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서·토론 기반 프로젝트 수업] 독서와 대화로 자라는 새로운 생각

독서·토론 기반 프로젝트 수업

독서와 대화로 자라는 새로운 생각


올해 3월 초, 눈코 뜰 새 없이 해내야 하는 수많은 일 중에는 내가 한 해 동안 지도해야 하는 동아리를 기획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 나는 항상 내적 고민에 빠지고는 했다. 소위 국어 교사로서의 소명을 다해 학생들과 함께 깊이 있는 독서와 대화를 해나가는 방법, 아니면 2주에 한 번씩 있는 동아리 시간에 학생과 교사 모두 쉬어갈 수 있는 흥미 위주의 활동 사이에서 몇 번이나 결정을 바꾸고 바꾸던 중이었다. 전자는 학생들과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으나, 활동 준비에 대한 교사의 부담이 후자에 비해 훨씬 크기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국어 교과주임 선생님에게 쪽지가 하나 날아왔다. ‘서울형 심층 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 신청에 대한 안내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다양한 추천 도서와 참고 도서 목록과 토론을 심층적으로 진행해 줄 박사 리더단을 꾸려 교사에게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교사는 활동 희망 도서와 토론 진행을 맡길 박사님, 그리고 박사님과 함께하는 수업 일시를 정해 신청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면 교사의 부담은 줄이되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주며, 해당 분야를 전공한 박사님과 깊이 있는 대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동아리 시간과 연계하여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청 기한이 동아리 첫 활동 시간보다 빨랐기에 학생들의 의견을 물을 틈이 없어 아쉬웠으나 최대한 도서 목록 중 폭넓은 영역의 책을 고르고, 리더단 중에서는 관련 영역을 전공한 박사님으로 배정을 신청했다. 그렇게 하여 아홉 명의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로 이루어진 ‘인문사회 책 한 권 깊게 읽기반’ 동아리에서는 리차드 세넷의 『살과 돌』을 읽고, 박사 리더와 함께 토론을 진행하게 되었다.


10차시 프로젝트 활동

우리 학교에서는 동아리를 2시간 연달아 진행하며, 1학기 동안 ‘서울형 심층 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총 5일간, 즉 10시간이었다. 우선 해당 수업 일정마다 활동 주제와 운영 방법을 정했다.


• 1~4차시 - 연계 도서 읽기 (학교 단독)

• 5~6차시 - 독서 토론 준비 (리더단 협업)

• 7~8차시 - 독서 토론 (리더단 협업)

• 9~10차시 - 활동 마무리 (학교 단독)


1~4차시에 학생들은 모둠별로 지정된 챕터를 읽고 각 챕터에서 담고 있는 작가의 의도와 핵심 내용에 대해 발표하도록 하였다. 『살과 돌』은 교사인 나에게도 어려운 책이었다. 신청 기한이 촉박하여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탓이었다. 도시에 드러나는 권력과 저항, 개인과 공동체, 차별과 연대, 다원성과 시민성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었으나, 고등학생 혼자 오롯이 이 책을 읽어낸다는 일은 너무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책 내용을 크게 12개의 챕터로 나누고, 매 차시 세 명씩 세 개의 모둠이 1개 챕터씩 돌아가며 발제 준비를 하도록 했다. 발제한 내용은 패들렛에 올려 동아리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한 명이 4개의 챕터는 스스로 읽어보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매 챕터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내가 한 번 더 저자의 주요 메시지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5~8차시 주 진행은 박사님이 맡아주셨다. 이 시간을 위해 수업 이전부터 박사님과 수시로 통화하며 1~4차시의 진행 상황과 학생들의 책 소화 상태 등을 전달하고 독서 토론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세세히 공유하였다.

5~6차시 중 첫 시간은 박사님이 책과 관련하여 차별과 회피가 만연하고 개인화되어 가는 사회의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소개해 주었다. 그 후 토론을 위해 모둠을 셋으로 나눈 다음 각 입장(찬성 / 중립 / 반대)을 정하여 상대측에게 반대 신문할 핵심 질문을 책 속에서 만들게 하였다. 질문 내용은 패들렛에 올려 공유하였으며, 각 모둠은 다른 입장이 만들어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이 역시 미리 패들렛에 올려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7~8차시에 학생들은 ‘우리와 도시, 그리고 오늘의 서울’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다문화 사회로의 발전과 사회 속 격리 및 차별에 대해 준비한 내용을 토대로 모둠별로 만들어온 질문을 던지고 서로 대답을 주고받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 가는 현대 도시 안에서 나타나는 권력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올바른 시민이 가져야 할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9~10차시에 학생들은 이 활동으로 새롭게 깨닫게 된 세상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고 자기 평가를 통해 다음 독서 계획을 세우면서 10차시에 걸친 독서·토론 프로젝트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수업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인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시험 기간과 겹친 토론 일정, 학생들의 의견 반영의 한계 등 진행에 미흡함이 있어 아쉬움을 많이 남기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새로운 독서와 토론 경험 속에서 많은 것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 단계 용기를 갖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용기가 전해져 더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갖기를 기원한다.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3/11/01/2023110109003914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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