행사다보니 사람이 많이 몰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토크는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 드와이트 가너(Dwight Garner)가 작가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작가들이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을 영문판으로 번역하신 번역가이자 작가이신 Krys Lee가 함께 토크쇼에 나와 김영하 작가의 말들을 통역하였다. 소설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다. 작가 각각에게 본인의 작품들의 내용,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들, 소설을 쓰게 하는 동기, 비평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서 질문이 나왔다.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질문과 답변은 정치성에 대한 것이었다. 소설에 정치성, 정치적인 의도나 주장이 들어가 있냐는 질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질문이었기에 단박에 흥미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이들이 정치 이야기가 싸움으로 이어진다며 정치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정치인이 직업이 아닌 이상 정치적 입장을 잘 밝히지 않는다. 실제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밝혔던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로 탄압받기도 했었기에 토크에서 이러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더욱 믿기 힘들었다. 캐나다의 안드레 엘렉시스(André Alexis) 작가는 딱히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파스칼 크래머(Pascale Kramer) 작가는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에서도 활동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 또한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많은 소설들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영화 산업에서의 직업이 본래 직업이었다던 그녀는 사회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필자는 한국인으로서 본인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현재 많은 한국 사람들의 우울한 감성을 소설 속에서 잘 집어내는 김영하 작가의 답변이 궁금했다. 김영하 작가는 올해 미국에서 번역본이 나온 「너의 목소리가 들려 (I hear your voice)」를 쓰고 있을 당시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이 책이 미국에서보다 훨씬 일찍, 2012년도에 나왔다고 말했으며, 당시의 정치가 소설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소설을 쓴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무기력 속에서 절망하는 십대 폭주족들의 이야기가 암울한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번역가와 함께 나온 것은 김영하 작가뿐이어서 그런지 번역가이자 작가인 Krys Lee는 번역의 과정에 대한 질문을 따로 받았다. 김영하 작가가 번역가에게 많은 자유를 주는 편이며, 번역에서의 애매한 부분이 발생할 때 서로 협의한다고 한다. 그리고 번역가는 출판사 측의 의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수정 사항이 있다면 소설가와 협의를 거친 후에 출판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아닐지 결정한다고 한다.

토크를 들은 사람들의 질문들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소설을 쓰다보면 분명 막히는 부분이 있을 것인데, 그럴 때 어떻게 하냐는 것이 질문이었다. 파스칼 크래머(Pascale Kramer) 작가는 쓰는 행위 자체를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어떻게든 풀려나간다고 말했다. 작가도 특별히 다른 것이 없고 쓰는 행위에 대한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쓰면서 극복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책의 주인공들이 읽을법한 책을 선택해서 읽어보면서 주인공들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답변했다.

토크 이후에는 토크에 참여한 작가들의 사인회 행사가 있었다. 토크가 열렸던 건물 바로 앞에는 사인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책들을 모두 파는 부스도 있어서, 토크가 끝나고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책을 사서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사인회 행사가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아까는 사람이 없이 비어있던 시 낭송 부스에 시를 낭송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시 낭송을 직접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를 낭송하는 것을 본 것 자체도 처음이었다. 사실 영문 시는 무슨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앉아서 들어보았다. 한글로도 시는 어려운데, 영어 시는 더했다. 시에 쓰인 시어들부터도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영어 특유의 강세와 억양을 강조하고 커다란 몸짓을 취하며 이뤄지는 영어 시 낭송은 언어의 내용을 완벽히 알 수 없어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드문드문 들리는 단어들을 연결해보면서 상황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다른 패널들이 나와 다른 시를 낭송했다. 필자가 본 시 낭송 중에서 가장 신기했던 광경이었는데, 시 낭송을 듣는 사람들이 요가 매트에서 요가를 하며 시 낭송을 듣고 있었다.

브루클린의 다운타운에서 일주일동안 해외 작가들을 초청하고 어린이날까지 끼워가며 여러 행사를 진행한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은 규모가 큰 축제이다. 다음 년도 9월에 미국 뉴욕에 가실 분들, 특히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 드리고 싶다. 운이 좋으면 좋아하는 작가와 만나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영문학을 알지 못해도 책을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뿌듯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책 구경 말고도 다른 볼거리들이 많으니 한 번쯤은 구경해볼만한 부스들이 많다.

칼럼니스트책을 점점 덜 읽는 요즘이라 그런지, 북 페스티벌 부스들에서도 책을 읽자, 라는 문구들이 많이들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도 책을 덜 읽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한국에서도 도시의 중심 지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거대한 도서 축제가 열린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특히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는 거대 출판사가 아닌, 중소 출판사들도 부스를 배정받아 책을 홍보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중소 출판사들이 이러한 기회를 잡게 된다면 출판계가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듯하다. 여하튼 아무리 예전보다 책을 덜 읽는다지만 주말마다 종로 교보문고에 인파가 엄청나다. 바쁜 틈에도 많은 이들이 책을 아직까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볼 때 한국에서도 도심, 혹은 큰 도시 중심에서 도서 축제가 있기를 소망해본다. 출판사들도, 독자들도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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