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행복한아침독서]작은도서관 특화, 이미 우리 안에 있다

[행복한아침독서]

작은도서관 특화,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이용자와의 소통을 위해 비대면, 예약 이용, 책 배달 등을 하며 ‘위드(with) 코로나’ 시대로 간다.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도 올해 처음 비대면으로 ‘2020 작은도서관학교’를 진행했다. 유튜브 비공개 라이브로 진행된 ‘2020 작은도서관학교’는 신청과 참여율이 더 높았다. 무엇보다 멀리 지방에 사는 회원들의 참여가 뜨거웠다. 그리고 정말 시대가 바뀐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고민은 깊어진다. 서로 만나서 함께 책 읽고, 감동을 나누던 작은도서관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변별력을 가질 것인가? 하지만 혼란 속에서도 단단히 자리 잡아 나가는 작은도서관들이 분명히 있다.


평화를 특화하다,
평화를품은집 평화도서관


경기도 파주시 두포리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평화를 품은 집 평화도서관’이다. 임진강과 DMZ 가까이 위치한 평화도서관은 들어서는 순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평화 특화 도서관인 평화도서관은 평화라는 큰 주제 아래 전쟁과 평화, 자연과 환경, 인권과 권리, 왕따와 다문화 등의 키워드로 나누어 서가를 배치하고 있으며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에서 전시되는 대량 학살 사건과 관련된 도서를 두루 갖추고 있다.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에서 진행한 작은도서관이아름답다지원기금 ‘특화지원사업’에서 평화도서관은 평화 관련 서적을 번역 출간했다. 리모델링이 주를 이루었던 다른 특화도서관들과는 좀 다른 형식으로 다양한 특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그런 평화도서관도 코로나19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일상의 평화 특화는 멈추지 않았다. 평화도서관의 자랑인 ‘평화보따리’는 여전히 인기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그림책과 놀잇감으로 구성된 평화보따리는 다른 작은도서관에서도 인기 있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평화보따리 구성의 중심에는 자연과 가족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이 있다. 우리가 느끼는 편안함과 행복을 통해 평화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내 안의 평화, 우리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황수경 관장의 이야기는 평화도서관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평화어벤져스’는 평화 주제책을 읽고 신나게 놀고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어린이 평화 활동가들이다.


평화라는 조금은 어려운 주제를 일상에서 나누고 교육하고 다지기 위해 평화도서관의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평화 감수성을 깨우는 활동을 이어간다. 평화 특화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평화도서관은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특수상황지역개발사업 특성화사업’에 선정, 평화교육센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작지만 큰 평화를 이루는 평화도서관의 특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이 중심에 서서 세상에 외치다,
여주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시 한글시장에는 ‘마을교육공동체 여주사람들’이 운영하는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이 있다. 여주사람들 권광선 대표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다 공간이 사라져서 안타까워하던 차에 한글시장 상인들의 제안으로 시장 내에 다시 작은도서관을 열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 시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다가 돌아온 김동헌 사서와 책 엄마들,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인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이 처음부터 특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개관 후 이용자가 모여들면서 특화의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청소년’이 있다.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의 그 유명한 청소년 독서동아리 ‘싸댕’을 처음 만난 것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연말에 주최하는 ‘시낭송의 밤’에서였다. 중학생 청소년이 시를 읽고, 당당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였다. ‘싸댕’의 뜻은 ‘싸돌아댕기다’의 준말이다. 돌아다니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윤동주를 읽고 발자취를 찾아 일본에 간다. 『꽃할머니』를 읽고 소녀상 건립 운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책읽는 강경선’ 활동을 통해 지하철에서 책 읽는 퍼포먼스를 펼쳐 시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지역 책 축제에서도 재기발랄한 활동으로 작은도서관과 즐거운 책읽기를 알린다. 단순한 책읽기가 아닌 청소년 독서운동가이자 작은도서관 활동가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싸댕’만이 아니다. 고등 책놀이 동아리 ‘RED’, 아마추어 천문인을 꿈꾸는 ‘스타홀릭’ ‘평화콘서트’를 진행하는 ‘평화행동’ ‘그림책 버스킹’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책과함께’ 등 고등 연합동아리 ‘나댐’ 회원 30여 명도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만나기 어렵다는 청소년들이 모여드는 토닥토닥그림책도서관은 사람 특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 사람 특화는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진화한다.

유(有)에서 만들어지는 작은도서관 특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두 도서관은 바쁘게 움직였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비대면 회의에서도 ‘방탈출’ ‘마피아’ 게임을 하며 신나게 작은도서관 책 모임을 이어갔다. 어린이활동가들은 자연을 누비며 평화를 느끼고 누렸다.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두 도서관의 특화는 그래서 더 주목할 만하다.


큰 규모로 시설을 바꾸고, 특화 주제에 맞는 몇몇 장서를 갖추고, 지자체에서 정해서 만들어진 특화 도서관들이 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주목받지만, 사람도 시설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들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세금이 헛되이 쓰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특화는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운영자가 신나게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다 보면 그게 특화가 됩니다”라는 평화도서관 황수경 관장님의 말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크다.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와 활동가 그리고 운영자들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작은도서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들여다보자. 장서, 네트워크, 예술, 여성, 다양성,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등 주제는 다양하다. 작은도서관이 가장 즐겁고 빛나는 지점이 어디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알 수 있다. 그것을 위해 더 깊이 고민하고 나누고 고민할 시기가 왔다. 바로 지금이다.


/이은주_㈔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사무총장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0/12/01/2020120109110016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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