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영어 그림책,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영어 그림책,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진행 : 오남경ㅣ강서구립 강서영어도서관

참여기관명 : 화곡지역아동센터

참여어린이현황 : 초등 1~3학년, 10명

운영기간 : [총 16회] 2022년 6월 2일 ~ 9월 29일,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강서영어도서관은 화곡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영어도서관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엄마 또는 아빠의 손을 잡고 오는데, 영어를 잘 모르는 어린이가 혼자 놀러 오기 쉽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아마 위치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직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적었던 탓도 있지 않을까? 영어 학습이 필수가 된 오늘날이지만 지역사회 곳곳에 영어 소외 계층이 있다. 지역의 특수성, 환경, 경제력 등 다양한 요소로 소외된 어린이들이 있는데, 영어뿐만 아니라 문해력의 부분에서도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도서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사각지대를 찾아 소외 계층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영어 그림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으로 접근 장벽을 허물어 많은 어린이들이 그 도움을 받게 되기를 바랐다.

영어도서관 어렵지 않아요. 나는 영어도서관에서 놀아요
강서영어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자 특화도서관으로서 85% 장서가 원서이다. 원서(영어책)라고 하면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보면 충분히 그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언어는 다를지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도서관의 사서로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록 영어가 낯설더라도 누구나 도서관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작은 사명이다.
이번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사업을 통해 화곡지역아동센터와 협력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화곡지역아동센터는 강서영어도서관으로부터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시장길 안에 위치하였다. 협력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역아동센터 담당 선생님에게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물었을 때, 어린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에도 작은 도서관이 있지만 어린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가 적고, 읽더라도 만화책이나 얇은 책만 읽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하셨다. 도서관은 다양한 책이 있는 공간이고, 그 책들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이 아닌 책과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공간이다.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읽는 즐거움, 체험하는 즐거움, 상상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어린이들은 나이는 물론 영어 단계가 제각기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이 2명, 2학년이 5명, 3학년이 3명으로 총 10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그중 2명의 어린이는 기초 영어 그림책은 읽을 수 있을 정도였고, 7명은 기초 단계, 그리고 한 어린이는 영어를 비롯한 한글 쓰기도 어려워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영어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어린이가 있음을 인지한 후, 초반에 기획한 학습지 작성 중심의 수업에서 체험과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수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또한, 수업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영어 수준이 상이했기에 수준과 상관없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책을 펴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사람을 만날 때도 첫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영어책의 첫인상을 잘 남겨주고 싶었다. 영어와 친해지기 위해서 먼저 ‘나의 영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 시작으로 ‘책 속에서 내 영어 이름 찾기 콘테스트’를 기획했다. 첫 시간, 도서관 및 도서관 이용 방법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함께 영어도서관에 들어가서 책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책을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라 그 가운데 등장인물의 이름 중 하나를 나의 영어 이름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소개하는 콘테스트를 열었는데, 책에서 이름을 직접 고르다 보니 다양한 이름들을 만날 수 있었다. ‘Kitty, Tony, Billy, Rabbit, Aesir, Mark, Henry, Sherlock Holmes Harry Poter, Snuffy, Pig’ 그중 일등은 당연히 ‘Pig’였다. 역시 친숙하고 인기가 많을 만했다. 웰컴 기프트와 함께 영어 이름을 선물 받은 어린이들은 어느새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어 그림책을 활용한 Art&Craft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 및 활동이 다소 위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아가기 위한 시동으로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수업은 100%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으며, 이어서 Art&Craft 활동으로 진행했다. 영어 스토리텔링 및 영어 지도 전문 강사님과 함께 Anthony Brown, Mem Fox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영어 그림책을 읽고 관련된 Art&Craft(만들기 활동)를 통해 오감을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초등학생이라는 나이에 맞게 적당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스토리가 있는 책에서 기초 핵심 어휘를 선정하여 반복적인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이어서 이어지는 활동으로 학습이라는 분위기보다는 놀이로 느낄 수 있도록 수건 곰 인형과 곰 비누 만들기, 개구리 인형 경주,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집 꾸미기, 슈퍼맨 아빠 만들기, five little monkeys를 내 손 안에 넣는 장갑 만들기, 어린이 클레이 괴물 만들기 등 두 손으로 직접 그리고 만들어 보는 수업과 여름맞이 수박 부채와 수박 화채 맛보기, 마시멜로우 양 머핀 만들기 등 어린이들과 함께 요리하고 맛보는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동안 집 안에서 가만히 앉아 컴퓨터만 보며 수업을 했을 어린이들이 함께 교류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음 따라 몸 따라
책의 시작은 책을 쓰는 작가로부터 나온다. ‘작가와의 만남’은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언제나 기대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먼저, 영어도서관인 만큼 외국어 번역본이 있거나 해외에서도 영향력 있는 국내 작가, 또는 그림 작가를 초대하고 싶었다. 출판사를 통해 소통하던 중 한계에 부딪혔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를 섭외하던 중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제공한 인력풀에서 새로운 강사님을 찾을 수 있었다. 연극인이자 마임 전문 강사인 전병윤 강사님이었다. 어린이들의 다양한 표현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강사님은 어린이들의 생각을, 글을, 특정 순간들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었다. 2회 차 수업을 진행할 때,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어색해하기도 하고, 일관된 몸짓을 반복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시간은 달랐다. 어색함이 풀린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해 냈다. ‘표현’은 시도할수록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자신의 상상과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를 ….


사서 선생님, 책으로 놀이를 만드는 사람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서와 함께하는 수업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도서관의 사서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어린이들과 장기적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사서는 기획 및 운영 지원의 역할을 더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강사님뿐만 아니라 사서와 어린이들도 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3회의 수업을 함에 있어서 첫 시간에는 도서관 소개, 회원증 발급 및 영어 이름 짓기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이후 두 번째 수업과 마지막 수업을 어린이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어린이들과 더욱 친해지고 싶었고, 마지막에 어린이들의 변화를 느껴 보고 싶어서였다.
어린이들과 소통하고 놀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과정은 꽤 신나는 과정이었다. 정규 첫 수업으로 선택한 책은 『The Color Monster』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만나고 책을 통해 마음이 복잡한 몬스터를 찾아갔다. Color Monster는 자신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감정의 실타래로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친구의 도움으로 감정들을 구분하여 풀어 냄으로 복잡한 마음은 가라앉고 행복한 자아를 찾을 수 있게 되는 내용이다. 노란색 앞치마를 입고 얼굴이 일그러진 몬스터를 흉내 낼 때면 어린이들이 따라 하며 마구 웃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 등 책과 함께 서로의 감정들을 공유하며 읽다 보니 처음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어린이들도 어느덧 몬스터와 하나가 되어 갔다.

올바른 표현의 시작은 자신에 대한 이해이며, 자기 이해를 위해 감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를 인지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카드를 나눠 주며 ‘자신 있는, 만족스러운, 안심되는, 서운한, 긴장한, 부끄러운’ 등 다양한 감정들을 소개하고 상황별 예시 속에서 자신은 어떠한 감정이 들지 흉내 내보며 자연스럽게 표현의 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들 먼저 스스로를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랐다.
15회의 수업을 거듭하면서 수업 시간마다 어린이들이 오늘 수업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우고 만들지, 또 어떤 책을 볼지 질문이 쏟아졌다. 어떤 어린이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귓속말로 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어린이는 만나자마자 내 곁에만 붙어 있기도 했다. 그리고 종종 첫날 배웠던 감정 표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줄 때면 어린이들과도 사이가 꽤 깊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어린이들과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Memory Jars』 책을 준비했다. 하지만 작은 욕심이 생겨 어린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주고 싶어졌다.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고 어린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가 ‘우주’를 선정했다. 너무 멋있어서 눈이 반짝반짝해지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더해 줄 수 있는 ‘우주’를 주제로 마지막 수업을 다시 기획했다.
마지막 수업의 책은 『The light on the cotton rock』이다. 헤더는 숲속의 코튼바위에서 간절히 바라던 외계인을 만나게 되고 둘이 친구가 되는 내용이다. 암막 커튼으로 어두워진 강의실 안에서 빛나는 별 조명과 달 조명들. 벽에는 은하수가 흐르고 공간을 우주로 채워 우주 공간 안에서 나만의 행성을 만들고 이름도 붙였다. 책을 읽고 나서 진행한 보물찾기를 통해 각자가 찾은 비즈로 행성을 꾸밀 수 있었는데, 자신이 찾은 비즈를 양보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참 기특했다. 우주복을 입고 나만의 행성을 하나 된 우주 공간에 붙이며 이곳에서 앞으로도 더 멋진 꿈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

한때의 추억이 아닌 소중한 인연으로
4개월간 매주 보던 어린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아쉬움이 많았다. 어린이들이 다음 주에도 볼 수 없냐고 물어보는데 아쉬움이 정말 크게 남았다. 그래도 이 아쉬움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던 것은, 앞으로도 계속 만날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났을 뿐, 도서관은 언제나 활짝 문을 열고 있고 언제나 도서관에 올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벌써 5명의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다녀갔다. 그중 2명이 내가 없을 때 도서관에 왔다 가는 바람에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너무나 뿌듯했다.
도서관에 와서 많은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이 공간이 어린이들의 삶 속의 일부가 되고 쉬어가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어린이들의 질문은 더욱 풍부해지고 내 상상을 넘어선 생각들로 가득했다. 한계가 없는 어린이들의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2022

https://www.nlcy.go.kr/NLCY/contents/C30202010000.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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