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2017.06.21

아이들과 자연을 품은 바람숲그림책도서관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최지혜 관장 인터뷰



[바람숲그림책 도서관 최지혜관장 / 윤재혁기자 사진]

어쩌면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고리 모양인지 모른다. 긴 세월 살아오며 숱한 일을 해왔지만, 되돌아보니 지금 선 자리가 출발했던 그 자리 근처일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이다. 2014년 강화도에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세운 최지혜 관장을 만나면서 든 생각이다. 1985년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에 있는 국립대 도서관에 들어갔다. 결혼하고 서울로 올라오느라 더는 사서 일을 하지 못했다. 1996년 10년에 걸친 공백을 딛고 다시 자리 잡은 곳이 인표어린이도서관(본부)이었다. 그곳에서 선임사서로 일하면서 어린이 전문 도서관의 역할과 위상을 고민하고 실천했다. 도서관을 새로 세워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공간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으니, 작은도서관의 원조격이었다 할 수 있겠다.


[그림책을 읽어줄때 사용되는 도구들]


당시만 해도 어린이 전문 도서관을 지원하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어린이책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전문 사서는 당연히 전무했다. 이인표 회장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사서들이 도서관을 어떤 비전으로 운영할지 전적으로 맡겼다. 그때 품었던 고민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과 온전히 놀 수 있게 할 것인가였다. 누군가 먼저 걸어간 길이 아니었다.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드린 곳이 어린이도서연구회다. 그림책부에 들어가 깊게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림책이 자신과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신날 수밖에. 스물두 개에 이르는 인표어린이도서관의 책 선정과 프로그램 개발에 온 힘을 다했다.


[6월의 주제 : 모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최지혜관장 / 바람숲그림책도서관 블로그 참고]


[주제가 있는 그림책 서가장면 : 매월 주제별로 변경된다]
최 관장은 고위 공무원인 남편 때문에 경력단절을 자주 겪었다. 남편이 OECD에 근무하게 되어 파리로 갔다. 여기서 한글학교 교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림책을 읽어주며 한글을 가르쳤다. 성과가 무척 좋았다. 한글도 깨우치고 그림책도 자주 읽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 귀국해서는 서울 강남구에서 일했다. 당시 강남구에는 공공도서관이 태부족한 상황이었다. 즐거운도서관과 정다운도서관을 개관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2006년 부평기적의도서관 초대 관장으로 일했고, 다시 남편을 따라 외국에 나갔다 돌아와 마포구 서강도서관장을 맡았다. 여러 도서관 일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무엇일까? 단지 도서관 수 늘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전망을 확보하고 사서들이 내공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게 의미 있다고 말한다. 특히 많은 사서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도서관 일을 하면서도 그림책 전문 도서관을 세우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혼자 할 일이 아닌지라 뜻 맞는 이를 만나야 했고 재정적인 뒷받침도 필요했다. 마침 남이섬에서 그림책도서관을 세워달라는 요청이 왔다. 평소 꿈꾸던 바대로 도서관을 꾸몄다. 그런데 아무래도 관광지라는 한계가 있었다. 정주하는 마을 사람이 없는지라 굳이 전문 사서가 있어야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그러나 큰 소득이 있었다. 장애아 복지사이면서 환경교육 운동을 하던 안나 씨를 이곳에서 만났다. 자연과 책 그리고 어린이라는 열쇳말로 그림책 전문 도서관을 함께 세우기로 의기투합했다. 도서관 세울 곳을 두루 찾다가 결국 강화도로 결정했다. 도서관 터 뒤에 있는 너른 숲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그 산까지 살 수는 없지만, 잘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겼다. 2014년 2월, 드디어 오래된 꿈을 이뤘다. 그림책이 그득하고 자연과 함께 놀고 꿈꿀 수 있는, 2층까지 합쳐 40평짜리 도서관을 개관한 것이다.

[바람숲그림책 도서관 전경]

[바람숲그림책 도서관 현판모습]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두 사람이 세운 원칙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정신이나 몸이 들볶인다 싶으면 그 일을 중단하기로 했다. 반응이 좋았던 북스테이를 한동안 중단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숲을 품은 그림책도서관에 와서 하룻밤 잔다는 것은 무척 낭만적인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기껏 도서관에 와서 부모는 수다만 떨고 아이들만 책 읽으라고 성화였다.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 잠시 중단하고 새로운 북스테이 방식을 고민했다. 먼저 부모 욕심 탓에 아이들이 억지로 도서관에 오는 것을 막으려고 예약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2층만 활용하기로 했다. 프로그램도 짰다. 부모도 도서관에 오면 그림책을 꼭 보도록 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했다. 하루 머무르면서 읽어주기의 즐거움을 깨닫고 그림책의 가치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민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문화행사를 여는데, 반응이 좋다. ‘그림책과 음악’ ‘그림책과 연극’ 같은 식으로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을 하는데, 백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이런 활동 덕에 감동적인 일도 겪었다. 강화에서 나고 자란 한 공무원이 20년을 후원하기로 했다. 어릴 적 어머니 손잡고 도서관에 나들이 갔던 경험이 있는지라 책이 한 아이의 영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안다. 그런데 지역에 그림책도서관이 들어서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니 감동할 수밖에. 내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도서관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그 긴 세월을 후원하기로 했단다. 라오스에 어린이도서관 만드는 운동도 했다.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맨 앞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고리 모양새라고. 먼 길을 돌아왔지만, 지금 그는 이인표 회장이 했던 일을 다시 하고 있지 않은가.


[2017년 6월 이야기 주제 캠프 안내 포스터]


최근 숙원사업이 생겼다. 도서관 활동을 지켜보던 먼 친척이 250평의 땅을 사서 기증해주었다. 지금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터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다목적 문화공간을 짓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그 꿈을 이루어주겠노라고 나서는 이는 없다. 자치단체장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빈터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공공영역이 못하는 일을 개인이 맡아 하면 후원이라도 해주지, 뭐 그리 안 되는 이유가 많은지 모르겠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작다. 그런데 하는 일은 크다. 바닷바람에도 뿌리 뽑히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강화 들판의 풍경처럼 오래, 잘 버티길 바랄 뿐이다. 예언하노니, 여기서 만난 어린 영혼이 훗날 『도서관 할머니』라는 책을 쓸 터다. 최 관장이 이인표 회장을 기리며 『도서관 할아버지』(고래가숨쉬는도서관)를 썼듯이 말이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 현황
-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덕진로 160 덕진로 159번길 66-34
- 연락처 : 070-4109-6280
- 장서수 : 5,400 여권
- 개관일 : 2014년 2월
- 운영일 : 수~일 10~18:30
- 운영형태 : 사립
- 특징 : 주말의 경우 북스테이 가능 (유료)


기사참고 : 행복한아침독서 이권우가 만난사람 / 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7/06/01/201706010909001625.html
사진참고 : 바람숲그림책 도서관 블로그 / http://blog.naver.com/baramsu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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