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활천행복 작은도서관

2017.08.03

활천행복 작은도서관 소개

독서는 등산 같아 함께하면 정상도 가뿐히, 독서동아리 사례 위주로


김해의 작은도서관들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있다. 그러나 활천행복작은도서관은 유일하게 주민센터에 터를 잡은 작은도서관이다. 놀이터가 보이는 활천동주민센터 정문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에 도서관이 있다. 주민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주민센터를 신축할 때 도서관을 넣은 것이다.
 
도서관에 들어가면서 입구 쪽 사서 업무대에 가장 가까운 서가에 시선이 끌렸다. <김오랑-역사의 하늘에 뜬 별>(이원준·김준철 지음/책보세) 5권이 꽂혀 있었다. 김해가 낳은 참군인 고 김오랑 중령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 중령은 활천동 출신이다. 도서관은 김 중령을 알고 싶어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왼쪽 유리창 아래로는 동사공원과 놀이터가 보인다. 활천동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오른쪽으로는 주민센터 안마당이 내려다보인다. 2층에 있는 도서관에는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마음까지 밝아지고 환해지는 기분이다.
 

▲ 도서관의 운영을 위해서라면 한 마음으로 모이는 활천행복작은도서관 운영위원들.


배종철 관장, 안은나 부관장, 윤인석 고문, 정소영 사서와 이화영·최양순·이필순·유필순·정재화·이기춘·박은하·성인회 운영위원이 도서관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이다.
 
배 관장은 지난 1월부터 도서관을 이끌고 있다. 그는 "1대 허정기, 2대 유인석 관장에 이어 관장을 맡았다. 활천행복작은도서관은 활천동의 자생단체연합회에도 가입했다. 주민자치위원회 다음으로 서열 2위"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김 중령의 흉상 건립 때 나타났듯이 활천동에서는 자생단체들의 모임과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김해의 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모임과 활동이 집중되는 주민센터에 도서관이 있어 주민들은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 도서관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사랑방이며 지역공동체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배 관장에 따르면, 도서관의 운영위원 모임은 주민자생단체 회장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에 애정과 관심을 많이 가진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도서관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니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민센터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동장이 도서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하며 신경을 쓰는 도서관은 이곳뿐일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 관장은 "활천동 어린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꿈을 키운다. 운영위원들은 도서관이 책을 읽기 좋은 환경이 되도록 노력한다. 주민들의 협조를 구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강조했다.
 
활천행복작은도서관이 없으면 주민들과 아이들은 칠암도서관이나 김해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 도서관이 문을 연 이후 어린이들은 멀리 갈 필요 없이 이곳에서 책을 자주 대하며 동네의 형, 동생 들과 어울린다. 도서관은 어머니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어른들이 자주 출입하기 때문에 도서관이 갖고 있는 책 중에는 성인도서 비중이 높다. 박정규 김해시의원이 포괄사업비 1천만 원을 도서구입비로 지원해 곧 신간도서도 구입하게 됐다고 한다.
 

운영위원들 대부분 자생단체 회장들
토박이 많이 살아 지역공동체 형성
삼방·삼안동 인근 주민에게도 개방


정재화 운영위원은 "우리 도서관은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도서관의 경우, 다른 지역 어린이들이 가기는 다소 조심스럽다고 한다. 우리 도서관은 그렇지 않다. 삼방동, 삼안동에서도 찾아온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학부모 등 성인들도 많이 온다"고 자랑했다.
 
최양순, 이화영 운영위원은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됐다. 한 권을 읽고 나면 또 읽고 싶어진다. 그래서 도서관을 찾아오는 어린이와 주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도서관의 운영이 잘 되도록 옆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다짐했다.
 
정소영 사서는 4년째 사서를 맡고 있다. 그는 "활천동은 문화시설이 다소 열악한 곳이다. 그런 만큼 도서관이 문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 실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활천동은 아파트보다 다세대주택이 많은 지역이다. 맞벌이가정,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많다. 도서관은 그런 어린이들을 보듬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도서관은 늘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에는 인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도서관에 견학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오후에는 삼성초등학교 학생들로 도서관이 메워진다. 토요일에는 전일 개방을 하는데, 점점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학생들도 많이 온다. 그래서 도서관 측은 청소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 사서가 지난해 도서관에서 실시했던 독후감대회 당선작을 모아 만든 소책자를 보여 주었다. 대회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문집 형태로 만들어 다른 어린이들이 친구들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독후감대회를 얼마나 성의 있게 진행했는지는 어린이들에게 준 상의 이름이 말해준다. 최우수, 우수, 장려상의 일반적인 상이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쓴 독후감의 내용에 따라 '비전상', '격려상', '평화상', '도전정신상', '배려상', '감동상', '용기상' 등의 이름이 붙었다. 도서관에서는 내년에도 독후감대회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운영위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도서관 한 쪽에서는 독서모임인 '책 먹는 여우' 회원들이 열띤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최정미 회장과 천정은, 천수진, 정희, 이지애 회원은 김훈의 소설 <화장>을 읽고 모였다. 주인공과 자신의 환경을 비유하고, 책을 읽으며 느낀 삶의 철학 이야기도 쏟아졌다.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즐겨 찾는 활천행복작은도서관은 그 이름처럼 행복이 큰 물길을 이루며 흘러가는 도서관이었다.


◇주부독서모임 - 책먹은 여우


"독서는 등산과도 같습니다. 혼자 오르면 힘들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가뿐하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죠." 

▲ '책먹는 여우' 회원들이 토론도서 <소송>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주부들로 이뤄진 책 모임인 '책먹는 여우(회장 정희·45)'의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더불어 읽어야 어려운 책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들은 혼자보다는 '같이'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모임이다.
 
2013년 11월에 시작한 '책먹는 여우'는 인문학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만든 독서모임이다. 정소영(42) 사서를 포함한 8명의 회원들은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활천행복작은도서관에서 모인다. 이들이 읽는 책의 분야는 다양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고전, 에세이 등을 넘나든다.
 
최근에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의 프란츠 카프카가 쓴 <소송>을 읽었다. 서른 번째 생일에 체포된 '요제프 K'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관료주의가 만연한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면서 현대사회의 구속과 억압 때문에 생기는 개인의 무력감을 그려낸 작품이다.
 

2013년 인문강좌 수강생 창설
매달 두 차례 활천도서관 모임
자연과학·고전 등 각 분야 섭렵


회원들은 논제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했다. 책의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탐구하면서 주인공의 성격을 유추해 현실의 상황에 빗대기도 했다. 토론에서 나오는 의문점은 끊임없는 대화로 해결했다. 서로 비슷한 성격의 다른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누구 하나 자신과 다른 의견에 고개를 가로젓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다.
 
회원 손인자(42) 씨는 이런 분위기 덕분에 독서모임에 빠지지 않고 출석한다. 그는 "가족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항상 허공에 맴돌 뿐 돌아오지 않는다. 내뱉는 말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여기에서는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서모임의 장점으로는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한 가지 책을 읽어도 각양각색의 해석이 나온다. 회원들은 하나의 책을 이야기하는 데 2박 3일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회원 장영선(49) 씨는 "혼자 하는 독서는 혼자만의 해석에 갇혀 버린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내 의식에서 사그라져 버린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책이 주는 의미나 가치가 확장된다. 사회를 보는 시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지 않았다. 독서모임에 오면 손이 가지 않는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 선택이 좋았다.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회원 최정미(47) 씨는 "책을 읽으면 작품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생각을 확장시킨다. 집중하다 보니 점점 내공이 생기는 것 같다. 독서모임이 삻에 소중한 활력소가 됐다"며 미소 지었다.
 
정 회장은 중국 철학자인 장자의 말을 빌어 독서라는 행위를 '쓸모없음의 쓸모'라고 표현했다. 그는 "책을 읽는 행위는 단편적으로 볼 때 인생에서 쓸모없을 수 있다. 경제적인 이득을 추구하려고 쓸모 있는 곳에만 집중하면 정신이 피폐해질 수 있다. 쓸모없음에 시간을 투자하면 결국에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한정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다뤄 서로 생각하지 못한 사고를 일깨우고 싶다"고 밝혔다.


◇ 활천 행복 작은도서관 현황

주소 : 경상남도 김해시 인제로11번길 51(활천동주민센터) 2층

연락처 : 055-337-5544

운영일 : 화 ~ 토 09:00 ~ 18:00

개관년 ; 2010년

운영형태 : 사립

홈페이지 : http://lib.gimhae.go.kr


기사 원문 참고 :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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