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작은도서관신문] 독서동아리, 작은도서관의 생명줄

독서동아리, 작은도서관의 생명줄
- 박소희 선생님의 행복한 작은도서관 운영 5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려면 공간과 장서와 인력과 재정이 필요하다. 이 밖에 독서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고 지역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도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슨 일을 하던지 결과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에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을 찾게 된다. 작은도서관 이용도 사람이 하고 작은도서관 운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또한 작은도서관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이 중에는 책임을 맡아 도서관을 운영하는 운영자도 있고 열심히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도 있다. 이들이 도서관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책’을 찾아오는 발걸음이다.

‘사람’과 ‘책’의 만남, 이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활동이 바로 독서동아리이다. 작은도서관이 사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바로 독서동아리 운영이다. 일상적인 책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이 독서동아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에서 독서프로그램은 연령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지지만 독서동아리 활동은 부족한 편이다.

독서프로그램과 독서동아리의 차이는 바로 운영방식에 있다. 독서프로그램이 주로 전문 강사들이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독서동아리는 구성원의 자발성과 공통의 관심사를 근거로 출발한다. 강사들이 진행하는 독서프로그램을 매개로 한 후속 모임으로 독서동아리가 형성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 독서프로그램으로 그치는 경향이 많아 안타깝다.

독서동아리 운영의 필요성


작은도서관에 독서동아리 운영을 권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작은도서관에 소장된 다양한 책들을 안내하고 공유할 수 있다. 둘째, 작은도서관 장서 선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단이 형성된다. 셋째, 정기적인 모임 운영으로 작은도서관 활동에 참여할 기회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작은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 일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이 된다.

작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동아리의 유형으로는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 모임으로 그림책 읽기 모임과 동화 모임 등이 있다. 성인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으로는 인문학, 생태·환경, 역사, 교육 이론, 여행,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여 읽는 모임 등이 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엄마들과 함께 공동육아 모임을 진행하며 그림책을 읽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신간평가단이나 학년별 책모임을 한다. 시간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주말에 모여 읽은 책을 토론하는 청소년 독서동아리 모임 등도 운영된다. 또한 책을 매개로 2차 창작물을 생산하는 활동도 이루어지는데 책 속 주인공 인형 만들기나 연극, 그림자극, 목공, 전래놀이, 미디어, 큰 그림책 만들기, 북아트, 노래단 등 책도 읽고 문화 활동도 하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운영되고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운영되는 독서동아리는 많은 곳은 열 개 이상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곳일수록 좋은 운영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지역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독서동아리 운영 노하우
첫째, 도서관 이용자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다. 운영자는 이용자 개인별로 자주 대출하는 책의 성향이나 가족의 연령대, 취미나 관심 분야를 수시로 질문하고 이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용자에게 동아리 활동에 대한 요구를 조사하여 일정을 잡아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한다. 모임 구성원들을 배려하여 너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매번 모임 때 정한다거나 모임 초기부터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책을 선정하여 소통하기 힘든 경우에는 독서동아리 활동에 무리가 될 수 있다. 분기별이나 상·하반기 정도로 나누어 계획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도록 계획서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동아리 구성원의 역할 분담을 결정한다. 동아리 인원은 최소 5명에서 15명을 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인원이 너무 적으면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없고 너무 많으면 동아리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동아리의 모든 일들은 동아리 성원들이 공동으로 의견을 나누고, 결정된 사항은 모두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동아리 구성원이 모두 한 가지씩 역할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한두 명에게 일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와 총무 등 기본적인 대표성을 부여하는 사람들도 필요하며 매번 사전 발제나 토론을 위한 준비 등은 동아리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할 수 있게 한다.

넷째, 정기 모임을 지키자. 작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동아리 모임은 기본 주 1회일 경우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월 1회는 자칫 격월로 되다 모임이 잘 안 되어 해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 단위 모임을 통해 책의 분량이 많을 경우 계획을 세울 때 매주 읽을 범위를 나누어 정하는 것이 좋다.

<일러스트 장경혜>


다섯째, 모임의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모임의 결속력을 높이고 작은도서관 소속 독서동아리라는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모임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읽은 책을 전시하거나 서평을 작성하여 소식지에 실어 전하는 방법도 좋고 매번 모임 내용을 정리하여 자료집으로 묶어 보관하여 후속 독서동아리 등에서 모임 구성 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권한다.

마지막으로 그 작은도서관의 역사와 함께 독서동아리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다. 한 해를 기준으로 기수를 정해 독서동아리의 이름은 같지만 참여자들은 달라지는 방식이다.

작은도서관의 독서동아리 활동을 통해 책을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모임 운영을 위한 회의 진행 방식을 배우는 과정은 바로 민주 시민이 되는 훈련 과정이다.

독서동아리는 사람을 엮는 조직의 과정이다. 동아리 구성원들을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나 실무위원회에 함께 참여시켜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작은도서관이 운영자와 함께 자발적 운영 참여를 돕는 활동가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며 독서동아리를 작은도서관의 생명줄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소희_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이사장 / 2015-06-01 09:13

※ 이 글은 작은도서관 신문 2015.0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 바로가기]


댓글 0건
작은도서관 회원 및 SNS계정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자 / 14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