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 최재희 관장

매체명 : 코리아뉴스타임즈 보도일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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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야기]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 최재희 관장

초등학교 일과가 모두 끝난 오후 아이들이 학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즈음, 오류남초등학교를 나서는 몇몇 아이들도 들뜬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향하는 곳은 학원도 집도 아닌 학교 앞 작은도서관 ‘배고픈사자’다. 다른 아이들이 문제풀이에 열중하는 동안 ‘배고픈사자’의 아이들은 찰흙을 주물럭거리거나 색종이를 오리면서 오늘 읽은 책속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구로초등학고 엄마들의 책모임 ‘열매 맺는 책나무’에서 시작된 ‘배고픈사자’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쉼터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간식카페로 시작됐다. 황폐한 보육환경을 학부모들 스스로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던 배고픈사자는 지난 2016년 오류2동으로 자리를 옮겨 책읽기를 통해 아이들의 감수성을 함양하는 ‘작은도서관’으로 재출발했다.

그저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동체로서의 도서관 ‘배고픈사자’를 꿈꾸는 최재희 관장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고픈사자 운영에 처음 참여하게 된 계기는?

배고픈사자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엄마들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간식카페도 운영하고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하면서 마을기업으로 3년 정도 운영을 해왔다.

나는 지난해 6월 배고픈사자가 오류동으로 이전하면서 참여하기 시작했다. 원래 배고픈사자를 만드신 분들과 친분관계가 있었는데, 그분들께서 운영과 관련된 고민을 하시던 차에 저에게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거주 중이던 오류2동에 배고픈사자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전을 제안했다. 오류남초등학교 앞으로 이전해 지난해 6월 다시 개관했다.

- 배고픈사자에서는 어떤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나?

이전 후 간식카페 운영은 중단하고 방과 후 아이들 돌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는 타로카드를 이용한 청소년 상담, 보드게임, 독서토론, 책놀이 등 4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책놀이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 속에 담겨진 내용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놀이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도 배고픈사자에 왔을 때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배고픈사자만의 기준이 있다면?

배고픈사자는 작은도서관이면서도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생활문화센터로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문화적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소모임을 지원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의 경우, 1차적으로 배고픈사자에서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두 번째는 작은도서관인만큼 독서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우선순위다. 세 번째로는 가급적 학교에서 진행되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겹치지 않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 아이들을 위한 돌봄 공간으로서 굳이 ‘도서관’이라는 형태를 취한 이유가 있다면?

배고픈사자에 참여하기 전 아파트에서 작은도서관을 5년 정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작은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작은도서관의 특성은 단지 공간이 작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작은도서관은 독서문화를 발전시키는 공간이면서 때로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자 아이들 방과후 돌봄을 지원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공도서관이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작은도서관이 맡고 있는 셈이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작은도서관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에 가면 책을 먼저 보게 되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작은도서관은 그걸 만들 수 있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책을 추천해줄 수도 있고, 삶의 이야기나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볼 수 있다. 사람을 기본으로 책과 만나는, 사림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작은도서관이다.

정부에서도 법적으로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작은도서관 공간 확보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작은도서관은 아파트에서 이웃관계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주민참여프로그램이나 녹색장터도 기획한다. 예전에는 부녀회같은 조직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조직이 많이 없기 때문에 작은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출마하면서 보육문제과 관련된 공약을 많이 제시했다.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일해 오면서 현재 우리나라 보육문제 중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천왕동은 새로 조성된 아파트단지가 많다 보니 단지별로 작은도서관이 하나씩 있다. 보통 정오부터 6시까지 운영되는데,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가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작은도서관이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그곳에 가면 아이들이 있다는 안심을 학부모들에게 줄 수 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류2동에는 그런 게 없다. 오류남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하나 있기는 한데, 그것 외에는 하나도 없다. 방과후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냥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도 좋지만, 독서에 특화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에도 방과후 돌봄교실이나 도서관이 있지만 수업이 끝나고 추가로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부담스럽다. 오류2동 동사무소에도 새마을문고가 있는데 규모가 다른 곳의 4분의 1 정도다. 책을 빌리는 곳이지 아이들이 찾아가 머물고 책 읽는 공간은 아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때도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는 복합적 원인이 있지만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없는 환경이 가장 크다. 그래서 그런 공간들이 서울시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고민의 출발점이었다.

- 도서관을 통해 돌봄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현재 국내 도서관들이 그런 다양한 기능까지 담당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공공도서관에 대한 지원이나 프로그램 기획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구로구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이 구로·고척도서관 2개뿐이다. 오류2동에서 고척도서관까지 자가용으로 10분 거리인데 한 번에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어 이용하기도 어렵다. 서울시를 바꾼다면 도서관을 중심으로 많은 걸 만들어보고 싶다.

시설뿐만 아니라 운영에서도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작년에 궁동 어린이도서관을 가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보고 있더라. 게임보다야 낫겠지만, 학습만화는 어디서나 볼 수 있지 않나. 아이들에게 맞춤형으로 책을 추천해주고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인프라뿐만 아니라 일종의 북큐레이터가 필요하다. 이것은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소득에 따라 학력 격차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그걸 메울 수 있는 것은 독서뿐이다. 그런 독서마저도 사교육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교육청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도서관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그것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인력배치까지 종합적인 고민이 되어야 한다.

- 오류2동 이전 후, 배고픈사자의 모태인 간식카페를 중단했다.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었나?

간식카페와 돌봄교실 모두 상근 인력이 필요하다. 마을기업으로 지원을 받을 때는 상근자를 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원이 다 끝났다. 질 좋은 간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근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간식카페까지 운영하는 것은 무리였다.

작은도서관은 임대료와 운영비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사실 구로구에도 사립 작은도서관이 의외로 많다. 구로구에 등록된 작은도서관이 100여개 정도다. 하지만 그중 교회나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하는 곳을 빼면, 작은도서관 고유의 기능을 위해 설립된 곳은 5곳이 채 안 된다.

교회나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곳은 운영비 고민이 별로 없다. 이곳들도 물론 작은도서관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배고픈사자와 달리 각각 다른 설립 목적이 있는 곳이다. 마치 지역아동센터 다수가 교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고픈사자도 1차적으로는 후원회원들을 많이 늘려서 운영비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마을기업도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고 자립해야 한다고 하는데 마을기업의 특성과 아이템에 따라 사정이 너무 다르다. 작은도서관이나 간식카페는 수익구조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사업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공익성을 강화하고 지원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자립이라는 말만으로 자체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개인이나 협동조합이 설립했더라도 작은도서관을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거기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행정기관이 작은도서관과 같은 마을기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다. 구청에 문의해보니 임대료 지원은 예산상의 문제로 직접 해줄 수는 없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구청이 건물주와 직접 임대계약을 맺고 그 공간을 위탁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근로복지센터 등 몇 군데 그렇게 하고 있다. 배고픈사자도 그렇게 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지금 나는 작은도서관 배고픈사자에서 2년이라는 임대계약기간을 두고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구청의 지원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자체 후원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최소한의 운영비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1년 반이 지난 현재 운영비까지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다시 임대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도서관 유지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공간을 유지함으로서 발생하는 손실을 개인이 다 떠안기에는 한계가 있다.

작은도서관뿐만 아니라 공익 목적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기관·단체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지원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을기업이 물건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도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무형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도 크다. 문제는 그걸 수치로 환산하는 게 어렵다. 물건을 팔아 나오는 수익은 계산할 수 있지만, 여기서 10~20명의 아이들을 돌본다고 했을 때 그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마을기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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