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

2018.12.12

싱가폴 중심지에 위치한 어린이를 위한 공간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



싱가포르의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은 지역의 중심 쇼핑센터인 부킷 판장 플라자 4층에 있다. 1998년 처음 문을 열었고, 2017년 7월 혁신적으로 공간을 재단장하여 2개의 구역으로 확대했다. 기존 공간은 성인과 청소년 도서관으로, 다이소 매장이 있던 곳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으로 바꾸었다. 확장된 도서관의 면적은 2300㎡이고, 12만 5000권의 장서를 갖췄다. 부킷 판장 지역의 도시 성장과 맞물려 2030년까지 15% 이상 인구가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도서관을 확장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의 도서관들이 쇼핑센터 안에 자리하는 까닭은 도서관 이용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다. 도시의 확장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이 빠르게 대응하며 '꼭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은 도서관'을 표방하는 것이다.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 역시 쇼핑몰에 자리한 커뮤니티 도서관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이용의 시너지를 높이며, 도서관의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책의 산'과 '침몰한 독서 요새'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을 방문했을 때는 새로 문을 연지 4개월이 지났을 때라 실내가 깨끗하고 산뜻했다. 어린이도서관의 입구를 알리는 왼쪽의 유리 패널에는 컬러풀한 책 모빌이 시선을 붙잡는다. 수많은 책 모빌 앞에 딱 한 권 놓여 있는 책은 왠지 더 시선을 끈다.




산과 구름과 나무를 형상화한 어린이도서관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도서반납기(Bookdrop)다. 키가 작은 어린이를 배려하여 계단형 발판도 마련되어 있다. 어린이가 계단을 올라가 반납구에 책을 넣으면 책이 금속 상자를 통과하며 기계음과 함께 반납 처리가 되고 컨베이어벨트를 지나 분류대에 떨어지면 직원이 수거해 해당 구역으로 가져다 놓는 시스템이다. 시민들은 반납된 책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분류함에 차곡차곡 정리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컴퓨터로 연결된 감지 장치가 이어져 있어 반납기 뒤로 책이 들어가고 자동으로 분류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이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한 점은 즐거움을 안겨 주는 좋은 아이디어다.



산과 여행을 테마로 한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의 디자인 콘셉트는 어린이들에게 독서 여행을 안내한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린이들에게 독서 여행을 안내한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린이도서관의 공간 구성은 숲, 연못, 산이다. 책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길에 숲을 지나고 연못을 건너고 산에 오른다. 연령별로 바닥의 높이가 조금씩 높아진다. 산발치에서 놀아도 좋고, 숲의 어느 구석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마침내 산꼭대기에 오르면 도서관이 한눈에 조망되는데 자신이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는 쾌감도 좋다. 이 공간은 '책의 산'을 형상화하여 어린이들이 점진적인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새로운 책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경사로와 선반 높이가 다양해 어린이들이 도서관의 곳곳을 다른 높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은 정말 창의적이다. "책을 찾고 독서하는 것이 여행처럼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다채로운 라인은 어린이들에게 모험처럼 느껴져 새로운 재미를 만듭니다."라는 도서관 관계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침몰한 독서 요새'다. 침몰한 독서 요새는 나무가 우거지고 숲을 이룬 것 같은 서가 안쪽에 있는 아늑한 공간을 가리킨다. 이 원형 좌석 공간은 이용자가 도서관 한가운데서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자녀와 함께, 친구들끼리 속닥속닥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경사진 좌성 공간도 키 높이가 다른 아이들이 나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다. 유아들이 독서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벽에는 책과 관련한 주인공의 의상, 인형 및 놀이상자가 있다. 작은 여자아이들이 서로 동화 주인공 옷을 입어 보고 인형놀이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하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룸(Multimedia Storytelling Room)이다. 어린이들에게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음향효과와 조명을 갖춘 이야기 공간이다. 스토리텔러가 컴퓨터 제어판을 사용하여 벽에 재생되는 이미지와 음향과 빛을 조절할 수 있다. 사서가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어 입체적으로 책을 경함하도록 돕는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스토리텔링과 학교와 연계한 정보 활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영화 보는 밤도 펼쳐진다. 마침 그림책 자가 '존 클라센'의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의 장면들을 입체 영상으로 만나면서 책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맛보았다.


컬러 코딩 시스템과 다문화적 유산을 고려한 언어별 컬렉션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세 가지 안내 표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바닥의 색깔 리본과 천장의 주제 클러스터, 각각의 섹션을 표시하는 중앙 디스플레이다. 바닥의 착색 리본 색깔을 따라가면 핑크와 노랑은 0세~6세를 위한 책과 자료, 초록과 파랑과 보라는 7세~12세를 위한 책과 자료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컬러 코딩 시스템으로 어린이의 연령과 장르별로 책을 연결하는 길찾기 경로를 사용한 것이다. 천장의 클러스터는 에너지 절약형 조명의 역할도 함께 한다.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책을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타밀어 등 4개의 공식 언어로 소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다문화적인 유산을 고려한 언어별 컬렉션 서비스다.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은 그림책, 동화, 논픽션 도서, 소설, 잡지 및 시청각 자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가족과 육아에 관한 자료도 많다. 이 자료들에 접근하려면 그냥 바닥의 리본 색깔을 따라가거나 다양한 자료를 묶는 선과 위쪽 천장에 있는 원형의 '구름'이라고 표시된 선을 따라가면 된다.

Different Group, Different Needs!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은 이용자의 요구를 분석하기 위해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의 생활환경, 문화, 생활 습관, 교육 정도 등 모든 것을 고려한다. 그리고 이용자를 총괄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연령대별로 나누어 보다 상세한 분석을 시도한다. 단순히 어린이, 청소년, 어른의 구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한다. 공공도서관의 어린이 자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일반적인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한다.

어린이책의 분류를 연령별로 촘촘하게 나눈 점이 돋보였다. 기본적으로 6단계로 분류하는데 영유아를 위한 책, 그림책(4세~6세), 간결한 스토리(6세~9세), 스토리(10~12세), 동화, 지식 정보 책(4세~6세 & 7세~12세)로 나눈다.

Kids ASK! 서비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어린이서비스팀에서는 사서들이 어린이의 숙제, 필독서나 재미있는 책에 대한 적합한 정보와 책을 제공한다. 또한 부모들과 아이 돌보는 사람, 교육자에게도 정보를 제공한다. 도서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소식지 등에 간단한 질문 예시와 답변을 보여 주면서 홍보하는데, 책 정보, 웹 사이트, 안내된 정보와 다른 사실 안내, 출처 등을 알려 준다. 예를 들어 '호러(horror)'에 관해 질문하면 이 장르의 대표 작가와 그의 유명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호러의 의미, 하위 장르, 인기 있는 책, 관련 상품, 청구 기호, 참고 도서, 온라인 정보원 등까지 안내한다. Kods ASK! 서비스는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간성을 만드는 인간의 경험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타인이고, 그다음이 공간이라고 했다. 어린이를 환대하는 공간의 수많은 메시지들은 그 자체로 한 사회의 가치관을 보여 주는 가늠자가 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 읽어낸 부킷 판장 어린이도서관의 공간 구성, 어린이의 성장 발달을 고려한 촘촘한 자료 서비스, 탐험과 놀이의 요소가 가득한 디자인적 요소들이 거기 머무는 시간들을 행복감으로 채워 주었다.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도서관이야기> 12월호 (vol 122)

글 ·사진 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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