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美 공공도서관을 키운 힘 `카네기 공식`

매체명 : 매일경제 보도일 :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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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美 공공도서관을 키운 힘 `카네기 공식`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을 때 경험한 일이다. 작은 도시임에도 공립 도서관들이 너무 잘 운영되고 있고 다양한 전공의 깊이 있는 책이 많아서 무척 놀랐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어린이들은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모두 함께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소 폐쇄적인 우리 공립도서관 운영 방식과는 많이 달랐고, A도서관에서 빌리고 D도서관에 반납할 수 있는 열린 운영에 감탄하며 역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공공 도서관에는 미국 철강 왕으로 잘 알려진 앤드루 카네기의 기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3세에 가족이 이민 온 이후 스스로 자수성가하며 미국에서 철강산업을 일으켰고, 엄청난 기부를 통해 미국 사회에 `부의 복음송`(The Gospel of Wealth, 1889)을 출판하며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사회공헌을 실천하도록 독려한 인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뉴욕 카네기홀(1891)과 같은 공연시설뿐만 아니라, 1883년부터 1929년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누구나 갈 수 있는 도서관`을 2500개 이상 선사했다. 1919년께 미국에는 약 3500개 도서관이 만들어졌고 이 중 반 정도가 카네기가 기부한 것이라고 하니 도서관이라는 열린 공간을 통한 기여가 미국 사회 경쟁력의 한 핵심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사거나 학교를 다닐 여유가 없던 카네기는 어린 시절 제임스 앤더슨 대령이 자신의 개인 도서관을 `일하는 소년들`을 위해 개방하면서 매주 토요일 오후 책을 빌려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카네기는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 일과 독서를 병행할 수 있었다. 메신저 보이로 일하면서 하루 걸러 하루씩 오후 11시까지 일해야 했고, 야근이 없는 날에도 오후 6시까지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의 축복처럼 앤더슨 대령의 도서관이 자신에게 빛으로 다가왔고 이러한 연유로 그의 고향에 세워진 첫 도서관 정문에 "빛이 있으라(Let there be light)"는 그의 모토가 있다. 건축 설계에서도 입구에 들어서면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고, 건물 외부에는 야간 조명을 위한 등 기둥이나 랜턴이 있어 도서관이 지식을 통한 계층 상승의 공간장치이며,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장치라는 상징성을 도입하려 하였다.

어둠 속에서 빛을 보여준 앤더슨 대령에 대한 카네기의 진심은 앨러게니(Allegheny)의 다이아몬드 스퀘어에 앞에 있는 기념비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 "서부 펜실베이니아에 자유도서관을 설립한 제임스 앤더슨 대령에게. 당신은 일하는 소년들에게 매주 토요일 오후 서재를 열어주었고, 사서로 봉사하였다. 자신의 책만이 아니라 책을 빌려주는 일까지 도맡았다. 이 기념비는 젊은이들이 성장하도록 지식과 상상의 보물창고를 열어준 앤더슨 대령을 기념하여 일하는 소년의 하나였던 앤드루 카네기 추모로 건립됐다."

카네기 도서관은 초기에는 자신의 고향이었던 스코틀랜드와 사업 연고가 있던 펜실베이니아 지역에 집중되었지만 이후 여러 곳으로 확장된다. 초기 이후 카네기 도서관은 소위 "카네기 공식(Carnegie formula)"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기증받은 도서관이 단체장이 바뀌어도 사유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가 공공 도서관에 대한 필요성과 지속성을 입증하도록 한 점이 특이하다.

또한 모두에게 개방되는 열린 도서관이어야 함은 물론 도서관을 위한 건축 용지를 제공하며, 매년 건설비 중 약 10%에 해당되는 운영비용을 마련하고, 기부자들의 기부만이 아닌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공공기금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도서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정립하였다. 특히 기업 경영의 비용 개념을 도입하여 고정 인건비를 줄일 수 있도록 개가식(self-service stack) 도서 대출 운영을 고안하는 등 새로운 도서관 공간 혁신도 이루어냈다. 여러 이유로 폐쇄적인 우리 공공도서관에도 열린 공공재로서 개방과 혁신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천의영 경기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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