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매체명 : 한겨례 보도일 : 2018.08.30
링크주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60013.html
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책과 생각]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책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도심 지상에 있는 서점이다. 서울 광화문에 나가봐도 교보문고·영풍문고·종로서적이 모두 지하에 있다. 저조한 서점 매출로 비싼 도심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인터넷까지 포함해 그렇게나 많은 방송 프로그램 중에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거의 만나기 어려운 현실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상업주의와 시청률 싸움에 짓눌린 방송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다. 적어도 공공재인 전파를 허가받아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은 방송의 문화적·교육적 기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2000년대 초반 한때 ‘텔레비전셀러’가 장안을 들썩이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화방송>의 ‘느낌표’와 <한국방송>의 ‘티브이, 책을 말하다’의 영향이었다. 밀리언셀러가 쏟아졌고, 방송이 책의 적이 아니라 믿음직한 동지였던 짧은 동거 기간이었다.

방송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텔레비전 독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최초로 측정한 <2002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한국출판연구소, 문화관광부) 보고서에 따르면 ‘느낌표’, ‘티브이, 책을 말하다’와 같은 텔레비전 독서 프로그램을 시청한 경험은 성인이 67%, 초중고 학생이 평균 90%였다. 프로그램 시청자의 대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성인 82%, 학생 84%),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을 읽어봤다”는 응답 역시 성인 50%, 학생 69%로 매우 높았다. 나아가 이러한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독서습관이 형성되어 텔레비전에서 소개된 책 이외의 다른 책도 찾아 읽게 되었다”는 응답이 성인 38%, 학생 49%나 되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송사마다 최소한 시민이 책을 통해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지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프로그램이 몇 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 선진국의 상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책 소개 프로그램의 씨가 거의 마른 지 오래다.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데 기여하는 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에서는 ‘북토크’, ‘토킹북스’ 등 정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더해 누리집에서 ‘북클럽’, ‘한 주일의 책’ 등 6개의 카테고리로 책 관련 정보를 서비스한다. 독일에서도 민영과 공영을 가릴 것 없이 방송사에서 ‘북 저널’, ‘문학 사중주’, ‘책의 시간’ 등 책 관련 방송을 내보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에서 25분씩 네 차례에 걸쳐 명저 한 권을 파고드는 ‘100분에 명저’가 인기다.

민영 <도쿄방송>은 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고로 디럭스’를 8년째 내보내고 있다. 여러 방송사의 숱한 정보 와이드쇼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책을 소개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방송 채널에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티브이 그림책’이 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쓴 유명 소설가 오가와 요코는 <도쿄 에프엠(FM)>에서 ‘미래에 남기고 싶은 명작’이란 프로그램을 매주 진행한다.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이 정한 독서의 달이다. 독서의 달을 제정한 의의를 살리려면 제대로 된 독서 프로그램 하나 없는 현실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몰지각한 방송사들의 각성과 시민의 열띤 요구가 필요하다.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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